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0년대 초, 중국을 2주간 여행했다. 북경, 낙양, 개봉, 서안, 항주, 소주, 상해, 계림을 둘러보았었다. 옛 문화와 아름다운 절경에 감탄하며 중국식 신선로인 훠궈로부터 시작하여 그 유명한 ‘북경 오리’ 등 산해진미를 맛보며 각종 고량주와 분주를 음미하느라 바빴었다. 그리곤 아침이면 각종 향기로운 차로 숙취를 풀곤 했다. 그런 재미있었던 추억이 요즘 서구인이 중국에 대해 쓴 몇권의 책으로 인해 반성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지속적인 역사가 반만년이 넘는 오래된 나라이고 넓디넓은 영토를 가진 큰 나라이다. 56개 종족으로 세계 인구의 21.6%인 13억 인구를 갖고 있다. 중국은 한 국가라기보다 가히 한 세계이다. 최근 20년 동안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오늘날 소련을 대신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이다. 우리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관계로 오랫동안 중국을 역사의 파트너로 삼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살아갈 것이다. 중국은 우리가 관광을 가장 많이 가는 나라 중 하나이자 또한 우리 인바운드 관광의 큰 시장이다.

우리가 중국을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잘 알아야 함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우리와 중국은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다. 유교와 불교 전통이 그렇고 민간 풍습도 거의 비슷하다. 더욱이 같은 한자문화권이다. 서구인들이 배우기 힘든 한자를 우리는 쉽게 배울 수 있으며 우리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로 된 조어이다.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어느 나라 사람보다 중국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쓴 중국관계 서적은 인상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큰 나라라는 사실에 주눅들어 중국을 좋게 그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1년 동안 기차로만 여행하며 사실을 추적하여 쓴 폴 써로우의 ‘중국기행’(서계순 역, 도서출판 푸른 솔)과 십수년 간 저널리스트로서 중국 오지의 가장 가난한 지역부터 북경의 가장 부유한 곳까지를 답사하며 중국의 허구를 벗긴 제스커 베커의 ‘중국은 가짜다’(이은선 역, 홍익출판사)는 우리에겐 작은 충격이다. 서구인인 그들이 어찌 그리 중국을 천착할 수 있으며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지. 오래 여행했기도 하고 세계 정보의 70%가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자신 부끄러워진다.

“학자란 남들이 읽지 않는 책을 뒤져, 쓸데 없는 연구를 하여, 남들이 읽지 않을 글을 쓴다.”라고 어느 영국의 문인이 말했다던가. 중국에 관한 몇권의 책을 읽으면서 발로 쓴 좋은 기행문과 기사가 학술서적보다 더욱 정확히 한 나라의 실체와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기행문학과 국가안내 서적도 지금 단계에서 한 수준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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