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기억에 남는 여행은 둘째 크리스틴이 한 달 되던 해 플로리다 탬파에놀러 갔던 일주일 휴가였다. 호텔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부터 크리스틴이 수두를 앓기 시작했고, 온 가족은 일주일 내내 해변 모래사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면서, 지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노스웨스트 직원으로 스탠바이를 했다가 가까스로 비어있는 마지막 네 자리를 받았는데, 출발 5분 전 화물칸 무게초과로 우리 네 식구는 다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다. 제트웨이에 서서 비행기가 떠나가는 것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4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린 후, 다음 비행기를 타고 미네아폴리스로 돌아왔다.

밤 10시에 집에 도착했지만 폭설로 인해 차가 차고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눈삽으로 겨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족들을 집안으로 피신 시킨 후, 한 시간 동안 눈을 치웠다. 우리 식구는 아직도 여행을 떠났다가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생길 때 마다 그 때의 플로리다 휴가를 떠올리곤 한다. 고생은 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여행으로 말이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은 참으로 많다. 그 중 제일 큰 이점은 새로운 환경에 대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적응력을 길러 준다는 것이다. 농경 문화 속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우리에게는 변화에 대한 원시적인 두려움이 있다. 일상적인 괘도를 벗어났을 때 우리는 이유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행은 우리를 일상 밖으로 끌어내 낯선 상황 속에 대처하도록 하는 모험이다.

우리는 처음 방문해 보는 도시에서 처음 접하는 언어와 사람들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적응력과 그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나는 한 번도 가이드가 있는 단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정해진 스케줄의 틀 속에서, 새로운 도시를 너무 안이하게 접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식당을 가더라도 관광객들이 북적대는 곳 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을 가보고 싶은 이유에서이다.

미네아폴리스 본사에서 근무할 때는 가끔 금요일 오후에 아내에게 전화를 해 “이번 주말에 디즈니랜드에 갈까?” 하고는 저녁 비행기를 타고 LA로 향하곤 했다. 호텔과 렌터카만 예약된, 전혀 무계획의 이런 여행을 아내는 “갑작스럽지만 황당하고 신나는 여행” 이라고 부르곤 했다. 또한 여행은 우리를 더욱 더 넓게 만들어 준다.

그런 말이 있다. 한 권의 책만을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여러 다른 사람들, 언어, 문화를 접하면서 우리는 이해와 포용력의 폭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항공업계에 들어온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잘한 결정이었지만, 더 큰 혜택은 자녀들이 보는 것 같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여행을 데리고 다녔던 조셉(9)과 크리스틴(5)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호텔을 데리고 가도 그리 낯설어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여행일 뿐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세계를 보여 주는 것이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여라고 생각한다.

항공업계의 계속적인 발전에 힘입어, 세계는 이제 참으로 좁아졌다. 인천 공항에서 불과 2시간이면, 우리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의 수도(도쿄)에 도착할 수 있다. 다음 연휴 때는 가족들과 함께 또 다시 여행을 떠날 참이다.

데이비드 하 노스웨스트항공 한국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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