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와 유행의 재생산은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수다. 과거, 유명한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에로영화 제목을 보고 낚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재치에 한번, 호기심에 한번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여행업계서도 여러 가지 패러디와 유행의 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정보의 홍수시대,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여행업계의 마케팅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패러디 유행어로 여행자 관심끌기 성황
-활용도 높지만 제작은 주먹구구식으로
-비슷한 형식에 여행사별 차별성 떨어져
 
여행자 눈길 잡는 ‘패러디’ 마케팅
 
여행지를 한 지역에만 한정하더라도 여행업계에서는 수많은 상품이 쏟아진다. 다른 여행사와 상품이 겹치는 것도 예삿일이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불꽃 튀게 벌어지는 이유다. 특히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직판여행사들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가장 흔한 방법은 가격적인 혜택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특가’, ‘세일’, ‘땡처리’ 등의 표현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상품가보다 저렴하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한다. 패러디 또한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누구나 잘 알 법한 트렌드를 여행과 접목시켜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끄는 것이다. 

최근 진행된 여행박사의 ‘명량’ 패러디가 대표적이다. ‘특가대첩-신에게는 아직 12개의 특가좌석이 남았습니다. 특가좌석이란 신속하면 예약될 것이고, 늦으면 없을 것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담당자 조태익 사원의 얼굴이 이순신 장군 얼굴로 합성돼 같이 등장했다. 단순히 유행어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패러디의 일환이 된 것이다. 조 사원은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기 전에 선행되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와 함께 재미요소를 가미하면 금상첨화라 생각했고, 비록 패러디지만 상품판매자의 얼굴 노출을 통해 고객에게 신뢰를 높이고자 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밖에 ‘일본여행 추석에 안가면 아이고~ 의미없다~(노랑풍선)’. ‘연휴에 떠나으리(롯데관광)’, ‘이건 여름 특급 여행이야(노랑풍선)’ 등도 유행어를 적극 활용한 경우다. 사진과 글자체, 캐릭터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기획전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덤이다. 익숙함과 함께 여행과 접목된 표현에서 재미를 느끼게 함으로써 여행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노랑풍선의 홍보팀 관계자는 “여행자를 만나는 통로가 웹”이라며 “눈에 띄어야 클릭도 잘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잘 만들어진 기획전은 SNS마케팅 등에 2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자체적으로 소비자에게 발송하는 뉴스레터에도 이런 특징이 드러난다. 쉴새 없이 쌓이는 것이 메일이다 보니, 스팸으로 여겨지거나 클릭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랑풍선 홍보팀 관계자는 “광고성 메일이기 때문에 오픈이 안되면 소용이 없다”며 “최대한 눈에 띄어서 한번이라도 열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6월 황금연휴 준비 딱! 끝’, ‘봄여행,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등은 노랑풍선에서 발송한 메일 제목이다. 반응도 좋다. 카톡 등에서도 ‘기발하다’, ‘누가 이런 제목을 지었느냐’ 등의 소비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고 있다.
 
재탕, 삼탕에 빠진 유행어
 
이런 마케팅 방법은 여러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입증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클릭을 유도하는 정도가 영업과 직접 연결되는 여행업계에서 아직 체계화된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해당 상품 부서마다 자체적으로 기획부터 전 과정을 진행하고 있어 회사 차원의 통일감을 유지하거나 ‘선택과 집중’에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나 전담 부서 없이 담당자의 입맛대로 만들어지다 보니 중복은 물론 뻔한 옷을 입은 경우도 흔하다. 
 
한 사이트에서만 ‘으리’가 두 세번씩 사용되고, 여러 기획전에서 한결같이 ‘특가세일’ 중이다. 그렇다보니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각종 유행어를 활용한 마케팅은 여행사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 쇼핑몰 등 여러 사이트에서 이미 노출되고 있어서 유행어 베끼기의 수준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광고 속의 재치있는 그림이나 문구는 기억을 해도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상품은 기억하지 못하는 허탈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나친 포장이 오히려 신뢰를 떨어드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마감 직전의 마지막 상품이라는 문구를 보고 구매를 했는데 결제 후 며칠이 지나도 같은 상품이 계속 판매가 되고 있거나  특가인줄 알았던 상품이 일반 상품과 가격이 똑같은 경우도 많다. 과장된 표현과 욕심이 오히려 독을 부른 경우다. 

여행사별로 진행되는 기획전을 한데 모아 본다면 어느 여행사의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이미지가 비슷한 것도 문제다. 일부 브랜드 포지셔닝이 잘 된 업체들을 제외하고 작은 여행사일수록 더욱 그렇다. 비슷비슷한 홈페이지 구성과 기획전 배너 등을 보다 보면 어느 여행사 사이트에 들어와 있는지 잊어버리기도 일쑤다. 
 
포장의 기술 전문성 갖출 때  
 
이런 문제 때문인지 여행사에서도 브랜딩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대적인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감성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하고 자체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사를 대표하는 컬러를 주로 사용해 통일성을 갖춰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유행어를 얹어 재치있는 기획전을 벌인다면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본인의 색을 찾거나 색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몇해 전, CJ제일제당의 설탕 브랜드였던 ‘백설’이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다. 설탕에 한정되어 있던 범위를 올리고당, 밀가루, 식용유, 양념장 등으로 확대했다. 로고를 변경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맛은 쌓인다’는 정통성을 강조하는 홍보활동을 벌였다. 설탕 브랜드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업체로 변화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이 투입됐다. 롯데주류의 ‘청하’는 라벨을 변경한 뒤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8.5% 가량 증가했다는 수치도 나와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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