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해질녘을 좋아한다. 불타는 듯한 저녁놀이 온 하늘을 뒤덮으며 광활한 대지가 태초의 적막감에 사로잡히는 아프리카의 석양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러나 나는 아프리카의 여명도 좋아한다. 잠에서 깨어나는 대륙을 감싼 새벽 안개. 대지를 덮는 이름 없는 들풀에 함초롬 맺힌 이슬들. 기지개를 켜며 뜨거운 한낮이 오기 전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는 뭇 짐승들. 원시의 대륙이 동터오는 엄숙함과 힘찬 생명력으로 충만한 아프리카의 새벽에 외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새벽의 고즈넉함에 매료되어 너른 초원을 헤매었다. 대지가 뿜어내는 흙과 풀 향기의 싱그러움. 겅중겅중 뛰노는 순진무구한 영양들, 멋대가리 없는 타조, 지독히도 못생긴 와속. 마침내 발견한 하마들. 남아공 속에 숨어 있는 작은 나라 스와질랜드의 두 번째로 큰 도시라는 만지니에서 가장 큰 술집은 포르투갈 남자가 주인인 '바 모잠비크'다. 저녁 무렵, 바로 들어서니 거의가 흑인이다. 여자들도 적잖이 섞여 있다.

만지니에서 가장 수준 높은(?) 바인지라 안전했다. 그러나 물가는 경제 수준에 비례하는 법. 술값이 무척 쌌다. 맥주 한 병이 천 원 안팎이다. 바가지 쓸 염려도 없어 옆에 있는 흑인 여성들이 사달라는 술을 기분 좋게 사줬다. 이리저리 어울리다 보니 어느덧 취기가 돌았다. 다음 날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야 되겠기에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거리의 숙소까지 걸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순간, 냉정해 보이던 주인이 따라 나오더니 위험하다며 부득부득 택시를 잡아준다.

그 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껏 기억에 남는다. 나의 무계획성 때문일까. 일순간 방탕에 빠진 걸까. 만지니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갈 때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바즈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할 수 없이 현지인들의 장거리 버스에 홀로 동승했다. 솔직히 말해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백인의 영역을 벗어나거나 일반관광객들의 여행 방식으로부터 일탈한다는 것은 큰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하네스버그에 내리니 시장 바닥인데 2-3천명이 온통 현지인이다. 백인과 외국인은 한 사람도 없다. 카메라에 비디오까지 든 나는 영락없는 표적이다. 택시를 타고 빨리 벗어나려는데 택시도 없다. 그때의 아찔함과 아득함이란. 그러나 어디든 의인은 있기 마련. 눈치를 챈 한 흑인이 도와주며 공항가는 미니 버스를 잡아 준다.

이상이 지난 4월 하순,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리는 인다바(INDABA)에 참석했다가 겪은 아프리카 경험의 일부이다. 남아공을 중심으로 남부 아프리카 나라들의 트래블 마트인 인다바는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관광 컨벤션이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레드포드는 스트립에게 ""그 어느 곳보다 아프리카의 밤은 맑다는 것을 느낀다. 별은 훨씬 더 반짝인다.""라고 속삭인다. 2년 전 보츠와나의 오카방코 델타에서 보았던, 보석함을 쏟아 놓은 듯 아프리카 밤하늘을 수놓던 별들은 여전히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영혼의 보헤미안들은 복잡하게 얽힌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와 싱그런 대륙 아프리카를 서성이는지도 모른다.

(주)샤프 사이버여행사업부 이사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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