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사람은 점심 한끼같이 먹는데 무려 4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워렌버핏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 정작 자기 자신은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방법론과 자기개발서를 통해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은 어떻게 빼야 하는지, 공부가 제일 쉽다는데 비결은 뭔지, 담배는 어떻게 끊을 수 있는지 등을 쉼없이 묻지만 남들의 습관을 모방하고 그들의 생각을 주입하느라 나는 어디쯤에 있고, 어떤 것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정작 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 하면, 외국계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일하고 있지만, 내 영어 어휘력은 겨우 중학생 수준이다. <이찬승의 능률영어>에서 걸음마를 멈춘 듯하다. 겸손 떤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는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영어 마스터하기’가 새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빠지는 법이 없다. 나는 당장 올해 영어를 ‘완전정복’해야 직성이 풀리겠는데 산은 높고 계곡은 깊다. 의기소침해 질 때마다 서점에 가서 단어 책, 토플 책을 이것저것 뒤져가며 몇 권 고르고 나면 의지가 불타오른다. 그것도 꼭 ‘고급’ 과정만 사게 된다. 모르는 단어 투성이다. 아는 단어조차도 희한한 구문으로 둔갑해 해석자체가 안 된다. 재미없다. 재미가 없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급하고 중요한 게 늘 먼저 생각이 나고, 책에 손이 안 간다. 어렵게 한 번 잡아도 모르는 어휘를 찾아 헤매느라 두세 시간이 후딱 가니 공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수많은 헬스클럽이 석달에 고작 12만원만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이유는 6개월, 1년짜리 연회원권을 무작정 끊어놓고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그것도 런닝머신 위에서 TV만 보다가 ‘아이고 힘들어’, ‘아이고 배고파’ 생각뿐인 나같은 사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뻐지고 싶고 뭐든 잘하고 싶은 욕망은 아름답고 건전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시작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내 발 바로 밑에서. 그리고 삶이 그렇게 고통스러워서야만 되겠는가. 몸에 달라붙어 삶의 일부, 습관이 되지 않으면 늘 얻어 입은 옷 마냥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사실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는 생각처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리고 어떤 변화 건, A에서 B가 되기 위해서는 A-B의 중간단계가 분명히 있고, 그 시기는 불편한 게 당연하다.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어떤 성공한 사람의 인생도 나와 같을 순 없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상황과 그에 대한 응전 속에서 각 사람의 손금처럼 비슷한 듯 보여도 단 한 개도 같을 수 없는 유일체로 살아왔다.

운동은 내 근육에 자극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트레이너의 멋진 시범 동작을 따라하는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내 근육의 정확한 움직임을 트레이너가 모두 알 턱이 없다. 공부도 일도 그렇다. 성공한 사람들은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그들만의 프레임을 만들고 그에 가속도가 붙고 많은 지원을 받아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출발은 모두 나 자신, 바로 지금, 여기 발 밑이었다. 우연에, 권위자에게,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그 시간에 무책임하게 나를 내 맡기지 않는 것, 어떤 자기개발서보다 먼저 읽어줘야 할 것이 바로 내 마음, 내 생각이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바뀐다. 습관을 바꾸면 성격이 바뀐다. 성격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박지영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www.facebook.com/fijia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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