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5년이나 앞선 1964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됐다. 그만큼 여행업 역사도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다. 별도의 여행업법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우리도 한 때 여행업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일본 여행업법을 참고했었다. 2017년 새해, 일본 여행업법에 참고해야 할 사항이 추가될 전망이다. 랜드사를 제도권에 넣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청은 랜드사 등록제 도입 방침을 확정하고 2017년 여행업법 개정안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랜드사는 ‘여행업자의 위탁을 받아 교통, 숙박, 통역안내사를 수배하는 사업자’라고 정의했다. 일본 국내여행과 방일 인바운드 부문이 모두 적용 대상이다. 랜드사는 사업자 간 거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 법 적용 대상으로 보지 않았지만 예약 돌연취소, 무자격 가이드 이용, 면세점의 고액 킥백(Kickback) 수수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등록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일본 관광청 조사에 따르면, 관광청이 확인한 864개 랜드사 중 여행업에 등록한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랜드사 등록제를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영업보증금 부담을 없애는 등 랜드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호텔과 버스, 면세점, 통역안내사 등에게도 등록 랜드사와 거래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랜드사 등록제 얘기가 처음 거론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매우 신속한 행보다.

우리는 어떤가. 이미 2000년에 랜드사 제도권 진입에 대한 논의가 상당 수준까지 진척됐지만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아무 것도 없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도 지난 2013년 ‘수배업특별위원회’를 두고 랜드사 제도권 진입을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고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어쩌면 여행업 유통단계의 최약자일 수도 있는 랜드사가 법적 보호는커녕 권익보호를 위한 변변한 구심점도 없이 표류하게 된 배경이다. 당장 법 테두리 안에 넣는 게 무리라면 적어도 그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검토하고 공론화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동안 쏟은 공과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할 것 아닌가. 그게 여행사 횡포에 치를 떠는 랜드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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