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자연에 둘러싸인 기이반도(紀伊半島)의 서남쪽에 위치한 와카야먀현은 역사와 문화의 보고. 기후가 제주도와 비슷할 뿐 아니라 646Km에 이르는 쿠로시오해안선과 마린블루의 바다, 그리고 초록이 우거진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에 일본인들의 사계절 휴양지로 이름이 높다.

자연 벗 삼아‘온천 삼매경’
와카야마(和歌山縣)는 온천, 바다, 산, 문화, 역사 등 테마가 풍부한 여행지다. 한번에 한가지식을 섭렵한다해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감동이 전해진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고 자꾸 몸이 움츠려드는 시기. 온몸이 노곤해지도록 따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온천 여행부터 시작하자.

노천온천, 해변온천…온천의 천국 와캬야마
‘일본 최고의 온천휴양지’라는 칭송을 듣는 와카야마현의 각 시에는 저마다 색깔있는 온천지들이 다양하다. 바다, 산, 강. 이런 열린 공간에서 즐기는 온천욕은 절로 새로운 힘을 솟아나게 한다.
뜨근뜨근한 온천 여행의 첫 관문은 시라하마. 여름이면 호주에서 수입한 깨끗하고 새하얀 모래사장 위에 젊은 남녀들이 파도치는 시라리하마해변뿐 아니라 노천온천인 사키노유 온천과 시라하마온천파크 등으로 한층 이름이 높다. 옛부터 왕과 귀족들이 찾아와 온천을 즐긴 곳이기도 하다. 1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무로노유나 시라하마에는 유명 온천이 즐비해 있고, 호텔이나 여관마다 자체 온천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사키노유 온천은 해변가에 바로 붙어 있어서 마치 바닷물에 떠 있는 듯한 기분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기분이 가뿐해지는 것은 무료라는 사실. 하지만 관리만은 어느 유료 온천탕 못지 않게 엄격해서 남탕과 여탕이 확실히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시라하마온천파크는 삼림욕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성용에는 동굴탕 및 비장탄탕 등 새롭고 특색있는 4개의 온천이 추가됐다. 자연을 즐기면서 온천삼매경을 즐기다보면 겹겹이 올라붙은 시름과 피곤을 깨끗이 씻어버릴 수 있다.
낙타탕은 남부의 항구도시 나치카츠우라에 위치해 있다. 머리며 등이며 그 모습이 영락없는 낙타섬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낙타탕이란 이름을 얻었다. 주의할 점은 남녀혼탕이기 때문에 꼭 수영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것. 주위에 둘러싸인 것은 하늘과 바다뿐이어서 해방감을 느끼기에 만점이다.
와카야마현의 중남부에 위치한 혼구우(本宮)지방은 예부터 다수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 산속의 온천지. 유명한 와타세온천, 가와유온천, 유노미네 온천 등이 있다. 가와유 온천은 강가 주변 어느 곳을 파더라도 온천이 용솟음치는 곳. 마음에 드는 곳 한곳을 정해 적당한 크기가 될 때까지 파내면 그게 바로 나만의 노천탕이 된다. 류진온천(龍神溫泉)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닌 협곡의 비밀 온천. 가와추온천(군마현), 유노가와온천(시마네현)과 더불어 일본 3대 미인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다를 벗한 풍경
시라하마시에는 해안을 따라 석회암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절경이 발달해 있다. 먼저, 산단베키(三段壁)는 먼 옛날 어부들이 지나가는 배나 물고기들의 어군을 살펴보던 장소로 이용됐다는 절벽으로 남과 북 2Km에 걸쳐 전개되어 있다. 바위에 온 몸을 부딪쳐 안개로 흩어지는 파도가 장관을 이루는 곳.
중앙이 동그랗게 해식동굴이 뚫려 있는 엔게츠토섬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로맨틱하기 그지없다. 마치 두 개의 이웃한 섬이 망망대해 외로움이 싫어 어깨동무를 한 채 굳어버린 모습이다. 섬 근처에는 갖가지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스쿠버 다이빙에도 안성맞춤.
센조지키는 웅대한 자연의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장소. 부딪쳐 오는 파도가 오랜시간에 걸쳐 제3기층의 암반을 침식시켜 만들어낸 경관은 특히 해질 무렵 붉게 물드는 바다와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라하마시의 센조지키가 일몰의 명소라면 쿠시모토시의 하시구이이와는 일출의 명소다. 오오지마(大島)를 향해 일렬로 펼쳐져 있는 기이한 형태의 바위 사이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붉은 태양은 불쑥 솟아있는 암석들의 새까만 실루엣을 선명하게 강조한다.

침묵의 성지 고야산
바다와 온천 등 수려한 자연경관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할텐데 와카야마현에는 뛰어난 명승과 고적지에도 욕심을 한껏 부렸다. 그 중에서도 고야산(高野山)은 진언밀교(眞言密敎)의 성지로 유명하다.
진언밀교란 7세기 후반에 부흥했던 불교의 한 유파로 비밀불교라고도 한다. 현교와 밀교로 대별되는 불교의 갈래에서 현교는 석가모니(Sakyamuni)를 교주로 하는 응화불의 가르침이고 밀교는 비로자나불(Virocana)을 교주로 하는 법신불의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하나는 법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드러난 불교, 즉 현교(顯敎)라 하고 또 하나는 법이 비밀이기 때문에 비밀의 불교, 즉 밀교(密敎)라고 한다.
고야산은 중국의 당나라로 건너가 진언밀교 제8세종조의 직위로 임명돼었던 홍법대사가 귀국 후 수행의 장소로서 816년 개창한 성지다. 현재도 근본대탑, 콘고부지, 오쿠노잉을 포함한 117개 절이 곳곳에 분포해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근본대탑 절은 진언밀교의 원천이라는 의미로 이름지어졌으며 탑 안쪽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열 여섯 개의 기둥이 서 있다. 높이가 49m에 이르는 거대한 탑이다. 콘고부지(金剛峯寺)는 고야산 진언종(眞言宗)의 총본산으로 산 정상 중앙에 위치해 있다. 홍법대사가 고야산을 개창했을 당시 고야산 전역을 콘고부지라고 불렀을 만큼 일본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예전에는 여성의 출입이 금지될 정도로 엄격한 성지였던 고야산에서는 동물성 음식 또한 규제됐다. 그래서 스님들은 ‘정진요리’를 만들었는데 그 정성스러움때문만이 아니라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각광받고 있다. 단촐하면서도 세련된 솜씨가 돋보이는 이 요리는 고야산의 각 숙소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경건함과 침묵의 성지인 고야산이 일제히 떠들썩해지는 시기는 매년 8월13일. 촛불축제가 개최될 즈음이다. 오쿠노잉절에 잠들어 있는 영혼들을 공양하기 위해 시작된 이 축제는 10만여개의 촛불이 어둠을 밝히며 참배소까지 이어지는 광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김병태 편집국장 tkt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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