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여행사의 12월 유럽예약은 풍비박산이 났다. 항공사라고 괜찮을 리 없다. 지난 1일 A항공사 세일즈맨은 “12월 대부분 날짜의 좌석이 텅텅 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와중에 B항공사를 둘러싸고 시끄럽다. 일부 여행사에 제공하는 유럽 노선 그룹요금을 40만원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수요위축 상황을 타개하자는 목적일 텐데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상당히 많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우리는 70만원대 요금에 유류할증료와 세금도 더해지는데, B항공사는 그 가격에 유류할증료도 받지 않는다”며 “아무리 시장이 어렵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낮춰버리면 시장질서만 교란시킬 뿐”이라고 목소리를 키웠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이것이야말로 덤핑판매 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파트너인 여행사 입장에서도 파격적인 요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B항공사가 이 요금마저 제대로 팔지 못하면 내년 하계블록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아무리 저가로 상품을 내놔도 반응은 미온적이다. 혹시라도 좌석을 채우지 못해 다음 시즌 블록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B항공사는 지난 10월 ‘2015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이미지 가치 최우수기업’ 상을 수상했다. 이해 관계자 중심의 경영방식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대내외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과 신뢰를 받는 기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경쟁 항공사들은 물론 파트너 여행사마저도 곤혹스러워하는 현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유여서 씁쓸하다.

기업이 자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판매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판매하는 행위도 자연스럽다. 어디까지나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과 신뢰가 전제될 때의 얘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을 포함해 이해 관계자 모두 혼란에 빠지고 피해를 보는 악순환만 거세질 뿐이다.

위기는 또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 때마다 근시안적인 대응에 급급하다보면 위기는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 안목의 좀 더 세련된 대응, 그것이 경영대상 수상 항공사에 바라는 바일 것이다.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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