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가이드협회가 ‘쇼핑센터 입점을 거부하고 정당한 가이드비용을 받겠다’며 선언했던 파업의 돌입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현지 랜드사들이 파업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펼치고 가이드협회와의 만남조차 거부하면서 8월15일로 예정됐던 파업은 일단 유보된 상태다.
관련기사 8월4일자 1, 2면

지난 13일 시드니 가이드협회 관계자는 “현지 랜드사들이 워낙 강하게 건강식품 쇼핑센터 입점을 요구해 파업이 유보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드니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가이드협회가 현지 랜드사들에 파업 내용 협상을 위해 만날 것을 요청했지만 단 한 곳도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국 내 호주 여행업계는 파업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이같은 상황을 예측했었다. 특히 호주 저가 패키지의 수익 대부분이 건강식품점 쇼핑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가이드 파업 조건인 ‘건강식품점 입점 거부’를 받아들일 랜드사는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또 가이드협회가 파업을 강행하더라도 현재 패키지 물량 대비 가이드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행사 진행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시드니 현지 랜드사인 하버시티의 김인환 대표는 “한인 가이드 75명 중 63명이 동참한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면 동료들이 하자고 하니 동의했을 뿐 실제로 참가할 생각은 없다는 가이드들이 많다”며 “가이드협회가 파업을 하더라도 기존처럼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드니 가이드협회 관계자는 “랜드사들이 반 협박 비슷하게 자사의 가이드들을 설득하는 바람에 가이드협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며 “조만간 가이드협회 회의를 통해 새로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 내 호주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저가 패키지 시장 개선은 필요하지만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의 한 호주 랜드사 관계자는 “가이드들이 진정으로 호주 여행시장 정상화를 원하는 것이라면 파업을 할 것이 아니라 현지 랜드, 한국 랜드에 협의를 요청했어야 했다”며 “가이드들이 일방적으로 파업한다고 해서 시장이 단숨에 변화할 순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직판여행사 대양주팀장도 “차라리 현지 랜드사들이 ‘너무 힘드니 지상비를 올리자’고 얘기하면 몰라도 가이드들이 나서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쇼핑이 과도하지만 않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10~15년 전에는 몇 배씩 바가지를 씌워 판매해 문제가 됐었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현재는 그런 행태가 사라졌다는 것. 하버시티 김 대표는 “기내 면세점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제품을 유통 구조를 줄여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며 “손님은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고, 여행사는 그 수익을 활용해 요금에서 경쟁력을 얻는 것이 왜 나쁘냐”고 반문했다. 서울의 P랜드사 소장도 “호주, 뉴질랜드 건강식품 중엔 가짜가 없고, 기내 면세가격보다 더 싸게 팔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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