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말이 있다.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말로, 큰일을 하기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보통 어떤 일이 닥치거나 닥칠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방법을 고심한다. 그러면 그 일을 피해갈 수 있는 좋은 묘수가 떠오르기도 하고, 혹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순간이다. 그저 몸을 웅크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때를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한 일들이 있다. 온갖 국가의 크고 작은 일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여행업은 특히나 그런 일이 많을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순간순간의 과정을 지켜봤고, 어떤 학자는 그 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가 트라우마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는 사건 이후로 해소될 수 없는 좌절감에 빠져있지 않은가. 행복을 팔아야 하는 여행업에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행복과 기쁨을 팔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 시점에서 해서는 안되고, 차마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5월에 들어서면서 꺽였던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마냥 모든 것을 멈출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 덕분에 여행업도 다시금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홍보활동을 시작하고,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마케팅도 펼친다. 그러나 아직까지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동남아에서는 반 년이 넘게 태국 시위가 끝나지 않으면서 손 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정 문제에 먼 외국의 여행업계가 어떤 힘을 쓸 수 있겠는지. 우리는 그냥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인거다. 

그러나 그저 손 놓고 있는 것보다 잠시 이 기회를 틈타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으로 바꾸어 생각한다면 상황이 호전됐을 때, 추진력있게 시장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불비불명이란 말처럼 정말 때가 왔을 때 높이 날고, 크게 울 수 있도록 말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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