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이후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하다.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쇼핑도 자제하고 여행은 피하고 있다. 혹 희생자나 유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행동은 자제하고 전 국민이 자숙하고 있다. 관광업계도 마찬가지다. 수학여행은 전면 취소되고, 크루즈여행도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배를 이용하는 여행은 모두들 꺼린다. 그다지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던 레일바이크조차 고객이 급감했다. 

야간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치안과 안전이 한국여행의 큰 매력이었는데,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승무원 등 사고 소식이 전 세계 매스컴을 통해 여과 없이 알려져, 외국인들이 한국의 안전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관광의 기본인 ‘안전’과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무릇 큰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하인리히의 법칙대로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아찔한 순간이 300회나 일어난다고 한다. 세월호의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 다만 ‘안전ㆍ도덕 불감증’과 ‘악성 관례’가 악성종양처럼 연이어 생겨나 큰 사고가 됐다.

그러나 이젠 아픔을 딛고 일어서자.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서해페리호 침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천안함 폭침,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세월호 참사로 이어진 악몽의 고리를 이젠 끊어버려야 한다. 그게 진도 찬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사죄요, 땅에 떨어진 대한민국 신뢰도를 회복하는 길이다. 

먼저 실명제를 일상화하자. 정책실명제란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책을 결정ㆍ집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 및 참여자의 실명과 의견을 기록·관리하는 제도다. 이미 조선시대 초기부터 성을 쌓는 데 사용된 돌마다 깎고 다듬은 이의 이름을 새겼다. 지하철 승강장에는 건설현장 소장의 이름이 나타나 있다. 그런 실명제를 정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시키자. 그럼 누가, 언제, 어떻게 허가를 하고, 정비와 현장점검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신속히 대응도 할 수 있고 책임도 분명해 진다. 물론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포상도 주어지게 된다. 또 선거철만 되면 잘된 일은 자기 공이요, 잘못은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일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음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와 잘못된 관행은 뿌리가 뽑힐 때까지 발본색원해 철저히 다스려야 한다.

부정한 경험자보다는 깨끗한 사람을 전문가로 육성하자. 젊은 취업희망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이를 위해서는 사정ㆍ감사기관이 엄정하고 공정해야 하고, 이들의 불법행위는 더욱 엄격히 다스리는 것이 옳다. 오늘날 회계법인은 감사를 잘못하면 변상도 한다. 그러나 공공 감사기관에서 잘못해 변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감사부서에 근무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도록 명문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행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양보다 질이 중시되는 사회로 만들자. 이제 ‘빨리빨리 문화’에서 ‘원칙대로 문화’로 바꿔야 한다. 일본의 아리아케호도 세월호와 비슷한 원인으로 침몰됐었다. 그러나 그들은 침몰원인인 화물고정 장치를 보다 철저히 시행하게 돼 이후에는 사고가 없어졌다고 한다. 우리도 세월호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자. 화물을 철저히 고정시키면 도착해서 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 밧줄로 적당히 묶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이미 수출용 차량은 철저히 고정하기에 사고가 없지 않는가. 

끝으로 아직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연로한 승객에게 탈출순서를 양보하는 학생, 자기 몸보다 제자들을 먼저 생각한 교사, 승객을 돕다 희생된 승무원, 몸에 마비가 와도 구출에 나서는 잠수부들, 검은 리본을 달고 시합에 임하며, 거액의 헌금을 투척한 스포츠맨과 연예인들, ‘돌아와’라는 메시지의 노랑리본달기운동을 시작한 대학생들,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장
가천대학교 교수ysoh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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