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사의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지는 항공권 직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여행사들의 수익구조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인터넷으로 350억원 가량의 항공권을 판매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247억원의 항공권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근 들어 국적항공사가 아닌 외국항공사들 사이에서도 인터넷 항공권 판매가 급증하며 항공업계 전체에 인터넷 직판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외항사의 경우 소수의 항공사만이 자체 한글 홈페이지를 갖추고 토파스의 항공예약엔진을 이용해 소극적인 항공권 판매에 나섰으나 그 판매량이 극히 미미하고 별다른 마케팅도 전개하지 않아 여행사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항사들이 속속 인터넷 직판을 시도하고 있거나 조만간 시작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본격적인 항공사 인터넷 마케팅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의 인터넷 판매가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되는 곳은 당연히 여행사. 갈수록 항공권 수수료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아예 항공사가 직접 항공권을 판매한다고 나서면 그만큼 여행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항사 중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 마케팅을 선보인 항공사로는 일본 항공(www.jal.co.kr)을 꼽을 수 있다. 일본항공은 외항사 중에서는 상당히 이른 1998년 6월 한글 홈페이지를 선보인 이래 지난해 4월에는 토파스를 이용한 실시간 인터넷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선도적인 인터넷 마케팅을 구사했다.

1만여명의 인터넷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항공은 최근 하루 20여건의 예약을 기록할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오는 21일께 또 한번의 디자인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항공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 이용자들의 장난 예약이 크게 줄고 실제 여행객의 예약이 늘고 있다""며 ""이번 개편은 기능 보강 보다 일반 소비자의 접근을 쉽게 하고 여행사 코너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디자인 개편과 함께 별도의 할인 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할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1년여만의 사이트 개편은 인터넷에 대한 일본항공의 관심을 잘 드러낸다. 이밖에 www.agent.jal.co.kr을 치면 바로 일본항공 홈페이지내의 여행사 코너에 접속해 여행사 대상의 할인 행사 등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각적인 인터넷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다른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www.anakorea.co.kr)의 경우도 지난 달 한글 홈페이지에 실시간 예약 엔진을 장착하고 인터넷 판매에 대한 소비자 반응 체크에 들어갔다. 전일본항공 관계자는 ""ANA의 경우 좌석공유나 경유편 항공이 많아 아직은 손님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도 다시 전화로 연락하거나 일일이 수정하는 등 작업이 많다""며 ""지금 단계는 회사 차원에서의 탐색 정도""라고 설명했다.

캐세이패시픽항공(www.cathaypacific.com/kr)도 '아시아 태평약지역의 e비즈니스 리더'가 된다는 본사의 방침아래 지난 달 24일 항공기의 결항이나 지연 등 항공정보를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사전에 통보해 주는 노티스 플라이(notice fly)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단 영어로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6월 중순께 한국어 항공 예약 엔진의 가동과 함께 한글 서비스로 전환될 예정이며 7월께는 인터넷으로 한글 체크인과 좌석지정까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유럽이나 미주 항공사들의 움직임도 눈에 띤다. 지난 달 16일 실시간 예약엔진을 포함한 홈페이지 개편을 단행한 에어캐나다(http://www.aircanada.co.kr)는 7월 출발하는 항공권을 5월30일까지 구입한 승객들에게 해당운임(6개월 왕복 운임)의 7만원을 할인하는 이벤트를 마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7월부터는 회원 상대의 이메일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실시간예약이 아닌 이메일 항공권 판매도 시도되고 있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www.lufthansa-korea.com)은 지난 1일부터 홈페이지의 온라인 예약신청서를 통해 대륙간 항공권을 예약하고 루프트한자독일항공에서 발권하는 고객에게 2,500 마일을 추가로 제공하며 승객 모으기에 나섰다. 네덜란드항공도 (www.klm.co.kr) 출발일 기준으로 5월부터 6월17일 사이의 항공편을 이메일로 예약하는 고객에게 항공권 조건에 따라 5만원에서 8만원 가량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네덜란드 항공의 이번 할인행사는 오는 여름으로 예정된 본사의 자체 예약 엔진 도입에 앞선 사전 작업 성격이 강하다. 이밖에 노스웨스트항공(www.nwa.com/kr)은 오는 20일께 기존 홈페이지에 새로운 실시간 항공 예약 엔진을 장착한 홈페이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노스웨스트의 이번 항공 예약 엔진은 토파스 등의 인터넷 예약엔진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본사의 예약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강력한 예약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스웨스트측은 이를 기념해 신문광고와 할인, 경품 제공행사 등을 기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인터넷 항공권 판매와 관련 항공사 관계자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여행사의 눈치보기'를 꼽는다. 항공사 전체 판매의 70~80%를 차지하는 여행사의 지위를 생각할 때 인터넷만으로 이만큼의 수요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쉬쉬하며 항공 요금도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차이를 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A항공사 관계자는 ""국적항공사가 먼저 인터넷으로 국제선 항공권을 팔기 시작하면서 조심스럽게 인터넷 판매를 시도하게 됐다""며 ""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하려는 수요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여건이 마련되는 데로 인터넷 마케팅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드러냈다.

실제로 B항공사는 최근 홈페이지에 드러내놓고 공시하지 않았지만 회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1만원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소개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행사의 반발과 오프라인 영업의 제한 우려 등으로 아직까지 본격적인 영업을 자제하고 있을 뿐 인터넷 판매가 어느 정도 판매량을 확보한다는 확신이 서면 수수료 부담이 없는 직판을 선호할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는 최근의 항공사 인터넷 항공권 판매를 고려할 때 여행사를 통한 항공권 판매 의존도 감소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국적사의 인터넷 항공권 판매는 성장률 면에서 이미 괄목한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당초 예상치인 120억원을 세 배 가까이 초과한 판매실적을 올린 대한항공은 올해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해 1,000여억원, 2002년 3,5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고 있다.

3,500억원 매출은 전체 대한항공 항공권 판매 수입중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99년 82억원에서 지난해 247억원으로 세 배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항공권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에서 5.7%로 급증했고 올해는 국내선 400억원, 국제선 40억원의 매출 목표를 계획 중이다.

여기에 외항사들의 가세는 항공권 판매가 더 이상 여행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일반에게 더욱 빠르게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C 항공사 관계자는 ""인터넷을 이용해 예약하는 소비자들은 대리점에서 전자제품을 사는 것처럼 항공권도 항공사와 여행사간에 수수료가 오고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단체를 모아 항공사에 직접 그룹 요금을 요청하는 승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행사 입장에서는 ""항공권 수수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작은 업체들끼리라도 M&A 등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멀지 않아 영세 여행사들의 설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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