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말이 있다.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말로, 큰일을 하기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보통 어떤 일이 닥치거나 닥칠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방법을 고심한다. 그러면 그 일을 피해갈 수 있는 좋은 묘수가 떠오르기도 하고, 혹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순간이다. 그저 몸을 웅크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때를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한 일들이 있다. 온갖 국가의 크고 작은
“비틀면 비틀리고 흔들면 흔들리고, 그냥 그러려니 견뎌내야지 어쩌겠습니까. 어디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부산에서 한-일 선박여행 상품을 꽤 많이 판매했던 모 여행사 대표의 말에는 자포자기와 무기력함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라고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렇다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으니 속만 까맣게 타들어갔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간접피해 운운하기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너무 크고 깊다. 모두들 고통을 나누는 차원에서 세월호 참사가 안긴 간접피해를 꾹꾹 참아내고 있는 분위기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수학여행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났다. 여전히 나라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피우지 못한 꽃들은 바다 속에 잠들었고 어른들은 뒤늦게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허비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세월호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가지각색의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중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수학여행 존폐 논란이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하루가 지난 4월17일, 경기도 교육청은 경기도 소재 모든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을 중단·보류하라고 지시했다. 뒤이어 강원, 광주, 전남 교육청 역시 잇따라 수학여행을 잠정
참 많이도 들었다. 나라에 큰 화가 일어나면 으레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라온다. 1999년 씨랜드 화재, 2011년 춘천 산사태, 2013년 태안 해병대 캠프사건 그리고 불과 두 달전 발생했던 경주리조트 참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 마다 정부는 안전불감증을 근절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낸다. 그러나 사고는 또 나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꽃다운 청춘을 잃어야 하는 것일까.정부도 문제지만 여행업계도 안전불감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인 지난 17일, 모여행사 해운 선박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했다. 총 475명이 탑승했고, 사고 이후 하루가 지난 지금(4월17일) 구조자는 179명, 사망자는 9명이다. 이 기사가 나갈 때쯤에는 더 많은 사람이 구조됐길 바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통함이 나라를 휩쓸고 있다. 사고 당시 누구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여객선 내부에 있었던 구조 장비를 사용하려 하지도 않았단다. 오히려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내보내 수많은 승객들이 피할 생각도 못하고 객실에 머물렀다. 사고 상황에서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인천에서 제주도까지 망망대
중국 여행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인 여행객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이 떠돈다. 대체로 부정적인 일화들이다. 어떤 도시는 중국인 여행객이 많아서 시끄럽더라, 어느 호텔에선 중국인이 벽걸이TV를 떼어갔다더라, 어느 여행지에선 중국인을 안 받기로 했다더라 등등. 그러면서 꼭 한 마디씩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들의 시민의식이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그래.” 기자 역시 이런 대화의 화자였던 적이 많았음을 고백한다.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거듭 나눌수록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찔려왔다. ‘나는 얼마나 떳떳한 여행객이었기에?’라는 생각
한국여행업협회(KATA) 양무승 회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과연 여행사가 항공사의 대리점인지 아닌지를 따져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스스로 ‘OO항공 판매대리점’이라고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있는 판국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관계정립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개념이어서 가볍게만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다. 법률적 정의상, 대리점(Agency)은 위탁자의 위탁을 받아 위탁자 명의로 매매거래를 하는 업체다. 위탁자로부터 매매수수료를 받지만 매매가격이나 조건 등에서 위탁
몇 년 전, 경춘선을 이용해 가평을 가던 길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등산을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닥에 둘러앉아 있었다. 지하철의 좌석이 부족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들 가운데는 갖가지 술이 자리하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대낮의 경춘선 술자리는 이어졌고 며칠 후 비슷한 상황으로 보이는 사진이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와 크게 이슈 된 적이 있었다. 이후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봄·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해서 뉴스거리가 되는 일 중 하나가 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년보다 10도 가량
얼마 전 출장에서 겪은 일이다. 출장 일정으로 크루즈를 타게 됐다. 마침 그날은 중국인 단체가 많았고 중국인으로 가득했다. 1박2일의 짧았던 크루즈는 문화적 차이 그 이상이었다. 우선 배 안 모든 구역이 흡연구역이었다. 금연 스티커는 아랑곳하지 않고 화장실, 복도, 카페, 심지어 식당에서도 담배들을 펴댔다. 크루즈사 측에서도 주요 고객층이 중국인이기 때문인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바닥이 카펫임에도 불구, 피던 담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버려버리던 그들의 모습이었다. 가래침은 덤으로 말이다. 지난
사례 1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업체가 기사가 나간 뒤 ‘우리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인터뷰를 요청했다’며 ‘언짢’단다. 그들이 문제 삼는 것은 ‘왜 서울이 아니라 A 지방에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해당 기사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다른 취재원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에게 나쁜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인터뷰를 요청했다는 추측을 사실처럼 들이밀었다. 특이점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기자의 기본, 그들이 들먹인 담당자는 당시엔 알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기자에게 확인받지 않고 퍼즐을 맞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에
몇 주 전 열렸던 타이완 등불축제 현장은 아름다웠다. 사방을 가득 채운 크고작은 등불들 덕분에 눈요기를 실컷 했다. 갖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진 등불들은 수백, 수천개나 됐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것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출품한 작품들도 여럿이었다. 어두운 밤, 등불이 주는 안온한 느낌 덕분에 축제 현장은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수많은 등불들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이었다. 각 도시에서 모인 사람들은 여자이기도, 남자이기도 했고, 어리거나 젊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늙었거나, 몸이 불편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아사다 마오 선수가 예뻐 보인 건 이번 동계올림픽이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실력이 부족해 보이는 그녀가 김연아 선수와 계속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이 얄미웠다는 말이 솔직하겠다. 그런데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경기가 끝난 뒤 아사다 마오 선수가 김연아 선수에 대해 “대단히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서부터 라이벌로 주목을 많이 받아 힘든 점도 있었지만 김연아 선수가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인터뷰한 것을 보고 그녀를 향했던 미움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곤 그녀와 김연아 선수를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