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가는 곳마다 흐드러지게 만발한 노란 유채꽃, 검은 돌담을 울타리 삼아 아기자기한 자
태로 앉아 있는 납작하고 둥근 초가집, 시원하게 펼쳐진 초원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들이 더없이 포근하고 아늑한 곳 제주도. 제주도 속의 또 다른 섬 우도(牛島)를 찾아보자.
섬 속의 섬 우도를.

‘누워 있는 소 닮았다’ 지명 유래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우도라 불리는 이곳은 그야말로 제주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6㎢를 가까스로 넘을 뿐인 아담한 섬이지만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
이며 지천에 널린 작은 구멍들이 점점이 박힌 검은 돌이며 넉넉한 인심의 촌부들이 영락없
이 제주도의 축소판이다.
행정구역은 북제주군 우도면. 약 600여가구가 오밀조밀 모여서 촌락을 형성하고 있다. 우도
에는 조선조 숙종23년(1679년) 국유 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 말을 관리하고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이 본격 왕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주 본토와 이곳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4척의 선박 뿐. 성산 일출봉 부근에서 출발하는 우도행 훼리는 관광객들에겐 유람선이겠지
만 현지인들에겐 제주 본토를 오갈 수 있는 생활의 수단인 셈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2,000
원의 요금을 내야하지만 우도 주민들은 대폭 할인된 요금을 적용받는다.
성산항에서 매일 아침 7시30분에 첫 배가 출항하고 그 뒤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매시 정
각에 우도를 향한다. 자동차도 선적할 수 있어 자동차 이용 관광객들도 별 어려움 없이 승
선할 수 있다.
성산항에서 우도항까지의 항해는 약 15분이 소요된다. 제법 큰 규모의 선박이어서 별 재미
(?)가 없을 거라 일찍 단념해 버리면 큰 오산이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세찬 바람에 100톤이
넘는 선박이지만 상하좌우로 춤을 춰대는 통에 배 위의 승선객들도 덩달아 춤을 추게 된다.
그러나 걱정할 정도의 흔들림은 아니니 안심해도 무방.
볼록렌즈 마냥 볼록 튀어나온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 수평선과 저 멀리 희미한 모습으로 수
평선위에 앉아 있는 작은 섬들에 ‘호연지기’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호기심 많은 승
선객들은 우도가 정말 누워있는 소의 모습을 닮았는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해야겠다는 듯 전
망 좋은 곳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다정스레 어깨동무를 하고 우도를 바라보는 연인
들의 모습도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때문일까 사랑스럽기만 하다.
선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실내는 의자 대신 안방처럼 평평한 바닥에 텔레비젼이
설치돼 있다. 다들 신이 나 밖으로 나가 길지 않은 항해를 맘껏 즐기고 있는데도 실내에서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십중팔구 관광객이 아닌 우도 주
민들이라고 보면 된다. 뭐가 그리 신나고 재미있냐고 묻는 듯한 이들의 표정도 따뜻한 미소
를 선사한다. 이들에겐 분명 익숙해져버린 일상에 불과하겠지만 객의 눈에는 무엇보다 새롭
고 이채로울 따름이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우도는 누워있는 소의 모습을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정
말 소를 닮은 듯도 하다. 특히 소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우도봉은 바라보면 볼수록 점차
소의 모습을 닮아가 한참동안 시선을 잡아맨다.
직접 두발로 올라가 보는 우도봉은 바라보는 우도봉보다 훨씬 더 상큼한 맛을 준다.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옆사람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바람이 분다. 살짝 발
돋움만 하면 그대로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 ‘좀머씨
이야기’에 나오는 소년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두 팔을 활짝 펴고 살짝 뛰어오
르면 바람에 실려 그대로 저 깊고 파란 바다 위를 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도봉은 우도의 유일한 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발고도 132m 밖에 안되는 작은 봉우리이
지만 오르는 길은 숨이 찰 정도로 가파르다. 조금 빨리 걸을라치면 숨이 헐떡거린다. 그러나
잠시 뒤돌아 바라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우도 전체의 풍경과 하나같이 기이하고 신기한 모습
을 한 발 밑 가파른 절벽 감상하는 재미에 기어이 정상까지 오르고 만다.
들리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뒤쳐진 일행을 향해 어서 오라고 목청 가득 불러보게 된다.
혼자 감상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조바심이 일어 목청은 더욱 돋궈지게 된다.
우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우도팔경
우도봉 정상을 밟았다해서 우도 관광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에 불과하다. 작
은 섬이지만 제 나름의 독특한 모습과 특징을 자랑하는 우도팔경 중 이제 겨우 하나만을 맛
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간명월(晝間明月). 우도섬 남쪽에 ‘광대코지’라고 하는 기이한 암벽 밑으로 파도에 의해
여러개의 해식동굴이 생겼는데,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푸른 빛깔의 투명한 바다위로
햇살이 비추면 그 빛이 동굴 안쪽벽에 반사된다. 그 반사된 모양이 달을 닮았다하여 ‘주간
명월’이라 한다. 햇살이 반사되지 않은 동굴의 모습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야항어범(夜航魚帆). 우도의 어느곳에서나 한밤에 어선에 불을 켜놓고 작업을 하는 광경이
마치 바다위의 불꽃놀이처럼 화려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멸치잡이 시기에는 그
화려함이 더해 우도 야간관광의 절정을 이룬다.
천진관산(天津觀山). 천진리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이 어느 경치보다 더욱 아름답다 하
여 이 절경을 우도팔경의 하나로 일컫고 있다.
전포망도(前浦望島). 우도의 앞쪽바다에서 바라보는 섬의 전경으로 우도의 명칭유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치를 말한다. 즉 누워있는 소를 연상시키는 우도의 모습을 일컫는다.
후해석벽(後海石壁). 배를 타고 우도봉 부근으로 가면 기암절벽이 온통 줄무늬 바위로 형성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듯한 장관이다.
동안경굴(東岸鯨窟). 우도봉 아랫마을 영일동의 검은모래가 있는 ‘검멀레’라는 해안에 일
명 콧구멍이라 불리는 동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동안경굴이다. ‘동쪽 언덕의 고래가 살
만한 굴’이라는 뜻으로 굴 안은 온통 이끼로 덮어져 있다.
서빈백사(西濱白沙). 우도의 서쪽 동천진동과 상우목동의 경계부근에 산호가 부서져 형성된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데 이 백사장을 일컫는 말이다. 산호 모래의 새하얀 빛깔은 푸른 바다
와 어울려 절경을 빚어내는데 우도팔경 중 으뜸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동양에서는 이곳 단
한곳밖에 없는 산호관광지다.
지두청사(地頭靑莎). 우도봉 132m에서 바라보는 우도의 전경을 말한다. 우도봉을 뒤덮고 있
는 푸른 초원과 바다, 그리고 거의 매순간 불어대는 세찬 바람이 조화를 이루어 색다른 감
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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