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도 이 말은 한번쯤이라도 들었을 것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띠 끝을 한 번 꼬아서, 즉 180도 회전시켜서 다른 쪽 끝에 붙이면 색다른 모양의 띠가 만들어진다. 뫼비우스의 띠 위로 개미가 기어가는 가상을 하면서 모서리를 넘지 않고도 띠의 앞·뒷면을 모두 기어갈 수 있는 지극히 간단한 이론이다.

별다른 의미 없이 선생님의 주문에 따라 만들었던 뫼비우스의 띠, 그 속에 담긴 위대한 한 수학자의 발견이 지금에 와서야 깊이 있는 철학으로 다가온다.

아무런 변화 없이 먼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제나 같은 길을 걸어야만 하는숙명에 놓일 수밖에 없는 개미의 처지와 여행업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최근 들어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여행업이 자유화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된 것은 없다’라는 여행업계의 이구동성뿐이다. 뫼비우스 띠에 놓인 개미처럼 별다른 변화 없이 10년을 달려온 여행업.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며 성장일로를 걸어왔던 양적 팽창을 근거로 여행업이 발전했다는 혹자가 있을지 모른다. 물론 맞은 말일지 모르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 그도 그러치 않다.

5년 동안 거래해온 랜드에게 미수금 정리를 하면서 ‘3,500만원 지상비를 지금 받으려면 2,000만원만 받아라’하는 상식에 어긋난 막무가내식의 일부 여행사들이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이 기막힐 따름이다. 하지만 변함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과감하게 자르려고 하는 여행업 종사자들이 늘고 있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을 뿐이다.

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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