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오랜만에 여유로운 출근길을 맛보았다. 매일 아침 이미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에 몸을 싣고 오지도 가지도 못한 채 다니던 길이었으나 최근 며칠은 앉아서 오기까지 했다. 7말8초(7월 말 8월 초) 여름휴가의 영향이다. 인천으로 출퇴근을 하는 한 취재원은 함께 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매일 아침 출근길이 요즘만 같으면 서울에서 인천까지 자동차로 출퇴근 할 맛 나겠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바다로, 해외로 여름휴가를 간 덕분이다. 

여름휴가 기간은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 수요도 많아 ‘여행 성수기’로 불린다. 항공가격부터 숙박료, 음식까지 어느 하나 비싸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도 1년 중 가장 길게 쉴 수 있는 시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더운 7말8초를 고집해 여행을 떠난다. 

지난 한 주, 다수의 취재원에게 물었다. “여름휴가 계획은 없으세요?” 돌아온 대답의 대부분은 “여름휴가는 성수기 지나고 가요”였다. 그중 한 취재원은 대답에 이어서 자신이 최근 ‘여행사 직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에 근무하는 그는 최근 회사에 머물러야 할 지,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10여 년 동안 몸담아 온 여행사에서 다른 사람의 여행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나의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들었다고. 물론 그 회의감에는 오랫동안 근무한 회사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섞여 있었다.

또 다른 여행사 직원 역시 우스갯소리로 “퇴사 할지 모르니 많이 봐둬라”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소비자들의 전화를 받다보면 자신의 일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 콜 센터 직원인지, 여행사 직원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한참 하소연을 하던 그 역시 “휴가는 10월부터 연차 소진해서 2~3일 쉴 수 있지 않을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장 뜨거운 때 자신의 휴가를 반납한 채 다수의 여행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행사 직원이다. ‘뜨거울 때’ 쉬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뜨겁게 쉴 수’ 있는 분위기 정도는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자신의 휴가만큼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말이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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