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신문에서 칼럼 요청을 받은지가 적어도 5년은 지난 것 같다. 그 동안은 한결같이 정중히 거절을 해왔다. 첫째는 글재주가 없음이요. 둘째는 세상에 또 하나의 쓰레기를 남김으로써 나의 죄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일반 쓰레기를 남겨도 세상을 괴롭히고, 지구를 더럽히고, 후손에 짐을 지우는 데 하물며 글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와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갖는다는 생각에 더더욱 망설이며 거절해왔다. 

지난 겨울, 매년 찾아와준 그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제안을 수락한 후 이글을 시간 내서 읽어주는 독자들을 위해서 무슨 내용을 쓸까를 약 4개월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여행신문의 독자는 우리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인 데 그 분들에게 어떤 내용이 도움이 될까 아니 공감이라도 할 수 있을까 무척 고민스러운 기간이었다. 내가 살아왔던 얘기를 써볼까? 아니면 그 때 그 때의 단상을 써볼까? 아니면 업계의 이슈들에 대해 얘기해볼까? 등등 다양한 생각이 스쳐갔다. 자주 쓰는 글이 아니고 3개월에 한 번 쓰는 글이니 결국은 ‘오늘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이 글의 제목을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로 잡았다. 

나는 평소 나와 관련된 기본 목표를 세우고 사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편이다. 오늘은, 일주일은, 한달은, 일년은, 나의 60은, 나의 70은, 나의 80은? 과 같은 시간별 목표부터 이번 주 읽을 책과 다음 주 읽을 책의 목표를 정하고 골프를 칠 때도 3홀에 한 개의 보기를 하자 등등 나의 생활 거의 모든 것에 적용된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상당히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도 생활화되면 삶 그 자체가 되어 일상의 일부분이 된다. 

이렇게 살다 보면 일상도 어느 정도 미래 지향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한편으론 오늘에 많이 소홀했음도 깨닫게 되었다. 소금이 나트륨만으로 짠 맛을 낸다면 모든 소금의 맛이 동일할 것이다. 소금 입장에서 보면 오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천연의 물질들이 결합해 고유의 다른 맛을 내 듯이 사람에게도 각기 다른 시련과 고난을 통해서 각자의 삶이 연단되고 각자의 멋과 향을 낸다고 믿는다. 내가 오늘에 소홀했음을 깨닫게 된 것도 평안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어려운 시절이 도래했을 때 였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들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모두에게 잘해주려 노력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느 시련에 부딪혀 보니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꼭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나의 마음이 온전하다 해서 상대방이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옳다고 생각해서 실천한 행동이 꼭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알게됐다. 나의 삶이 너무 결과 중심적이지 않았을까? 악마는 천사의 날개를 달고 온다는 데. 오! 나의 생각의 완고함이여! 

나의 최종 목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인간상의 구현이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겉옷을 달라 하면 속옷까지 벗어 주고, 오리를 가자하면 십리를 가주고... 알면서도 행하지 못함을 항상 죄스럽게 생각하지만 인간은 목표를 향한 지향적 존재이기에 오늘도 또 회개하고 또 회개하며 오늘은 100m 밖에 못 갔더라도 내일은 200m를 함께 가려고 한다. 이 세상은 우리 맘대로 왔다 가는 곳이 아니며 과정적 존재임을 자각하고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 변해가는 그런 존재이길 날마다 기도하며 회개한다.  

‘주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했는데 나에게는 항상 내일 밖에 없었음을, 오늘의 기쁨이 내일에 대한 기대보다 약했음을 깨닫고 이제부터라도 내 동행자들에게 어떤 척(pretending)이 아닌 진정한 내가 되어 나의 아픔과 슬픔과 기쁨 그 모두를 공유하고 표현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오늘의 기쁨을 누리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모두가 우리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과 그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오늘을 기뻐하는 여러분이 되시길 기도한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나의 몸 같이 오늘.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윤대승
참좋은여행 대표이사
dsyoon@verygood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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