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여행업계에도 숙연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참사와 직접 연관이 있는 산업인 만큼 하나하나의 행동에 각별히 조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여행사들은 전략적으로 시작했던 TV광고를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했고, 각종 론칭·기념 행사와 팸투어도 줄줄이 취소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코앞으로 다가왔던 축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각종 행사와 축제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

노랑풍선은 지난 12일 배우 이서진을 모델로 내세운 지상파 TV광고를 야심차게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나흘 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자 해당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노랑풍선 미디어홍보팀 관계자는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 여행을 홍보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한 홍보, 마케팅도 전부 중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지상파 TV광고에 돌입한 참좋은여행도 사고 발생 직후 광고를 대폭 축소했다. 애초엔 월드컵으로 시선이 분산되기 쉬운 6월을 피해 4~5월에 TV광고를 집중 진행할 방침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참좋은여행 이상필 홍보팀장은 “사정상 전면 중단은 어려워, 줄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축소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행사도 줄줄이 취소·연기됐다.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대구 엑스코 전시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는 행사 자체를 취소했으며, 토파스는 지난 24일 새로운 예약시스템인 ‘TOPAS SellConnect’ 출시를 기념해 준비한 행사를 국민적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연기했다. 토파스 측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8월까지 기존 시스템과 신규 시스템을 병행 운영할 예정인 만큼 이 과도기적 운영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기념식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레일은 ‘평화열차 DMZ 트레인’의 본격 운영에 앞서 25일과 29일 개최하려했던 시승행사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DMZ트레인은 사전 홍보행사 없이 오는 5월4일부터 서울역-도라산역 구간의 하루 2회 왕복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세부퍼시픽도 비자카드와의 제휴를 기념해 지난 24일 진행할 계획이었던 기자간담회 및 행사를 취소했다. 세부퍼시픽 측은 참가 예정자들에게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애도에 동참하고자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단 한 명의 실종자라도 무사히 생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이메일을 전송했다.

5월로 예정됐던 전국 각지의 축제들은 대부분 무기한 연기됐다. 보성군은 5월2일부터 6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40회 보성다향제녹차대축제’를 국가적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전라남도는 당초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예정됐던 서울시관광협회 일반여행업위원회 소속 여행사 대상 남도체험답사 팸투어를 취소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공무원 등 단체 예약도 대거 취소
 
-신규 예약 문의도 위축

이런 분위기는 여행 예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월호 사건 직후부터 여행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예약보다 취소가 많은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여행 취소는 주로 학생단체와 교직원, 공무원 단체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여행자들은 간간이 취소 문의를 하기는 하나, 실제 취소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취소가 일어나는 그룹들이 상당히 규모가 크고 수학여행 시즌을 맞아 예약이 많았던 탓에 여행사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지금(4월24일)까지 4월부터 6월 사이 예약자 중 취소 인원은 여행사별로 6,000여명에서 1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여행사 관계자는 “학단만 1만8,000명이 빠져나갔다”며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떻게 할 수가 없다”라고 현황을 전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국내여행과 중국, 일본 지역 취소가 많다. 국내의 경우 선박을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 있는 홍도, 흑산도 등 섬 여행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본 또한 부산에서 출발하는 페리 상품이 많은 탓에 취소율이 높았다. 중국은 학생단체, 공무원 여행으로 많이 가는 지역이다. B여행사 관계자는 “세월호 관련 취소 6,000명 중 2,000명은 국내여행자”라며 “큐슈, 대마도 등으로 가는 부산 페리 상품은 초토화 상태”라고 전했다. 같은 여행사 일본팀 관계자는 “손실판매가 10~15%”라고 밝히기도 했다. 

예약문의도 대폭 줄었다. 한 항공사 세일즈는 “아는 OP가 예약 전화가 없어 심심하니 사무실로 놀러오라고 할 정도”라고 말해 여행사의 보릿고개를 예상하게 했다. 5월의 경우 연휴가 있어 전년 대비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예약 취소가 끊이지 않고, 당분간 분위기 역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잘하면 작년 수준, 못하면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거란 설명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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