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 K-ETA 및 비자 발급 받기 어려워
한국 대신 일본 등 인근 지역으로 여행 가기도

몇몇 동남아 국가 관광객은 한국여행을 위해 K-ETA 또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승인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여행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 픽사베이
몇몇 동남아 국가 관광객은 한국여행을 위해 K-ETA 또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승인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여행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 픽사베이

까다로운 입국 절차 때문에 한국여행을 포기하는 동남아 관광객이 상당수에 이르는 만큼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도입 취지에 맞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4개국의 총 방한 관광객 수는 63만4,614명으로 전체 방한객(316만8,988명)의 20%를 차지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이들 4개국은 방한 외래관광객 순위에서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순으로 6~9위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유망 인바운드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터널을 뚫고 나온 지금, 사정은 달라졌다. 비자 면제국의 경우 K-ETA를 받아야 하는데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불허율이 높고, 비자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제출 서류가 까다로워 방한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위해 내년까지 일본, 미국, 캐나다, 덴마크 등 22개국을 대상으로 K-ETA를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코로나19 와중인 2021년 9월부터 본격 시행된 K-ETA는 비자 면제국인 112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전자여행허가제로, K-ETA가 한시 면제된 국가의 국민은 과거처럼 비자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2개 면제국은 대부분 미주와 유럽으로, 우리나라 동남아 인바운드 부문에서 비중이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제외됐다. K-ETA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불허되는 경우가 많아 순수 관광객들의 한국여행 심리마저 꺾고 있다는 게 여행업계의 지적이다.

한국 대신 일본 등 경쟁 여행지로 향하는 경우도 늘어 여행업계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A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K-ETA는 한국관광의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라며 “K-ETA로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겼고, 태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가 득을 보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국여행업협회(TTAA)도 K-ETA가 태국인 방한여행 수요를 축소한다고 분석했다.

비자 면제국이 아닌 동남아 국가들의 애환은 더 크다. 비자발급이 까다로워서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에서 한국관광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또는 재학증명서, 예치액이 약 1억1,000동(약 565만원) 이상인 통장 원본 등이 필요하고, 필리핀도 재직 또는 재학증명서 등 여러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B 필리핀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관광비자 발급이 어려워서 취소되는 팀도 있고, 현지여행사도 한국여행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현재 두 나라 모두 기업체 인센티브와 학단의 단체관광은 전자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은 여전히 제외돼 있어 여행업계의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출입국관리 주무부처인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불법체류 외국인 상위 10개국은 태국이 14만7,481명으로 1위,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7만8,235명(2위), 1만4,041명(5위)이며, 말레이시아는 상위 10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국 관리 정책을 펼친다는 입장이지만,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 순수 관광객의 방한여행 심리마저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K-ETA와 비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C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여행 오기가 쉽지 않으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입국 문턱을 낮춰야 한다”며 “특히 베트남 등에서 검증된 여행사를 통해 한국여행을 오는 경우 비자 서류를 간소화해 줄 필요가 높다”고 말했다. "2023~2024 한국방문의 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도 법무부의 적극적인 배려가 절실하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사증 면제국을 대상으로 한 지금의 K-ETA 제도는 비자면제 효과를 무력화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증 면제국을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비면제국을 대상으로 비자면제 전 과도기적 장치로 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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