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여행사 A과장이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놨다. 자기는 더 이상 신상품 개발에 힘쓰지 않겠다며 말이다. 신상품을 만들어 잘 팔린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너도나도 상품을 베끼니 허무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더해 “상품 뿐 만이 아니다. 기획전, 프로모션 등 괜찮은 마케팅을 진행하기라도 하면 여기저기서 따라한다. 처음에는 해당 여행사에 항의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며 지쳤다고 했다. 

여행업계 ‘여행상품 베끼기’가 만연하다. 내거는 여행사와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일정의 상품들이 수두룩하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일정으로 인기를 끄는 상품을 베껴 똑같은 상품을 출시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큰 문제로 인식조차 하지 않는 데 있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비슷한 상품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어차피 방문하는 도시들은 한정적인데다, 일정을 독창적으로 개발해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행업계도 ‘배타적 사용권’ 도입이 필요한 때다. 배타적 사용권은 독창적인 상품을 개발한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다른 회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권한이다. 보험업계 및 금융권에는 일찍이 배타적 사용권을 도입했다. 업계에 만연했던 ‘상품 베끼기’를 막기 위해서다. 

생명보험 업계의 경우 생명보험협회에서 독창성, 유용성, 진보성, 준법성 및 노력도 등의 심의 결과에 따라 3~6개월 간의 단독 사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배타적 사용기간 동안 타사에서 유사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배타적 사용권 침해신고서’를 제출해 타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할 수 있다.

여행업계도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 베끼기가 당연시 되는 풍토는 여행사 상품개발자들을 지치게 했다. 독창적이고, 여행자에게 정말 필요한 상품이 무엇인지 고민하려 하지 않고 있다. 여행자의 니즈는 급변하고 있다. 그들의 니즈를 반영한 신상품의 부재는 여행자의 발걸음 마저 돌리게 한다.

배타적 사용권을 도입한다면 여행업계 시장 경쟁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여행사 및 담당자들도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개발이익을 보호하고 상품복제에 따른 무임승차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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