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는 33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남태평양의 십자로. 파파뉴기니아와 퉁가, 서사모아를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1995년 대한항공의 취항으로 첫 연을 맺었으나 98년 단항으로 주춤. 최근 다시 피지가 연결되면서 한국마켓에 대한 수요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불라(BULA)!! 10시간의 비행과 후덥지근한 공항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내는 피지인들의 환영인사. 일행 중 한명이 장난스레 붙인 ‘베짱이 군단’은 어느 호텔, 관광지를 가도 노래와 불라를 외치며 주변을 돈다.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배어버린 ‘불라’는 피지에서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 중 하나다.

피지를 찾는 관광객은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뉴질랜드와 호주인이 많다. 최근에는 휴가를 보내려는 미국인들도 급증하는 추세. 이들은 가족단위나 허니문으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달씩 체류하며 피지인들의 소박함과 자연을 즐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호텔과 리조트들은 패밀리룸이나 가족단위의 여행객을 위한 커넥트룸(Connect Room)을 준비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피지는 ‘지구상의 마지막 낙원’이라 불리며 허니무너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호텔들은 최신설비가 갖춰진 호텔룸이나 둘만의 오붓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전통가옥 ‘부레’로 지어진 리조트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섬과 숙소를 찾을 수 있다. 피지에 와서 어떤 ‘볼거리’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쉽상이다. 난디타운이나 전통마을, 잠자는 거인의 난 정원 등 둘러볼 곳이 없지는 않으나 피지의 진짜 매력은 휴양지로서의 편안함이기 때문이다.

피지관광청의 마케팅 매니저인 아비 살마(ABHINAY SHARMA)는 피지를 “가장 완벽한 휴양지”라고 자랑한다. 아직은 때묻지 않은 순박한 피지인들과 눈부신 햇빛, 고운모래와 깨끗한 바다 등 바쁜 일상을 잊기에 충분한 조건이 갖춰진 곳이다. 섬내 모든 호텔 및 리조트는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섬의 정취를 최대한 살려 조성되었으며, 하루짜리 해양스포츠와 반일골프 등이 마련되어 무료함을 달랠수 있다.

공항에서 30분거리에 위치한 드나라우 섬에는 ITT사에 의해 15년전 설립된 쉐라톤 피지 리조트, 쉐라톤 드나라우 빌라, 쉐라톤 로얄 드나라우 리조트등 3개의 쉐라톤 리조트와 18홀짜리 골프장등이 자리잡고 있다. 쉐라톤 드나라우 리조트의 경우 6개월간은 소유자가 이용하고 나머지 6개월만 일반인들에게 리조트로 개방하고 있으며, 로얄 리조트는 현재 공사중이다.

쉐라톤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서구식으로 꾸며진 쾌적한 시설과 해변가를 바로 옆에 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골프장과 해양 스포츠, 식사 등이 모두 다 방값에 포함돼 편리함을 더한다. 곱디고운 모래와 해먹위에서의 저녁놀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트윈룸은 US$250 정도며 트윈과 싱글룸을 연결해 사용하는 커넥션 룸은 US$500 수준이다. 아이의 수에는 제한이 없으며 이동침대를 사용해 가족끼리의 휴가를 즐기기에도 좋다. 수영장은 공동사용. 쉐라톤 리조트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위치한 골프장은 18홀 정식코스로 깨끗이 손질되어 있다.

아열대 기후와 잔디의 궁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드나라우 골프장은 최고의 손질과 관리가 유지되는 곳이다. 크기에 비해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초보자도 마음편히 여유롭게 돌 수 있으며, 2인용 카터를 이용해 골프장내를 구석구석 즐길 수 있다.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카터를 이용해 골프장을 한바퀴 도는 드라이브(?)도 일품.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카터를 고장냈을 경우 F$1000의 배상을 해야한다. 범퍼카처럼 튼튼해 보이지만 장애물 없는 골프장을 누비다가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피지에서 피지인들의 전통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명 관광지 2곳.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최대한 재현해 놓은 ‘칼레부(KA LEVU) 전통문화센터’와 피지인들이 처음 정착했다는 ‘비세이세이(VISEISEI VILLAGE) 전통마을’이다. 진짜가 아닌 ‘재현’이라는 점에서 칼레부센터는 사실 큰 점수를 얻지 못했다.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환영인사와 노래가락으로 시작되는 칼레부 코스는 그들의 전통과 역사를 구현해놓은 전통부레 순례와 세부세부 의식의 재현, 그리고 그들의 춤과 노래로 마감된다. 다른 것보다 훨씬 높게 지어 하늘과의 거리를 가깝게 했다는 제사장의 부레, 포로들을 죽여 잡아먹는 ‘식인’의 도구, 생활 토기, 이주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지도 등 칼레부에는 피지언들의 생활과 전통이 녹아있다.

특히 문화센터 식구들 전부가 나와 한바탕 뛰어노는 춤과 노래의 향연은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정성스럽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박자에 맞춰 박수치고 소리지르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넘어서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재현되는 세부세부 의식이 조금은 ‘장난스럽다’는 느낌.

며칠 뒤 양고나를 준비해 비세이세이 마을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의 자연스러움과 살아있는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는 세련된 마을 조경과 멋들어진 마을내 성당을 보는 순간 당혹감으로 바뀐다. 관광객들의 입장료를 공동 마을 경비로 사용해 발전을 거듭하는 비세이세이 마을은 이미 전통 마을이 아니다. 마을에서 학교를 자체적으로 소유할만큼 부유한 피지내 권력촌이었다.

부레도 몇 채 없는데다가 피지 임시 정부의 대통령이기도 한 이마을의 추장 집 역시 지나치게 세련된 맛을 풍긴다. 재현된 전통의 모습이 더 가깝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름없는 전통 마을이 새로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통마을 순례’라는 이름의 비세이세이마을 코스는 너무나 아쉬운게 많다.

관광산업은 피지 경제에 있어 가장 큰 효자산업이다. 영국인들에 의해 재배되기 시작한 사탕수수 산업이 관광에게 자리를 내준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발달하면 할수록 퇴색되기 마련인 사람과 자연. 하지만 피지의 모습은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난디타운 역시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번잡스러움은 없다. 손님들의 주의를 끌려는 여러 모습도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친절함으로 한번 더 미소를 보낸다. 휴양지인만큼 특별히 요구되는 옵션도 많지 않은데다가 조용히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우리나라 관광객들 역시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내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덕분에 여행을 오는 이들 대부분이 ‘고품격’ 여행을 즐기려는 신혼부부나 중년층. 한국인도 그리 많지 않다. 한 관광회사의 관계자는 “가격 경쟁을 시도하려는 몇몇 업체들이 자리를 잡으려는 찰나 IMF가 터지면서 다 도산했다”며 “그 업체들 때문에 피지내에서 남은 한국업체가 피해를 입은 것도 있지만 피지관광시장 자체가 혼탁해질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신혼여행을 즐기는 한 부부의 말처럼 “피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람과 자연”이다.

피지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 대한항공 02-1588-2001
피지관광청 02-3452-5093

세부세부의식 양고나를 준비하세요
피지에서 다른 마을을 방문할 때 잊지 말아야할 규칙 하나! 후추뿌리과의 일종인 양고나(YAGONA)를 준비해가야 한다. 예전 부족간의 영역싸움이 잦았던 시절 피지언들은 식인(食人)의 관습을 가지고 있었다. 영양분 섭취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포로를 잡아먹음으로서 상대편 부족에게 강한 모멸감을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불과 150년 전까지의 일이다. 물론 지금은 이같은 식인의 관습은 없어졌지만 다른 부족을 방문할 때 손님으로의 예의를 갖춘다는 의미의 일명 ‘세부세부’ 의식은 피지내 확고히 자리를 틀고 있다. 세부세부 의식은 곱게 빻은 양고나를 물에 타 ‘타노아’라는 그릇에 담아 돌린다. 관광객들의 대표격인 사람과 마을의 추장이 먼저 인사와 함께 맛을 본 후 일행에게 돌린다.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할 경우에는 그날밤 불귀의 객이 될수도. 비단 이 세부세부 의식이 아니라도 피지인들은 양고나를 즐겨 마신다. 간혹 관광객들도 그 새로운 맛에 끌려 잔디밭 등에 모여 양고나를 돌리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양고나는 알콜성분은 없지만 많이 마셨을 경우에는 약간의 환각성분이 있어 잠을 유도한다고. 난디타운에 있는 시장에서 1kg당 F$ 35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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