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이 최근 발표한 5월 외국인 입국통계 속에는 관광교류에서 멀어져 가는 양국의 관계가 선명히 비쳤다. 양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최대 인바운드 시장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 제1의 인바운드 시장으로 등극하더니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최대 시장 자리에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그러잖아도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가 줄고 있었는데 5월에는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까지 더해져 하락폭이 더 컸다. 결국 4월에 이어 5월에도 대만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누계실적에서도 처음으로 밀렸다. 1~5월 일본 방문 대만인 수는 전년동기대비 42% 증가한 113만명에 달했지만 한국은 107만명으로 오히려 4% 줄었다. 이런 추세대로면 올해 한국은 방일 1위 시장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수는 더 처참하다. 2012년 9월 이후 올해 5월까지 무려 21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올해 5월 방한 일본인 수는 20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 감소했다. 2012년 5월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무려 36%에 달한다.

서로 최대 인바운드 시장이었던 관계가 산산조각 났는데 당사자들만 속을 끓일 뿐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양국 모두 여기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일본은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여 한국인이 급감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초로 방일 외래객 1,000만명 고지를 넘었다. 올해는 중국 시장도 되살아나 매월 최고기록 행진이다. 한국 역시 일본 시장의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월 5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 덕택에 전체 방한 외래객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니 양국 모두 ‘너 없어도 잘만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정작 ‘너 없으면 안되는’ 당사자들의 속은 까맣다. 일본 인바운드 업계에는“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와 관광공사 등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울분만 가득하다. 정치 경제 외교적 문제에서 파생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소극적, 책임회피성 상황인식은 곤란하다.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과 행동을 보다 강화해야 할 때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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