작년 11월, 여행업계에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 있었다. 여행박사의 신창연 전 대표가 직원투표에서 찬성률 79.2%를 얻어 재신임 기준인 70%를 넘었으나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 온 80%를 넘기지 못했단 이유로 스스로 물러나고, 당시 일본팀을 이끌고 있던 29세 주성진 일본 팀장이 신임 대표로 선출된 것. 직원 투표라는 방식도 그렇지만 ‘새파랗게 젊은’ 주성진 대표의 선출은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주성진 대표를 만나 3개월간의 행보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직원 투표로 선출
-‘바지사장’ 쑥덕공론 신경안써
-동남아·패키지 등 다각화 집중
 
 
-대표 업무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됐다
완전히 새로운 업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일본팀장을 해 오면서 영업에 치중해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는 비영업까지 아우르는 시각이 필요하다. 책임감도 막중하다. 하지만 대표직을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감도 잡았고 시야도 더욱 넓어졌다. 처음에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졌고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자리잡았다.
 
-바지사장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런 이야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신 전 대표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사람은 우리 직원과 나다. 실제로는 업무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신 전 대표는 내가 새롭게 대표가 됐고, 새로운 이사회도 구성된 만큼 본인이 있으면 불편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곧 중국으로 얼마간 떠날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나를 믿고 맡겼기 때문에 나도 대표 업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처음 대표를 맡은 데다, 나이가 젊기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 여행박사는 대표 한 명에게 모든 권한이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각 부서장이 책임을 가지고 있고, 중요한 논제는 이사회의 협의를 통해서 결정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대표라는 직책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이왕 맡은 만큼 열심히 해 나가려고 한다. 
 
-달라진 정책이 있다면 
회사의 기본 골격은 기존과 똑같다. 각 회사마다 특징이 있듯, 여행박사도 기존 여행박사만의 색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직원 복지에 힘쓰고, 차별화된 상품 개발,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 등은 그대로다. 최근 좀 더 발전적인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있는데 공정한 평가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팀장이었을 때부터 실적에만 치우치지 않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를 발전시킨 것이다. 기존에는 실적 위주로 평가했지만 새롭게 준비 중인 제도는 다방면에 걸쳐 직원을 평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산지점 관계자, 이사회 등이 모여 회의를 계속했고 오는 2월 말 경에는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진이나 인센티브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도 마땅히 회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주력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여행박사는 자유여행, 일본여행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단편적인 예로 전체 여행박사 매출 점유율을 보면 일본이 50%를 차지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지역이 아직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문 분야 외에 수익 모델을 다각화할 생각이다.

우선 전체 파이를 키워감과 동시에 일본 외 지역의 점유율을 높일 생각이다. 타이완, 홍콩, 중국과 동남아 까지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이완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는 한 해 1,000명 정도 밖에 가지 않았지만 작년 기록을 보니 약 7,000~8,000명이 여행박사를 통해 타이완을 찾았다. 자유여행 쪽에서는 렌터카가 유행하고 있어 이를 적용한 상품을 확대시킬 생각이다. 버스나 패스뿐만 아니라 렌터카라는 새로운 선택권이 생겨 호응이 좋다. 2013년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 큐슈 등은 렌터카 여행이 쉽고 비용도 저렴해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또 다각화의 일환으로 자유여행 뿐만 아니라 패키지여행도 활성화 시키려 한다. 기존 여행박사의 주 고객이었던 20대가 30~40대가 되면서 패키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아무래도 편한 여행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 말 출시한 호텔 당일 예약 서비스 ‘세일투나잇’ 앱은 소비자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목표는
정해진 임기가 있긴 하지만 목표를 단기적으로 세우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우려 한다. 급하게 여행박사를 확대하기 보다는 지금의 규모로, 내실 있게 다져가는 것이 목표다. 현재 240여명의 직원들이 여행박사를 꾸려가고 있는데, 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일하고 경쟁력 있게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상품의 성공과 실패는 직원들의 전문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올해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글로벌 OTA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에 여행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정을 갖고, 스토리를 입혀 만드는 상품이 실제로 판매율이 높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주력하다 보면 더 탄탄하고 알찬 여행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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