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늘보다 기온이 2~3도 내려가 쌀쌀한 아침을…’ 쌀쌀하다. 인천공항의 아침은 어제의 일기예보에 충성을 맹세한 듯 했다. 하지만, 2시간 후면 따가운 햇살아래 푸른나무와 알록달록한 꽃 그리고 파아란 바다와 금세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도착 -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제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비행기가 선회하면서 바다 한가운데에 펼쳐져 있는 산호초 군이 보인다. 이제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도착한 모양이다. 곧이어 비행기는 활주로에 내려앉아 속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이 열리자 아열대 기후의 따뜻한 바람이 기내로 역류해 들어왔다.

오키나와 현은 57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군도. 남서쪽으로 길게 뻗은 화산섬인 본도는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인구는 3배가 더 많다. 연중 따뜻하여 일년 내내 형형색색의 꽃이 피며, 산호초와 에메랄드빛 바다, 강렬한 태양이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곳이다.

오키나와에서도 유명한 리조트 호텔인 카누차리조트까지는 공항에서 전용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깨끗하게 정비된 도로, 그 옆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빨간 꽃들이 이국적인 냄새를 물씬 풍겨내고 있었다.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출근시간을 재듯 이곳에서 어디를 가는데 얼마가 걸렸다는 식의 시간을 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대략 1시간 30여분을 달린 것 같다. 해안가 저 앞에 카누차 리조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부분을 보았지만 전체크기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보는 순간부터 매우 넓다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클럽하우스를 지나 카누차 리조트(Kanucha Bay Hotel & Villas) 안으로 들어가보니 과연 짐작대로였다. 좌측으로는 콘도스타일의 객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그 지붕을 경계선으로 남태평양의 바다가 하늘과 맞닿아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우측으로는 초록의 그린이 객실과 어우러져 있었는데 첫눈에 봐도 정리가 아주 잘 되어 편안하고 정돈된 느낌을 줬다.

카누차 리조트는 80만평의 대지 위에 280개의 다양한 타입의 객실과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8개의 식당, 수영장, 테니스장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 필드 - 자연과 함께 숨쉬다

호텔시설은 최고급 수준이며, 모든 객실에서는 남태평양의 수평선이 보인다. 두부와 야채를 볶아 만든 참플과 300년 이전부터 즐겨 먹어온 오키나와 특유의 돼지고기, 다시마의 볶음요리인 구부이리치를 비롯하여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으며, 500년 전에 태국에서 전래되어온 오키나와 고유의 아와모리소주와 스테이크는 꼭 맛보아야 할 것들이다.

오키나와를 즐기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골프를 빼놓을 수 없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카트에 몸을 실었다. 리조트의 크기가 80만평이라면 대체 얼마나 큰 것일까? 숫자는 크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골프장 내에서 이동하는 수단인 미니카 카트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밖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일행은 다시 두 대의 카트에 나눠탄 후 10번 홀부터 돌기 시작했다.

아침! 모든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어서 일까? 필드도 그리고 잔디도 모두 기지개를 켜고 우리를 반기는 듯 하다. 너무나 생명력 넘치는 아침.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구릉과 숲, 나무의 천연지형을 그대로 살려 설계했다는 골프장은 솔숲으로 둘러싸인 빌리지 코스와 해안가 주변을 도는 시사이드(Sea Side)코스로 나뉘며, 18홀(72파) 규모다.

드디어 핀 위에 공이 올라갔다. 깊은 호흡과 동시에 순간의 긴장감이 감돌았고, 스윙과 동시에 공은 도망치듯 멀어져 간다. 치는 이도 그렇겠지만 보는 이 또한 너무나 짜릿한 순간이다. 연이어 두 번째, 세 번째 공이 날아갔고, 우린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가슴속 깊이 최대한 불어넣으며 솔숲으로 둘러싸인 그린을 걷는다.

그렇게 열중하고 있는 사이 시사이드(Sea Side) 코스에 도착했다. 남태평양의 바다가 초록의 그린 옆에 성큼 다가와있다. 지척인데도 바람은 강하지 않다. 가까이에 벙커가 보였고, 또 워터해저드도 보였다. 가끔 그들이 공을 빨아들이긴 했지만, 이 또한 골프를 치는 이가 넘어야만 할 산. 골프의 즐거움에는 한치의 흠집도 내지 못한다.

# 마무리 - 몸과 마음엔 에너지 가득!

오전에는 부지런함을, 기지개를, 부산함을 그리고 오후에는 게으름을, 휴식을, 낮잠을. 카누차 리조트를 100배 즐기기 위한 모토다. 리조트 내 편의시설에는 수영장, 테니스장, 게이트볼에 골프를 합한 파크(Park)골프장, 헬스클럽이 있으며,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더위를 느낄 정도로 오후의 햇살은 따갑기만 하다.

수영장에서 오후시간을 보내는 일은 심신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김승옥씨의 ‘무진기행’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고향인 무진을 향해가며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있는 정도의 소금기’를 이용해 이 세상에서 가장 상쾌한 수면제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곳의 파라솔 밑에 누워있노라면, 이 세상에 가장 상쾌한 수면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주위가 어두워졌다면, 야간경기를 할 수 있도록 밤 9시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파크골프를 추천한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푸짐한 저녁 식사 후 오리온(Orion)맥주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리조트의 하루를 상큼하게 마감할 수 있다.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천혜의 휴양지 오키나와. 언제 어느 때 들러도 즐거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한겨울에 찾아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눈깜짝할 사이 시간은 공항행 셔틀버스에 몸을 싣도록 강요하고 있다.

오키나와 = 민서기 기자 itmg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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