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행사의 가격경쟁과 덤핑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량 확보를 위한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은 여행시장을 붕괴시켰고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 홈쇼핑과 관련된 여행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외형위주의 경영에서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바꿨다. 그러나 여행사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비즈니스의 세계는 비싼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예를 들어(2005년 기준) 중가 텔레비전 시장은 40% 감소한 반면 고가 상품 시장은 33%, 저가 상품 시장은 7%의 성장을 했다. 또한 중가 호텔 시장은 15% 감소한 반면 저가 호텔 시장은 13% 성장했다. 식료품의 경우 중가 시장은 24% 감소하고 저가 시장은 23% 성장했다. 여성의류는 중가 시장은 18% 감소하고 고가와 저가 시장은 각각 9% 성장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이미 소비자 지출 3조7,000억 달러 중 저가 시장이 1조 달러 이상을 차지했으며(2005년 기준) 2000년대 말에는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가 시장과 저가 시장으로 양분되는 현상에 비추어 보면 일본 JTB여행사의 싱가포르 여행사 인수는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는 2014년 3월 싱가포르 관광업체 다이너스티트래블의 주식 전량을 인수했다. 총 매입 가격은 수십억 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이너스티는 동남아 부유층을 대상 고객으로 삼고 있는 고급형 여행사로 2013 회계연도 매출은 총 7,42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주 방문객은 한국과 중화권 관광객이 다수를 차지해왔지만 엔저 효과에 동남아 관광객 수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이번 인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일본을 찾은 동남아 국가 관광객 수는 직전 해보다 48%나 늘어난 115만 명을 기록했다. 131만명인 중국 관광객에 근접한 수준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로 관광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2년 860만명이었던 일본의 해외 방문객 수는 2013년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뉴스핌, 2014년 3월18일자). 

이러한 움직임을 우리나라 여행사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중저가 패키지와 항공권덤핑판매로 치닫고 있는 시장은 외환위기 이전처럼 매출·시장점유율 경쟁으로의 복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의 우량기업들이 수익성 위주로 경영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젠 고가 시장으로 갈 것인지 저가 시장으로 갈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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