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20, 30년 전의 영화를 보았는데 미국 웨스트 포인트사관학교에서 사병으로 출발하여 조교 주임하사관으로 이어지는 45년간에 걸친 한 하사관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Long Grey Line(기나긴 灰色의 선)으로 기억되는데 명우 타이론 파워가 열연한 군대 이야기였지만 퍽이나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철부지 사병으로 출발하여 청장년기의 조교생활 그리고 주임하사관으로 자리잡는 한 인생의 애환을 통해 부부애, 사관생도들과의 우정, 고뇌하는 생도들에게 때로는 아버지같이 형과도 같이 45년을 살아간 한 老하사관의 생애를 바친 웃음과 눈물의 인생드라마였다. 끝까지 하사관으로 있었기에 그의 지도를 받고 졸업한 생도들이 대위, 소령의 계급장을 달고 그의 영내에 있는 집을 찾아올 때 깍듯이 거수경례를 부치면서 큰 보람을 느끼는 老하사관의 모습에서 자기의 본분을 다하여 살아가는 참인간의 모습을 느끼게 하고 졸업생 하나 하나의 행복, 불행을 자기일 같이 챙겨가는 데서 지고한 인간성의 감동을 풍겼다.
그가 키워낸 사람중에는 아이젠 하워 前대통령도 있었고 많은 미국의 장군들의 이름이 거기에 있었다. 이 노하사관의 전역을 맞아 사관학교 교장을 위시한 장군들이 모여 영문을 모르는 노하사관을 사관학생들의 분열 열병식에 단상으로 그를 이끌어 올려놓고 사열관의 영광스런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생도들의 분열행진에서 그들의 경례에 답하는 노하사관은 감격에 벅차 범벅이 된 눈물속에서 그가 잊지 못하는 졸업생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단상에서 휘청거리는 그를 부축해주는 장군들의 광경은 정말 가슴뭉클한 장면이었다. 짧은 기간동안이지만 군의장교생활을 경험한 필자는 이 사관생도 분열식을 사열관으로서 대접받은 이 노하사관의 파격의 영광은 그의 45년의 길고 긴 회색 인생의 최고의 보답이었고 보람이었을 것이란 점에서 감동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지금도 수많은 영화속에서도 생생하게 그 감동과 기억이 남아있다.
얘기는 다르지만 세계 각국의 국가적 상훈제도가 각각 다르듯이 이웃일본의 국민들에 대한 상훈제도도 특색이 있다.
특별한 공로가 있어 천거되지 않더라도 70세가 넘으면 그가 어느곳에서 무슨 일을 했던 외길로 30, 40년 지낸 사람이면 훈장을 준다. 정부직은 물론이고 기업인, 사기업, 자영업을 한 사람들도 그 대상이다. 내가 아는 사례는 도쿄 긴좌의 철도가 달리는 선로밑에서 40년동안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대포집을 해온 할머니가 72세가 되던 해에 서민생활의 애환을 함께 해온 공로로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이다. 이 할머니는 이 기쁨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며칠을 고객들에게 무료로 술대접을 하면서 자축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 한국여행신문에서 지금 많은 관심속에 연재하고 있는 증언을 통해서 엮어가는 「한국관광오십년
秘史」를 보면 아직도 완결을 하려면 한참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지금까지 내보낸 초창기 관광사 속에서 우리의 관광산업을 일궈온 분들이 생각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그 기반조성에 크게 공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분들은 지금 거의 70대의 분들로 불모지같은 시대에 선구자적인 노력으로 해외연수나 자기계발로 우리의 관광산업을 일구어서 그 기초의 벽돌 한장 한장을 쌓아올렸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분들은 30, 40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을 관광업계에 몸담아 왔고 팔순에 가까운 연세에도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을 하는 분도 있어 우리 후진들로서 정말로 고맙고 마음 든든한 일이기도 하다. 위에서 말한 美 웨스트 포인트사관학교의 老하사관과 일본의 대포집 할머니 이야기에 비해 모자람이 없는 이 분들의 길고 긴 회색의 인생사를 돌이켜 보면서 이 분들의 각고의 봉사에 대해 우리 정부나 후진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할 때가 아닌가 한다. 관광의 날 행사가 있어서 그때그때 영업실적이나 단체장들의 로비성에 의한 상훈은 있어왔지만 그나마 한계가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 관광산업 분야의 상훈제도도 한번 재고해 볼 때이기도 하다. 오늘날 연공서열을 감안해서 대규모로 상훈을 하고 있는 분야는 교육부소관으로 각급 학교의 선생님들에 대한 근속표창이 있으나 산업분야에서의 이같은 연례상훈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관광산업분야에서라도 정부차원이 곤란하면 관광인의 전담같은 기구가 마련돼 이분들을 오래오래 기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날 선진수준에 다가선 여행, 호텔, 각종 레저산업의 발전이 그 근본이나 출발을 돌이켜볼 때 그 창건기를 뜻있고 보람있게 한단 한단의 기반을 쌓아올려 놓은 우리들의 선배들의 노고와 헌신에 대하여 공경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우리업계의 과제로서 풀어지기를 기대하여 본다.
오늘은 어제에서 일궈지고 내일은 오늘에서 비롯된다는 인과사상에서뿐만 아니라 과거에서 배워 충실한 현재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도 우리의 관광선구자들의 공로를 되새기는 시공을 초월한 노력이 절실하다.
관광정책기관, 공공기업, 여행, 호텔, 유관분야에서 묵묵히 일생을 관광산업발전을 위해 애쓴 진정한 의미의 관광인들을 기억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못하면 관광 사업자단체나 그밖의 관광기구같은 곳이 이런일을 챙기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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