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나 러브레터와 같은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의 배경으로 호남의 시골경관이나 고베 시의 눈내리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그 모습들이 더 아름다운 것은 카메라의 사각 앵글에 갇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곳을 관광상품으로 내어놓을 때 힘든 점은 이처럼 작은 공간 안에 집중되어 그 감동이 컸던 영화 속의 환상을 실제 그 곳을 보는 경우에도 연장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와서 보니 별거 아니네"" 하는 경우는 많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그렇고 그랜드 캐년도 그러며 홍콩의 야경도 그럴 수 있다. 어떤 자극을 접하는 경우 그 자극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정리해서 내어놓지 못하면 그 자극은 기대치보다 밋밋할 수밖에 없다.

클로스 업이나 스폿 라이트가 필요한 연유가 여기 있다. 이런 말들이 공유하는 것은 가장 드러내 놓아야 할 부분을 보여주는 데 충실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카메라의 앵글은 그 효과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카메라에 잡힌 피사체의 모습이 정지상태로 보여주는 것이든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든 상관이 없다. 정지 사진은 정지 사진대로 동영상은 동영상대로 아름다움과 매력을 한 곳에 집중시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든 도시든 그 매력을 외부에 알리려 하는 경우 매체에 의존하는 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잘 알려진 모습을 실제로 체험하게 되는 경우 기대 이하가 되지 않도록 경관을 연출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너무나도 익숙해 있는 모습을 다른 시각이나 앵글에서 보았을 때 감탄과 찬사가 감동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해운대가 너무 익숙해 별 감흥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해운대 예찬론자로 다시 태어난 경우도 바로 그런 경우다.

한 호텔의 2층 통유리를 통해 바라본 해운대 바다. 그 사각형 유리 안에는 파도가 쓸리는 해변과 병풍처럼 들어선 고층건물, 달맞이 언덕 등 해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낯익은 바다가 전혀 다른 정감으로 다가온 경우였다. 어둠이 막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해변을 끼고 서있는 건물에 하나 둘 불빛이 밝혀진다. 간간이 기장에서 해운대 쪽으로 들어오는 기차의 불빛, 그리고 하얗게 부서져 밀려드는 파도가 그 정지된 영상에 움직임을 부여한다. 이는 네모의 구도에 갇혀 아름다워 보이는 상품화된 경관 그 자체였다.

매력을 다시 알리는 작업, 그 매력을 상품화하는 일은 연출가가 갖추고 있는 구도 감각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왼쪽 오른쪽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합쳐 만드는 사각구도는 사계절별로 변하는 경관의 아름다움을 관광객들에게 선사하는 관광경관 연출가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탄성이 나오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을 유도하며 다른 사람에게 침 튀어 가며 그 매력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강한 유인력의 경관을 핵심적으로 선 보이는 상품의 개발도 관광분야에선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taehee@nms.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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