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5일 근무제를 필두로 한 근로시간 단축논의가 점차 세를 얻어 가고 있다. 이미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예정인 기업체가 차츰 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근로시간 단축은 곧 여가시간의 확대를 의미한다. 여행업계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반기는 것도 늘어난 여가시간이 여행수요의 확충을 불러오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럼 이제 여가시간의 확대와 소득향상에 의해 증대될 것으로 보이는 여가수요를 어떻게 흡수하느냐 하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와중에 최근에 '우리의 영원한 고향' 농촌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사실 지금까지 농촌은 지속적인 인구유출, 농수산물 판매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다변화되지 못한 수익창출 구조, 농수산물의 국제개방, 과다한 농가부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가시간 증대로 인한 여가수요 확대가 예상되자 이를 농촌으로 유도하는 이른바 '농촌관광'이 농촌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때마침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 1층 국제회의실에서는 전국농업기술자협회와 삼성경제연구소 공동주최로 '여가와 농촌활성화'란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2명의 주제발표자와 6명의 사례발표자가 나선 이번 심포지엄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농촌관광의 활성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역설하면서 농촌다움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전략하에 네크워크 강화를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마케팅, 꾸준한 도농교류, 활발한 주민참여, 냉철한 경영마인드 강화 등을 필수불가결한 과제로 꼽았다. 다음은 심포지엄에 참가한 발표자들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Ⅰ. 주제발표
<여가시간 확대와 농촌관광의 가능성>
지금까지 농촌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관광시장에서 매력있는 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둘째, 농촌자원의 다면적 활용을 통한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유도하지 못했다. 셋째, 사업주의 비즈니스 노하우 부족이다. 넷째, 시설중심의 하드웨어 확충에 치우쳤다. 다섯째, 전국적인 연계체제가 구축되지 못했다.

농촌관광의 목표는 '농촌주민의 삶의 질 증대, 관광객 만족, 깨끗한 농촌환경의 유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발방향은 '자연환경+특산물+전통문화'를 종합적으로 개발해 도시인을 불러들이는 지속가능한 농촌활성화 전략이어야 한다. 향후 농촌관광개발은 개별 사업자 중심이 아닌 마을단위의 관광개발(community based tourism)로 전환해야 하며, 이때 리더를 비롯한 주민들의 인식전환과 참여,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농촌관광의 수익창출은 무엇보다 가장 자신 있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작은 것부터 하나씩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관광은 단순히 물리적인 차원에서 시설을 정비하거나 매력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긍극적으로 거기에 담기는 삶 그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잘 개발된 관광지는 다시 오고 싶은 곳,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농촌마을 관광모델과 주민참여 방안>
지금 우리 농촌에 있어 여가문화산업은 어떤 다른 산업보다도 강력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유망산업이다. 농촌관광개발의 모델을 만든는 출발점은 실제 농촌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농촌 주민의 '농촌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농촌에 대해 막연한 동경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도시 주민의 '여가'에 대한 기대의 접점을 찾는 일이다.

농촌 주민의 기대나 도시 주민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관광개발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농촌 주민이 주체가 되어, 농촌다움의 자원을 가지고, 양방향적·반복적·지속적인 도농교류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농촌관광개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영, 서비스, 기술 등 다양한 측면의 주민교육 △도시민들의 농촌에 대한 기대와 체험을 충족시킬 수 있고 농촌 주민이 다룰 수 있는 정도의 자원의 개발과 관리 △도농교류의 기반이 되는 마케팅과 네트워킹의 문제가 전략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Ⅱ. 사례발표
▲ 신비의 건강여행, 금산군 민박마을 - 김행기 충청남도 금산군수
녹색관광의 거점을 구축키 위해 99년부터 20개의 인삼약초 꽃마을을 가꿔오고 있으며 빈집 또는 농가공간을 활용, 특색있는 민박마을 가꾸기를 위해 건강을 테마로 한 9개의 민박마을을 선정했다. 모든 민박마을에서는 찾는 사람들에게 건강과 추억이 될 수 있는 인삼약초 술 담그기, 인삼약초 캐기 등의 체험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외지손님들이 쉽게 찾아오도록 민박마을 안내표시판을 설치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홍보, 안내서 제작, 민박사업자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 맑은물과 친환경농업, 양평군 생태산촌마을 - 민병채 경기도 양평군수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안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친환경농업 홍보 및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 반딧불, 메뚜기가 돌아왔다. 현재 전체 농가의 45%가 친환경농업 실천농가다.
2003 년까지 30억원을 들여 양평군 서종면 일원에 체류형 토속마을, 산림박물관, 농·임산물 직판장, 환경체험학교, 야생화 단지, Eco-doctor's village 등이 들어서는 생태산촌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 초록마을을 꿈꾸는 화천군 용호리 - 최수명 강원도 화천군 농업기술센터
3 년간 5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지원받게 돼 마을 장기발전 세부계획을 수립 중이다. 구 마을회관은 정보센터로 개조했으며 마을 홈페이지(www.yongho.org)와 안내 팜플릿을 제작, 농산물 직거래, 도농교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도농교류 프로그램으로는 도시민 초청 산나물 채취대회 개최, 체험농장 운영, 농가 도시민 100가정 알기 추진, 사이버 주민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마을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홈페이지 관리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문회사를 선정해 제휴할 계획이다.

▲ 환경농업으로 특화하는 홍성군 문당리 - 주형로 충청남도 홍성군 문당리 회장
1993 년부터 오리농업을 도입, 현재 전체 81가구 중 40농가가 약 10만평 농지에 오리농법을 이용해 경작하고 있다. 벼 수매시 가마당 소정의 마을 환경기금을 적립, 환경농업교육관을 건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과 교육생은 1,700여명이며 각종 회의 및 문화교실 참가자는 1,850명이다. 환경농업교육관을 방문하는 방문객과 교육생들은 오리넣기, 오리의 활동 관찰, 흙밟기, 쑥캐기, 전래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 농촌휴양형 펜션, 서귀포 귤림성 - 민병원 제주도 서귀포시 귤림성 대표
농어촌 휴양펜션(민박, 콘도, 호텔, 고향집의 장점을 모두 갖춘 프랑스 농가형 하숙집)을 단순한 형태의 숙박이 아닌 제주도의 관광자원, 자연환경에 제주도 농민의 정을 실어 아늑함과 포근함을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귤립성농원의 설립목적이다. 농촌휴양형 펜션하우스 운영을 중심으로 감귤, 옥돔, 오미지차 등 특산물 판매장도 운영하고 있으며 귤따먹기 체험학습장, 제주 초가, 장독대, 텃밭 등을 갖추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해 연간 방문객수는 7만6,200여명으로 총 매출액 15억원에 순이익은 1억5,000만원이다.

▲ 소비자가 찾아오는 농장, 아리랜드 - 정의국 충청남도 서천군 아리랜드 대표
친환경 농산물을 매개로한 도농교류의 장을 마련키 위해 96년 4월 '동백축제'를 시작했으며 8,000년동안 밀물, 썰물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귀중한 자연환경, 갯벌의 생명을 체험할 수 있는 갯벌탐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팜스테이 사업은 계절별 농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앵두따기, 찜질, 조개캐기, 바다낚시 등도 실시한다. 아리랑 농장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인 유기농 야채, 토종 돼지, 죽염제품 등을 생산하며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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