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이래 국가위기설이 회자되지 않았던 적이 어느 해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싶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연륜이 비교적 짧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경제적인 안정과 행복을 희구하는 국민의 입장으로선 안타까운 일이다. 2015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새해의 경제전망은 온통 불투명하고 회색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고도의 압축성장으로 대변되던 우리 경제가 이젠 고질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OECD나 IMF 등의 외국기관과 한국은행과 KDI 등 정부기관이 발표한 2016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봐도 평균 3%를 넘지 못하고 정부 또한 지난 주 3.3%에서 3.1%로 전망치를 낮춰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기관들은 이보다도 더 낮은 2.7%나 2.8%로 전망하고 있어 아무래도 이쪽이 더 현실적이란 느낌이다. IMF 환란 이래 국내외적인 경제위기나 전세계적인 질병의 발생 등으로 거의 주기적인 어려움을 겪어 오곤 했는데 지난 해의 세월호 사건에 이어 금년은 메르스 독감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경제에 더욱 주름살이 깊어졌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의 한국경제 5대 이슈를 봐도 내년이 얼마나 힘겨운 해가 되리란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해 낼 수 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큰 손으로 탈바꿈한 중국의 경기침체가 대중국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차이나 리스크’란 불길한 그림자를 떨쳐내기 힘들 듯하고 지난 주에 미국이 단행한 기준금리의 인상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손 발생을 우려해 생길 수 있는 연쇄적인 자본유출이 우려 된다. 

소위 ‘원샷법’이란 이름으로 경영악화에 처한 기업의 구조개편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인 가칭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이 만들어질 예정인 건 반길 만 한 일이다. 구조개혁과 규제개혁 또한 경제의 정치화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걸 감안해 이 부분에 집중적인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제 누구나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 와 있다는 걸 부인하지 못한다. 

경제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기업인들은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속한 최고경영자들의 52%가 ‘내년에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30%는 ‘현상유지를 하겠다’고 했으며 18%만이 ‘확대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76%가 현재 경기상황을 ‘장기형불황’으로 평가했고 91%가 넘는 응답자들이 지금의 시황을 ‘경기저점’이라고 보면서 단기간 내에 회복국면으로 전환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와 포스코를 포함한 대기업들은 이미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인데 의무적인 장기휴가와 무급순환휴직 등 스테리오타입의 방안 외에도 본사 사옥의 매각과 사무실 조명의 조도를 낮추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해 이미 실시 중에 있다. 

그럼 과연 이러한 어려움이 우리나라에만 있을까?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글로벌저성장, 저물가와 불확실성 증폭’등 가히 ‘뉴애브노멀시대’에 살고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으며 거의 고착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더욱 우려 되는 점이기도 하다. 파리 테러 사태 이후로 해외여행이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금년 한 해를 놓고 보면 사상 최대의 내국인이 해외여행을 할 것으로 전망이 된다(승무원 포함 약1,900만 명). 심지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앞서 있고 인구도 두 배 이상 많은 일본보다도 더 많은 출국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은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과는 조금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도 주긴 하지만 한편으론 앞으로의 희망을 갖게 한다. 논리나 과학으로는 설명이 덜 되겠지만 우리에겐 반전 드라마를 쓰는데 익숙한 DNA가 있다. 부디 새해에 우리나라의 경제나 여행업계에 짜릿한 역전드라마가 쓰여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독자 여러분 모두께 새해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