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동행 사반세기, 새로운 25년을 묻다- 기획여행…패키지만 있던 시절에 만든 ‘이제는 맞지 않는 옷’
[커버스토리] 동행 사반세기, 새로운 25년을 묻다- 기획여행…패키지만 있던 시절에 만든 ‘이제는 맞지 않는 옷’
  • 김선주
  • 승인 2017.02.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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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아웃바운드 시장은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사회적 관심도 커지면서 아웃바운드 시장을 둘러싼 법·제도적 정비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해외여행을 일부 부유층의 사치행위로 보고 외화낭비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했던 터라 체제 정비는 대부분 규제와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1993년 법적 기반이 마련되고 1994년 하반기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기획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제도 도입 후 2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기획여행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여행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변화는 거의 반영되지 않아 “이제는 맞지 않게 된 옷을 입고 있다”는 푸념도 많다. 기획여행 제도를 짚었다.<편집자주> 
 

③ 1993년 키워드 기획여행

기획여행이 뭐냐고 물으면…
 
관광진흥법 제2조3항 규정상 기획여행은 ‘여행업을 경영하는 자가 국외여행을 하려는 여행자를 위하여 여행의 목적지·일정, 여행자가 제공받을 운송 또는 숙박 등의 서비스 내용과 그 요금 등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하고 이에 참가하는 여행자를 모집하여 실시하는 여행’이다. 언뜻 보면 간단명료하지만 기획여행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수월하지 않다. 쉽게 ‘패키지 여행상품’이라고 답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완전한 정답은 아니다. 1993년 입법 당시에는 사실상 패키지 상품이 전부였으니 ‘기획여행=패키지’ 라는 공식이 성립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패키지로는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기획여행의 구체적 정의와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멈추지 않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01년 4월 ‘기획여행 실시지침’을 통해 유권해석을 내렸다. ▲관광이 포함되지 않는 상품(배낭여행, 에어텔, 박람회 상품, 어학연수, 교육연수 등) ▲공공기관 연수프로그램, 시찰, 국제회의 국제대회 참관상품(단, 출발일정과 현지 여행 일정이 포함되지 않아야 함, 박람회 및 국제회의 개최기간 표시는 무방) ▲개인·기업·단체 등 여행객으로부터 의뢰 받은 희망관광 등은 기획여행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지침 역시 이른바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유여행 소비자 보호는 어떻게?
 
기획여행 제도를 도입한 근본 취지는 소비자 보호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제18조는 ‘기획여행과 관련한 사고로 인하여 관광객에게 피해를 준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증보험 등에 가입하거나 영업보증금을 예치하고 그 기획여행 사업을 하는 동안 이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여행사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여행업 보증보험’과 별도로 기획여행 보증보험에도 가입해야 기획여행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유사시 소비자 피해 배상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아무나 기획여행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진입장벽으로서의 효과도 있다. 하지만 “기획여행상품 이외의 상품을 이용한 소비자 피해는 무시해도 된다는 얘기냐”는 반발에 부딪힌다. 과거 패키지 위주에서 이제는 자유여행 위주로 여행소비 패턴이 완전히 변한 마당에 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다.
 
헛갈리는 보험… 관리도 주먹구구
 
기획여행 보증보험을 둘러싼 혼란도 작지 않다. 여행업 등록 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여행업 보증보험과는 별도의 보험이지만, 이 두 보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서다. 이 때문에 여행업 보증보험에만 가입한 채 기획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도 상당수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고 폐업한 모 허니문 전문여행사는 기획여행 보증보험에도 가입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아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 중소여행사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대형 여행사 중에서도 착각으로 기획여행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관광협회 관계자는 “서울소재 국외 및 일반여행업체의 기획여행 보증보험 가입현황을 조사한 결과, 당연히 가입했을 줄로 알았던 모 대형여행사도 가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가입대상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어 놀랐다”며 “보험이 만료됐어도 이를 갱신하지 않은 사례 등까지 감안하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협회 차원에서 서울시내 구청들과 협업 체제를 갖춰 보험 가입을 안내하고 보험 만료 전 사전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협 조사에 따르면, 2016년 11월 기준 기획여행 보증보험에 가입한 서울 소재 여행사는 89개사다. 서울에만 3,000개 이상의 여행사가 영업 중이고 상당수 여행사가 많든 적든 기획여행에 해당하는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의 경우 이보다 더 심할 가능성이 높다.  
 
여행업·기획 보증보험 통합 주장도
 
여행업 보증보험과 기획여행 보증보험을 아예 통합해 관리 및 운영상의 효율성을 꾀하자는 주장도 있다. 두 보험 모두 여행사 부도 등 사고 발생 시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게 목적이고, 기획여행 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커지고 있는 만큼 현실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두 보험 운영 체계상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도 한 이유로 작용했다. 

이 두 보험은 2010년 개정을 통해 여행사별 매출액 규모에 따라, 여행업 등록 종류에 따라 보험가입액이 차등화 됐다. 개정 전에는 기획여행 보증보험 가입액수가 월등히 높았지만 개정 후에는 모호해졌다. 매출액 50억원 미만까지는 기획여행 보증보험 액수가 높지만, 이후부터는 비슷해지다가 매출액 100억원 이상부터는 오히려 여행업 보증보험 액수가 크게 높아진다.<표 참조>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획여행 보험에 가입하면 여행업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등 혼란이 있었다”며 “환경이 변한 만큼 기획여행 자체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보험 통합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여행 제도는…
1993년 6월26일, 당시 관광 주무부처였던 교통부는 국외 기획여행에 대한 정의와 기획여행 실시 요령, 광고 등을 통한 판매시 일정 금액의 영업보증금 예치 규정 등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여행지와 여행기간, 여행경비, 교통수단, 숙박시설, 식사 등 기획여행상품의 구체적 내용을 신고한 후 판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패키지 여행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었기 때문에 당시 여행업계의 갑론을박도 활발했다. 그 해 12월 개정령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1994년 하반기부터 기획여행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이후 예치금액 및 보증보험 가입금액 등 세부 사항의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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