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객의 폭발적인 증가와 여행 소비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행업의 가격 전략은 ‘저가 전략’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마케팅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중에서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는 것은 가격 전략이다. 물론 나머지 3가지도 수익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지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언제나 가격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가격 전략을 산업과 고객의 변화와 무관하게 수십년동안 ‘저가 전략’만을 고수 한다는 것은 가격 전략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격 전략이 아예 없는 것이다. 여행업의 일관된 ‘저가 전략’은 결국 가격에 대한 전략 없음으로 그 어떤 가격 전략보다 위험하다. 그렇다면 여행사, 현지여행사, 가이드 등 여행업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정부나 심지어 고객조차 반가워하지 않는 여행업의 고집스러운 ‘저가 전략’이 변함없이 유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 비수기가 되거나 사건, 사고 등 외부환경 변화로 여행 수요가 줄어들 때마다 ‘저가 전략’이라는 진통제를 진단 없이 쉽게 스스로 처방함으로써, 여행업이 어느새 ‘저가 전략’이라는 진통제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업의 ‘저가 전략’ 진통제 중독만큼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들이 ‘저가 전략’ 진통제에 내성이 생겨 더 자주, 더 강력한 진통제를 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저가 전략’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검증되었음에도 여행업의 ‘저가 전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짝퉁(위조품) 명품 가방의 사라지지 않은 이유와 같다. 짝퉁이 판치는 명품 가방과 달리 자동차나 핸드폰의 경우 짝퉁이 없다. 자동차나 핸드폰의 짝퉁이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는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다. 똑같은 기술 수준의 자동차나 핸드폰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짝퉁을 만들지 않고 자신들의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면 될 것이고, 기술적으로 비슷하지 않고 디자인과 외형만 비슷한 자동차나 핸드폰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동차와 핸드폰은 짝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명품 가방의 경우 브랜드와 가격의 차이에 비해 제작 기술의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에 가방 제작 기술을 가진 업체의 경우 짝퉁 제작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 또한 자동차나 핸드폰과는 달리 명품 가방의 경우 디자인과 외형이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우면, 가격이 저렴한 명품 가방의 짝퉁을 사게 되는 것이다. 여행 상품은 자동차나 핸드폰 보다는 가방에 가까우므로 ‘저가’의 짝퉁 여행 상품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행 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거의 같다. 때문에 여행객은 가장 저렴하게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저렴한 여행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행객들이 저가 여행상품에 대해 욕하면서도 찾는 이유는 여행객의 소비 형태 문제가 아니라 고가 여행상품과 저가 여행상품의 차별성이 가격의 차이를 수용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행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가 전략’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저가 전략’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원 치료는 국가와 도시 같은 목적지 중심의 여행상품 개발에서 탈피하여 다른 여행사가 쉽게 따라하지 못하도록 독점적이고 지배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속성 중심의 여행상품을 개발하여 고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것이 ‘저가 전략’ 중독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독점적이고 지배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가의 속성 중심 여행 상품 개발전략은 전문성을 확보한 일부 여행사를 제외하면 ‘저가 전략’의 중독을 벗어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어렵다. 그러므로 고가의 차별화된 상품개발 전략은 기대와 달리 공허한 대안이 되기 쉽다. 현실적으로 전문성을 확보한 속성 중심의 상품혁신이 어렵다면 남은 것은 원가혁신이다. 원가혁신에서 원가는 현지 여행사 비용과 가이드 비용, 호텔 항공 비용 등 제조원가(Product Cost)가 아니다. 제조원가혁신은 ‘저가 전략’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원가혁신에서 원가는 광고비, 판매비, 관리비로 구성된 기간원가(Period Cost)를 의미한다. 기간원가 혁신을 위해서는 여행사 내부의 업무프로세스 혁신과 판매비, 광고비, 관리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판매비, 광고비, 관리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원가혁신이 ‘저가 전략’의 중독에서 후유증 없이 빠져나올 수 있는 안전한 길이다. 기간원가 혁신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빠른 실행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다. 
 
K-TravelAcademy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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