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를 벗어나도 일본 및 전쟁과 연관된 장소가 즐비하다. 우암동 소막마을도 그 중 한곳인데 아직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조금씩 발걸음이 모이고 있다. 소막마을은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하는 소의 검역을 진행했던 검역소와 소막사가 있었던 곳이다. ‘열악하다’라고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던 피란민들의 어려운 실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픈 과거와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의미가 큰 곳이라 소막사의 원형을 복원 중이다. 소막사 커뮤니티센터
하늘을 찌르는 고층 건물과 해변이 전부라 생각했건만 조금만 눈을 돌리니 부산의 숨겨진 모습과 마주했다. 초라하고 낡아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묵혀진 시간이다. 115년의 아픔이 새겨진 땅부산여행하면 광안리와 해운대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도시로서의 부산만 즐겨도 좋지만 무언가 더 채우고 싶은 여행자에겐 역사 여행이 답이 될 수 있다. 여느 외국 도시보다 더 화려한 부산이지만 우리가 몰랐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숨겨진 곳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덕도의 외양포, 우암동 소막마을 등이 일본의 잔재가 남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죽도해변에도 여러 서핑 숍이 있었지만 해변과 가장 가까운 서프오션을 찾았다. 오픈한지 3년차 된 숍으로 유기견 출신 ‘오션’이가 격하게 꼬리치며 반긴다. 미리 예약을 해도 되지만 죽도해변에 왔다가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숍을 찾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시기에 따라 강습은 하루 2~3회 진행된다.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한 법이다. 바닷가에 나가기 전 사전 교육이 진행됐다. 서핑 포인트로서의 죽도해변에 대한 이야기와 서핑 장비, 자세, 각종 규칙들이 나열됐다. 서핑 경력 6년차에 접어들었다는 임기남 강사는 시작에 앞서 오해부터 풀어줬다
힘든 시기가 하염없이 길어진다.어떠한 위로도 부족할 줄 알았건만담담함 속에서 평온함이 찾아왔다.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말이다. ●내면이 편안함으로 채워질 때국내를 비롯해 수많은 외국 도시들이 관광의 큰 주제로 힐링을 앞세운다. 그럼에도 머무는 걸음마다 쉼이 되고, 마음이 치유되는 여행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영주는 다르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제 옷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영주다. 여행의 중심은 부석사와 소수서원, 무섬마을이다.‘영주=부석사’라고 단언해도 될 정도로 부석사(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 창건)의 입지는 단단하다. 영주
쨍한 하늘 아래 시원하게 파도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양양으로 떠났다. 서핑에 대한 오해 셋 요즘의 나는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다. 평소 좋아하는 와인과 위스키를 공부하고 주식과 관련된 책도 읽는 중이다.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그 어려운 일주일 금주도 성공했다. 이른 봄에는 집 앞에 방치된 노지를 다독여 작은 텃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상추며 딸기, 감자 등을 심었는데 첫 농사치고는 수확이 좋다. 가끔 쉬는 날에는 큰맘 먹고 산 정상에도 오른다. ‘고작?’ 일지도 모르는 소
쉬어가기로 마음먹은 날, 충청남도에 쉼표 하나를 찍었다. ●예산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황새공원뱁새의 다리로 황새의 삶을 살아왔다. 다리는 짧지만 예산이 고향이라는 뜻이다. 황새는 우아하다. 검고 긴 부리, 그 옆으로 붉게 물든 눈 주변. 날개를 활짝 펴면 그 길이가 270cm에 달한다.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된 우리나라에선 황새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충남 예산군은 삽교천, 무한천을 끼고 넓은 농경지와 범람원 습지가 발달되어 있어 최적의 황새 서식지로 손꼽혔다. 하지만 195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자취를 감추기
울산에 와서야 깨달았다. 편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산업도시로만 알려졌던 울산은 산과 바다 그리고 도심의 현대적인 풍경이 어우러진 알짜배기 관광지였다. 관광도시로 비상하는 울산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자. ●다 이유가 있지, 울산의 대표 명소 해송과 기암괴석이 가득대왕암공원대왕암공원에는 푸른 녹음이 가득하다.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해송이 그늘을 드리워주니 선선하기 그지없다. 그 덕에 한 여름 뙤약볕을 피해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빽빽한 송림길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고군산군도의 중심 섬 선유도는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초입에 산신령 조각상이 구름을 탄 채 떡 하니 외지인들을 맞아서였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신선이 놀고 갈 정도라고 했을까. 신선놀음 할 거리는 많았다. 명사십리 해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초승달 모양으로 완만하게 굽은 해변은 실제로는 1.5km로, 십리(4k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호젓한 분위기와 멋들어진 풍경은 백리 이상이지 싶었다. 서해안 해안이 대부분 갯벌 해변인 데 비해 선유도해수욕장은 고운 모래해변이고, 완만하게 바다로 흘러가서인지 어
아주 오래 전, 군산으로 불렸던 바다에는 섬들이 오밀조밀했다. 지금, 군산으로 불리는 도시에는 근대 역사의 흔적이 아련했다.아니 다녀간 듯 살며시, 두 군산을 다녀왔다. ●옛 군산 섬들의 향연 선유도는 한 때 군산도라 불렸다. 조선시대 수군 기지 역할을 했는데 수군기지가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간 후 선유도로 불리게 됐다. 섬의 두 봉우리가 마치 두 신선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신선들이 놀다 갈 정도로 아름답다 해서 그랬단다. 이곳의 섬 무리들도 옛 군산의 섬 군락지라는 뜻으로 고군산군도라는 이름을 얻었다.고군산군도는 1
퇴적된 시간의 흔적무려 2,300만년 전이다. ‘만’ 자가 빠져도 까마득한 세월인데, 그 오래 전 지각 변동의 여파로 정동진에는 국내 최장 길이의 해안 단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비경 지대를 따라 2017년, 정동진 바다부채길이 개통됐다. 이름대로 탐방로의 지형 모양은 바다를 향해 부채모양으로 펼쳐져있다. 총 4코스로 이뤄져있는 바다부채길은 편도 2.86㎞, 걸어서는 약 70분이 걸린다. 천천히 1코스만 산책하든, 바지런히 4코스까지 정복하든, 선택은 자유다. 선택지가 훌륭하니 어떤 길을 택하든 후회는 없겠다. 동쪽 바다는 봄이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의 배경지로 등장한 호주 골드코스트.주인공 에릭은 이곳에 한식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였다.왜 하필 골드코스트일까? 드라마 속 장면은 맛보기에 불과하다.골드코스트(Gold Coast)는 호주 퀸즈랜드주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퀸즈랜드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은 젊고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곳이라면, 골드코스트는 호주 로컬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꼽는 곳이다. 탁 트인 바다,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힌터랜드, 온 가족이 함께
봄의 입구에서 정동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8톤 어치의 시간꼭 박하사탕이 부서진 듯한 바람이었다. 청량하고 맑고, 또 화했다. 이토록 시원한 바닷바람은 간만이었다. 성큼 가까워진 동해였기에, 뜻밖의 설렘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올해 3월2일부터 강릉선 KTX는 동해역까지 발을 뻗었다. 서울역에서 2시간. 환승도 필요 없다. KTX를 타고 무궁화호 열차나 버스로 꾸역꾸역 갈아타던 시대는 2019년 겨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정동진은 바야흐로 ‘만만한’ 여행지가 됐다.지난 20년간 정동진은 수많은 이들의 새해를 함께 했다. 매일 똑같이 뜨고
평균 해발고도가 700미터인 ‘해피 평창’에서는 옷깃을 자꾸 여몄다. 3월 말,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봄이었다. 하지만 어린 양들은 이미 두터운 옷을 벗어던지고 봄맞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대관령 양떼목장에 지내는 300여 마리의 양들은 1년에 한 번 2~3월 사이에 두툼하게 자란 털을 깎는다. 동글동글한 털뭉치를 입은 양들이 자연초를 뜯어 먹는 풍경을 기대했건만 바리캉으로 맨들맨들 말끔하게 이발을 마친 양들은 목장 안에서 우적우적 건초를 씹고 있었다. 양들은 5월부터 9월까지 가축장에서 벗어나 방목한다. 아직은 춥지 아닐까? 아
가장 먼저 봄을 알아챈 건 이끼다. 월동한 전나무는 이끼 덕분에 기지개를 켰다. 어린 양들도 얼굴을 내밀었다. 숲에는 여린 생기가 돌았다. 봄바람이 불었다. 2020년 봄날의 소원불자가 아니더라도 월정사 주변으로는 언제나 사람이 모인다. 아무래도 전나무 숲길 때문인 것 같다. 월정사 입구 금강교 옆으로 뻗은 약 900m의 길은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광릉 국립수목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 숲과 함께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추위에 강한 음수라 사시사철 푸르다. 푸른 잎 위로 하얀 눈이 쌓인 모습이 예뻐 겨울철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관광지로서 유명한 사찰이 하나쯤 있다. 영주 부석사, 부산 해동용궁사, 경주 불국사 등이 대표적인데, 여수 향일암도 뒤처지지 않는 다. 특히 금오산 기암괴석 절벽에 세워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신비로움’만큼은 단연 독보적이며,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로 난 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대웅전에서 향일암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유독 돌로 만든 거북이가 눈에 띈다. 금오산 전체를 이루는 암석들 대부분이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
사계절 모두 예쁜 여수라지만 이곳의 절정은 봄이다. 꽃이 빚어낸 화사함, 갯장어와 새조개 등 맛의 향연, 그리고 살랑살랑 바람 부는 밤바다에서의 시간까지. 이 찬란함을 맞이할 순간이 한 달이나 남은 건 어쩌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수의 편지일지도 모른다.●흩날리는 꽃잎 속을 거닐며여수의 봄은 화사하다. 4월 초까지 남아있는 동백꽃과 벚꽃, 5월의 아카시아꽃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 때문이다. 이런 봄의 향연을 느끼기 좋은 오동도가 여수 여행의 출발점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향일암을 제외하고는 관광지마다 이동 거리가 짧아 하루 만
돌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돌은 다 똑같지 않을까? 길을 걷다가도 가끔 발에 차이는 게 돌이라서, 투박한 생김새가 어쩐지 지나치게 평범한 것만 같아서였다. 그래서였을까. 1년에 한 번은 꼭 제주를 찾으면서도 돌문화공원은 한 번도 와볼 생각을 않았다. 하지만 돌문화공원은 그저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곳, 만만히 봤다가 크기에 압도되는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 들렀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시라. 잠깐 둘러봐도 어느새 2시간은 지나있을 테니.돌문화공원은 우리 삶에 자리한 돌의 면면에 대해 펼쳐낸 사전이다. 제주의 형성 과정과 제주민의
느린 관찰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있다. 가령 따스한 봄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나뭇잎이라던가, 멈춰 서서 두어 번 숨을 마셨다 내쉬길 반복해야만 느껴지는 텁텁하고 구수한 흙냄새라던가. 서귀포 치유의 숲과 거문오름은 모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편한 옷차림과 운동화도 필수. 게다가 방문객이라면 지켜야 할 사소한 매너가 있으니, 바로 라디오와 스마트폰의 소리는 잠시 꺼두고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말 그대로 치유의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무장애숲길인 노고록헌(여유있는)숲이 맞이하는데, 마치 자신을
눈길 닿는 곳마다 다른 빛이 너울거렸다. 끝을 알려주지 않는 바다, 바람에 곁을 내어준 억새.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그래, 애써 분명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겠다고.굳이 방향을 알려주지 않아도꼬닥꼬닥(천천히) 누군가의 발자취를 좇았다. 올레길은 제주 한 바퀴를 직접 걸어 이은 길이다. 이 길이 맞나 싶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 걷기 쉽게 만들어 놓은 나무 보행로, 돌고 돌아 마을 어귀로 들어가는 시멘트길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해안 절경을 그대로 품어 아름답기로 소문난 올레7코스를 걸었다.
Space, Art, Nature의 앞 자를 따 이름 지은 뮤지엄 ‘산’은 말 그대로 공간 속에서 예술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계의 노벨상격인 플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돌담에는 창이나 뚫린 공간이 없어서 외부와 단절돼 있는 느낌이 드는데, ‘소통을 위한 단절’이라는 뮤지엄의 콘셉트를 표현한 것이다. 뮤지엄 산의 여러 전시관 중에서도 종이 전시관(Paper Gallery)은 특히 특별하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맏딸인 한솔문화재단한솔제지 이인희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