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BSP 항공권 발권액은 9조1,094억원에 달했다. 연간 10조원 시대도 코앞이다. 여행시장 성장의 결과다. 과연 여행사는 이에 걸맞은 수혜를 입었을까? 여기 또 다른 숫자가 있다. 870억원이다. 2015년 TASF(Travel Agent Service Fee) 부과액이다. 그러니까 여행사가 항공권 발권업무에 대한 대가로 소비자에게 부과한 액수다. 양대 국적항공사를 비롯한 거의 모든 항공사가 더 이상 여행사에게 커미션(Commission)을 주지 않으니, 여행사가 항공권을 팔아 얻는 수익은 사실상 이 TASF가 전부다. 

과연 충분했을까? ‘제로컴(Zero Commission)’ 시대가 아니었다고 가정해보자. 항공사가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5%로만 잡아도 9조1,094억원의 항공권을 팔았다면 4,554억원의 커미션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TASF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870억원에 불과했다. 5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볼륨 인센티브(VI)와 TASF시스템을 통하지 않은 수익 등도 있지만, 잃어버린 커미션 수익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10년 제로컴 시대 진입과 함께 도입된 TASF는 왜 여태까지 자리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을까. 여행사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TASF 할인 또는 포기, 항공권 발권 의뢰에 대해 따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데 대한 소비자의 인식 부족, 법제도적 근거 부재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여행업계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오죽하면 “TASF시스템은 항공권 요금 중 일부를 더 낮은 신용카드 수수료율로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말까지 나돌겠는가. TASF시스템에 더 낮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되다보니 빚어진 일이겠지만 낯부끄러운 현실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TASF 활성화 구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선 공공 부문을 대상으로 여행 입찰 심사 때 적정 TASF를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TASF 활성화 기반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여행업계 차원의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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