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까운 근무지로 출근한다. 팀원들은 없지만 전화와 메신저로 소통하며 업무를 관리한다. 새로운 근무 시스템을 도입한 하나투어의 이야기다. ‘거점 근무’로 통칭되는 새로운 시스템은 업계 내 화두다. ‘과연 업무가 잘 돌아가겠느냐’는 우려부터, ‘혁신적이다’란 평까지 시선은 다양하다. 하나투어의 새로운 근무 시스템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서울 내 총 9개 거점 운영, 350여명 지역 거점 근무
-소통 문제 및 인사 불이익 우려 VS ‘초기 시행착오일뿐’
-개인 역량 중요한 여행업무, 신규 모델 제시에 호기심
 
 
면세점 운영으로 거점 근무 불 붙어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본사를 두고 전 직원이 출퇴근 하는 구조다. 여행업 또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하나투어 또한 지난 8월까지 같았다. 그런 점에서 8월 말부터 하나투어가 실시한 거점 근무는 여행업계에서 유일무이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거점 근무를 간단히 설명하면 본사인 중앙 거점과, 서울 각 지역에 만들어진 지역 거점에서 직원들이 분산돼 근무하는 것이다. 하나의 팀이라 할지라도 팀원들은 각 지역 거점에 흩어져 있을 수 있으며,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협력한다. 

거점 근무는 크게 보면 하나투어가 지난 3년간 경영목표로 삼고 있는 ‘스마트 워킹’에 포함된다. 스마트 워킹은 불필요한 조건에 제약을 받지 않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미 영업사원들의 경우에는 본사가 아닌 무교동 부림빌딩을 거점으로 두고 거점근무를 해오고 있었다. 이번에 실시되는 것은 영업사원 외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그 범위가 넓혀졌다는 데 차이가 있다. 

전 직원에 대한 거점 근무 담론이 시작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하나투어가 시내면세점 건물로 인사동 본사를 지정한 뒤, 지난 7월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기 때문이다. 기존 인사동 본사 건물 12층 중 지상 8개 층과 지하층을 사용했지만, 면세점 운영을 하게 되면 6개 층밖에 쓸 수 없게 된다. 면세점이 지하부터 지상 6층까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본사 건물이 전 직원을 수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 거점 근무 논의에 불을 지피게 된 셈이다. 하나투어는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으로 인해 팀별, 부서별로 유연근무 비중을 대폭 확대하게 되며, 개인과 팀별 업무를 체계화하고, 업무방식을 유연근무에 맞게 변경하는 과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상품팀 위주 분산, 관리부는 중앙에
 
구조는 크게 중앙 거점과 지역 거점으로 분리된다. 중앙 거점은 인사동 본사이고, 면세점 공사를 할 동안은 을지로 파인애비뉴 사무실이 중앙 거점의 역할을 한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인사동 본사가 중앙 거점이 된다. 중앙 거점에는 총 800여명의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지역 거점은 노원, 왕십리, 선릉, 연신내, 부평, 화정, 신도림, 범계 등 총 8개 지역에 운영된다. 지역 거점 근무자들은 사전 신청을 받았으며, 현재 거점 근무 중인 직원은 총 350여명이다. 지역 거점의 경우, 일반 사무실처럼 개인 자리가 배정되지 않고 일종의 카페처럼 매일 자리를 잡는 곳이 개인 자리가 된다. 퇴근 시에는 물건을 정리해 사물함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앙과 지역 거점 근무는 부서별로 약간의 차이를 가진다. 주요 상품 부서는 직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지역 거점에서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 상품팀의 특성상 굳이 모여 있지 않아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IT부서, 재무관련 부서, 경영관리 부서 등은 중앙 거점에 배정됐다. 하나투어는 주로 “업무특성에 따라 고정좌석이 필요한 부서는 중앙 거점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업무가 일부에 한정되지 않고 총체적인 경우나, 직원들의 손이 필요한 작업이 많은 부서도 마찬가지다. 

향후에도 자유롭게 거점 이동이 가능하다. 인사동 본사가 완공되고 중앙 거점이 이동하게 되면 한차례 더 대대적인 직원 분산이 있을 예정이다. 이후 팀별로 논의 후 근무지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파격 모델에 갑론을박 거세
 
확대된 하나투어의 거점 근무는 파격적인 근무 체제다보니 내부에서도 여러 갑론을박이 있었다. 외근직이 아닌 내근직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하는 회의나 업무 지시를 못하게 되므로 업무효율에 대한 의심이 불거졌다. 크게는 거점 근무자에 대한 인사평가 문제도 대두됐다. 혹자는 “거점 근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승진을 포기한 사람들”이라며 “회사가 커지면서 늘어난 차장, 과장급이 더 이상의 승진을 기대하지 못하고 거점 근무를 선택하는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관리자가 보지 못하는데 인사평가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 골자였다. 거점 근무가 실시된 후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었다.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으로 운영되는 지역 거점에서 개인 물품을 그대로 놓고 다니며 지정석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소한 문제도 생겨났다. 

하나투어는 시행착오에 불과하단 입장이다. 하나투어는 “기존에도 메신저와 전화가 주요 소통 수단이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끝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팀에 따라 중간 지점에서 모여 미팅을 진행하는 등 재량껏 회의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초기 막연한 불안감을 가졌던 직원들도 지금은 불안감을 많이 해소한 상태라고 전했다. 

인사평가와 관련해서는 ‘근거 없는 뜬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스마트 워킹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더 중요시 보는 방식”이라며 “어디에 있건 본인의 업무를 잘 수행하면 인사평가와 승진에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체제로 인해 보다 객관적인 지표와 성과에 따른 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균형이 필요하다. 성숙한 조직문화가 기반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자의 경우 효과적으로 업무방향을 정하고 업무를 배분하는 능력을, 팀원들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내야하는 만큼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 근무 확대될까?
 
이제 막 시작 단계라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업계는 하나투어의 새로운 근무 체제가 지금까지의 방식을 크게 벗어난 모델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본 틀이 갖춰지면 그 이후의 업무는 모두 개인의 역량에 달린 것이 여행사 업무의 특징이다. 하나투어 또한 거점 근무에 대해 설명하며 “여행업은 맨파워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이라며 자유로운 근무 형태가 접목될 수 있는 직종이라는 데 동의했다. 따라서 이번 체제의 성공 여부가 지금의 여행사 운영 방식에 큰 물결을 자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처음 듣는 방식이라 관심이 간다”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행업 업무는 어디에서 해도 하등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팀원들이 분산되면 일을 하는지 어떻게 감시할 것이며, 결속력이 없어질 것”이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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