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1일 저녁 소비자 피해 야기한 채 돌연 중단
양 대표 “폐업 하지 않고 피해 최소화 위해 노력”
상징적 중견 여행사도 무너질 정도로 여전한 위기

경영악화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고 돌연 영업을 중단한 투어2000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전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이자 현 서울시관광협회(STA) 회장이 운영하는 여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무슨 일이 있었나?

투어2000은 1월31일 오후 6~7시 사이 예약 고객들에게 ‘경영악화로 2월1일 오후 6시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예약은 일괄 취소 처리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고 영업을 돌연 중단했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예약 취소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성토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졌다. 출발을 불과 하루 앞둔 고객들은 물론 이미 해외 현지에서 여행 중이었던 고객들의 충격과 불안감은 더욱 컸다.

투어2000의 공식 설명이 없어 영업 중단의 정확한 경위와 내막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피해 소비자와 투어2000 직원들의 제보 등을 종합하면, 1월31일 오후 30~40명 규모에 달했던 투어2000 직원들은 권고사직 절차를 밟았으며, 이후 예약 고객들에게도 서비스 중단 및 예약취소 안내문이 발송됐다. 투어2000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설은 지난해부터 있었는데, 이번 설날 연휴 기간을 기점으로 특히 심화됐다. 이른바 ‘돌려막기’로 위기를 모면해 오다가 이번에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양 대표의 여행업 경력과 평소 신념 등을 감안하면, 이렇다할 대책도 없이 여행 출발일 하루를 앞 둔 막판 시점까지 위기를 끌고 가 충격을 키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1일 현재 투어2000 사무실은 굳게 닫힌 상태다.

1월31일 돌연 영업 중단을 선언한 투어2000의 사무실은 굳게 닫혀 있다. / 김다미 기자
1월31일 돌연 영업 중단을 선언한 투어2000의 사무실은 굳게 닫혀 있다. / 김다미 기자

■ 소비자 피해 구제 가능한가?

양무승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서울시관광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양 대표는 지난 1일 “향후 열흘 이내에 소비자 환불을 해결하겠으며, 이후 영업 재개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업중단 안내문이 퍼진 31일 저녁 본지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서비스를 종료(폐업)하지 않으며,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입장에서 한층 구체화된 수습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행정적으로 투어2000의 여행업 등록은 그대로 유효한 상태다. 등록관청인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 1일 “소비자 민원이 많이 들어와 폐업 신청이 들어오면 곧바로 폐업 처리 과정을 밟을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접수된 바는 없으며 연락도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투어2000이 폐업 절차를 밟지 않고 자력으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만약 폐업 처리될 경우 소비자 피해 배상은 투어2000이 가입한 보험액 내에서만 가능한데, 투어2000이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가입한 보험액은 2억6,500만원(기획여행보증보험 2억원, 여행업보증보험 6,500만원)에 불과해 온전한 구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들이 만든 한 온라인 모임에 이미 170여명이 가입했다는 점과 랜드사 등 B2B 미수액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적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피해액 대비 보증보험액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폐업하지 않고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양무승 대표의 말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태 수습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관건인데 영업 중단으로 자금 확보 환경은 더욱 악화된 만큼 과연 원활하게 사태가 수습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관광협회 회장인 투어2000 양무승 대표 / 여행신문CB
서울시관광협회 회장인 투어2000 양무승 대표 / 여행신문CB

■ 서울시관광협회 회장 자리는?

양무승 대표는 현재 서울시관광협회 회장이다. 회원 여행사 대표 자격으로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2021년 12월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협회 정관상 회원사의 지위를 잃으면 회장 자격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투어2000이 폐업 처리되면 양무승 회장도 자연스레 회장직을 잃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 대표가 폐업하지 않겠다고 한 진짜 목적이 소비자 피해 구제보다는 회장직 유지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미 원활한 회장직 수행을 위한 신뢰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당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 투어2000만의 위기인가?

투어2000은 여행사 중에서는 중견 규모에 해당한다. 역사나 규모에서는 물론 여행산업 발전을 위해 각종 대외 활동을 펼쳐온 양무승 대표의 행보를 떠올리면 중견 여행사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여행사다. 이런 곳마저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면서까지 돌연 영업 중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여행업이 이제 완전 정상화된 것으로 알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 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그마저 상위 대형 업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라며 “여행업체 대부분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워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나 지자체는 잊지 말고 그에 합당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는 “올해부터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받은 관광진흥개발기금 대출 원금도 상환해야 해서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며 “관광벤처, 스타트업, 여행테크 등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위기에 처해 있는 중소 전통 여행사들에 대해서도 배려를 할 필요가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여행산업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중소여행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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