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님에 대한 애절한 표현을 눈에 빗대었던 도종환의 ‘폭설’. 눈 그 자체가 주는 따스함에 마음 적시며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머니가 떠준 털장갑이 젖어 가는 줄도 모르고 눈과 한 몸이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꽤 오래 전부터 하얀 눈이 내릴 때마다 설렘이 앞서기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지난 7일 기습적으로 쏟아진 폭설이 나라 전체를 고립시키며 일어났던 교통대란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 안된 나라인지 여실하게 보여준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폭설로 인해 항공기 결항사태가 일자 발이 묶인 고객들이 대책을 요구하면서 김포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고객을 송객하려 했던 여행사 직원은 ‘동네북’처럼 멱살을 붙잡히기 일쑤였다.

정말 말 그대로 자연재해다. “여행업에 종사한 지 10년째이지만 폭설로 인해 전항공노선이 마비된 경우는 처음”이라는 어느 여행사 팀장의 말처럼 얼마 전 폭설은 1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하는 자연재해이며 천재지변의 일종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전국 교통이 온통 마비돼 국민들이 속수무책으로 눈보라 속에서 발을 구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전 공무원과 장비를 총출동시켜도 부족한 판에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나몰라라’하는 식의 태도는 사회 전체는 물론 여행업계까지 큰 피해를 가져다주었다.

아무리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공항에서 이같은 기습 폭설에 대비한 눈을 제거할 수 있는 충분한 장비를 갖추었다면 이같은 최악의 혼란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탄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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