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중국의 계림을 그대로 바다 위에 옮겨 놓은 것 같다고들 하지만 어찌 보면 베트남 하롱배이(Halong Bay)의 탁본이 바로 중국의 계림일 것도 같다. 육지가 아닌 바다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하롱배이에 깃들여진 자연의 오묘함이 더욱 크게도 느껴진다.

새색시의 부끄러움 가득

선착장에서 바라보면 하롱배이는 쑥스러움에 젖은 첫날밤 새색시마냥 잔뜩 웅크리고 그 비경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저 멀리 아득한 수면 위에 밋밋할 뿐인 너더댓 개 섬들이 듬성듬성 떠 있을 뿐 감히 계림과 비교할 정도의 촘촘함이나 오밀조밀함의 싹수는 찾기 힘들다.

로마시대의 범선을 연상시키는 전용 선박에 몸을 맡기고서도 첫날밤 새색시를 눈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새신랑의 조바심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걔야…. 혹시 다가올지도 모를 엄청남 실망감을 미리 줄여볼 요량으로 짐짓 당초의 기대치를 수정해보려고 하지만 건방지다 싶을 정도로 당당한 가이드의 호언장담에 외려 기대는 한결 더 커지고 만다.

하긴 유네스코가 두 번씩이나 하롱배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한 사실이나 꽤 많은 이들이 하롱배이를 금강산, 계림과 함께 ‘동양의 3대 절경’으로 꼽는 걸 보면 기대치를 낮추기란 그리 쉽지 않다.
유네스코는 지난 1994년 하롱배이의 미학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00년에는 또 다시 하롱배이 지역의 카르스트 형성 과정과 지질학적 가치를 공식 인정했다.

세계문화유산이야 어차피 인류의 작품이니 그 지정 여부도 보존노력 등 일정 부분은 인간의 입김이 작용하지만 자연유산은 그 생성과정부터가 인류가 아닌 오로지 자연 순수영역인 만큼 개인적으로는 자연유산에 더 큰 호기심을 갖고 있다.

수만년 세월 흐른 자리에는

이런 상황인데도 하롱배이는 호락호락 그 기대를 충족시키려 들지 않는다. 선착장에서 배로 20~30분 정도를 달리니 그제 서야 살포시 베일을 들어 올린다. 대부분의 하롱배이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다우고(Dau Go)’ 섬이다. 이 섬에는 수만년에 걸쳐 형성됐고 지금도 변화를 멈추지 않고 있는 ‘티엔 충(Thien Chun)’이라는 석회동굴이 있다.

지난 1993년 발견되고 그 이듬해에 하롱배이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보존상태가 매우 훌륭하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설치한 조명시설을 제외하면 거의 원형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큼직큼직한 석주와 기기묘묘한 모양의 석순들이 울긋불긋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도 자아낸다. ‘용이 하강하는 만’이라는 뜻의 하롱배이라는 이름은 바로 석회동굴이 자아내는 분위기 때문에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석회동굴이 하롱배이에는 발견된 것만 해도 10여개에 이른다.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당당한 면모다. 하지만 이것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섬 하나하나마다 자연의 신비가

하롱배이의 진면목은 다우섬에서부터 본격 시작되는 선상관광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공식 기록상 하롱배이에는 총 1,969개의 섬들이 떠 있다. 이 중 980개만이 이름을 갖고 있고 또 거의 모두 무인도다. 유네스코는 이 중 775개 섬을 포함하는 434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배가 다우섬을 휘감아 돌며 하롱배이의 심장부를 향해 방향을 잡자 바다와 돌과 바람이 빚어낸 자연의 신비가 와락 품안에 파고든다. 높아봤자 해발 20~30m 정도의 고만고만한 섬들이 첩첩 병풍을 이루고 있고, 카르스트 지형의 뚝별스런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섬들은 제마다 모양도 느낌도 제각각이다. 배가 나아갈수록 모양과 느낌도 시시각각 변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닭의 모양을 하고 있던 것이 금세 버섯모양으로 바뀌기도 하고 낙타로 변하기도 한다. 전후좌우를 둘러싼 섬들은 어떤 때는 든든한 호위병이 되었다가도 또 어떤 때는 위협적인 약탈자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다변성 때문인지 자신의 느낌과 관점에 따라 섬에 이름을 붙여보는 재미는 선상관광 여정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섬들에 둘러싸인 채 즉석에서 서는 해상 수산시장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하롱배이를 텃밭삼아 살아가고 있는 이곳 어민들의 주요 고객은 바로 선상 관광객들이다. 이들은 다짜고짜 관광선에 자신의 고깃배를 붙여놓고 바로 잡아 올렸을 법한 생선을 판매한다. 일부는 흥정이 깨져 배에서 떨어져 나가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거래는 거의 성사된다. 끓는 물에 팔딱거리는 생선과 미리 준비해간 고추장을 풀기만 하면 1,969개의 반짝이는 보석들이 시샘하고도 남을 선상 매운탕 파티가 시작되는 것이다.

하롱배이 선상관광의 종착지는 티토브 섬(Titov Island)이다. 티토브라는 명칭은 이 섬에서 묶고 간 러시아 우주비행사 지에크만 티토브(Giecman Titov)의 이름을 따 지난 1962년 호치민이 지은 것이다. 선착장에서 약 7~8km 거리에 있는데 하롱배이의 다른 섬들과 달리 제법 넓은 해변과 전망대를 갖고 있어 한 두 시간 쉬었다 가기에 제격이다. 1,969개의 보석을 하롱배이에 흩뿌려준 자연에 깊은 감사와 경외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대한항공 신규 취항으로 하늘길 넓어져

오는 12월경이면 하롱배이로 가는 길이 한층 넓어진다. 대한항공이 하노이로 신규 취항할 예정이기 때문. 하노이에서 하롱배이까지는 차량으로 서너 시간이 소요되지만 하롱배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감안하면 그 정도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대한항공의 신규 취항에 따라 이미 베트남 전문 업체들인 위더스관광, 호성투어, 으뜸문화항공, 백삼관광 등은 신상품 개발 작업에 착수했으며, 현지 랜드사들도 이에 대비하고 있어 앞으로 하롱배이 상품은 급격히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노이 단일 목적지 상품에서부터 베트남 남북상품, 테마상품, 골프투어 등 신규 개발 가능한 상품 폭은 매우 넓은 상태다.

위더스관광 홍흥표 사장은 “비단 하롱배이 뿐만 아니라 베트남 상품 전체에 활력소가 될 것이며 특히 그동안 소외돼 왔던 베트남 북부 지역의 상품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롱배이의 가이드 및 호텔 객실 부족 문제가 당장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가이드는 향후 관광객 방문 추이에 따라 충분히 확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객실은 사전 블록 설정 작업으로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하롱배이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한항공 02-751-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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