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도 들었다. 나라에 큰 화가 일어나면 으레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라온다. 1999년 씨랜드 화재, 2011년 춘천 산사태, 2013년 태안 해병대 캠프사건 그리고 불과 두 달전 발생했던 경주리조트 참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 마다 정부는 안전불감증을 근절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낸다. 그러나 사고는 또 나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꽃다운 청춘을 잃어야 하는 것일까.

정부도 문제지만 여행업계도 안전불감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인 지난 17일, 모여행사 해운 선박은 승객 618명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던 중 모두 4개의 엔진 가운데 1개에 이상이 발생해 애초 운항 소요시간보다 50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이튿날에도 승객 754명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던 중 다시 같은 엔진에서 이상이 발생해 역시나 50분가량 도착이 늦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선박이 엔진 고장을 수리하지도 않고 다시 한 번 승객 427명을 태우고 운항을 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동해지방해양항만청은 이달 30일까지 여객선을 휴항시키고 그동안 선박을 수리할 것을 지시했다고는 하지만, 풍랑이 심하고 접안시설이 열악한 동해의 환경 상 자칫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어디 뱃길뿐이랴.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사이판으로 향하던 국적기는 이륙한지 1시간쯤 지나 계기판에 ‘엔진 오일필터 이상’ 경고등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사이판으로 비행했다. 그러나 당시 해당 여객기의 엔진 상태는 운항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엔진 오일필터 주변에 쇳가루가 묻어있을 만큼 엔진의 마모가 심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국적기는 엔진을 국내에서 현지로 운송해 교체했고, 11시간 지연 끝에 돌아왔다. 

모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일어난 일이자 얼마나 업계가 안전불감증에 젖어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여행은 그 특성상 언제든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여행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언제나 안전을 담보로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량 이동시 안전벨트를 강조하는 가이드조차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안전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싹싹하고 친절한 안내도 중요하지만 깐깐하고 철저한 준비야 말로 여행 전문가가 갖춰야할 덕목이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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