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시드니는 따스한 미풍이 가득할 뿐 아니라 누가 매일 청소라도 하는지 푸른 하늘에는 티끌하나 없다. 본능에만 충실한 아이 때부터 백지라면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가 아닌가. 호주의 미항 시드니에는 하늘에다 낙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필기도구 비행기.

처음 시드니를 방문한 건 한 겨울로 접어드는 5월이었다. 하지만 때 마침 찾아온 이상 기후로 시드니의 기온은 겨울 코트를 입고 다닐 정도로 뚝 떨어져서 ‘열대의 한파(tropical freeze)’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시 찾은 10월의 시드니는 따뜻한 미풍이 불어오는 전형적인 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부신 가을하늘까지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 푸른 하늘에 낙서를 하겠다고 조그만 경비행기 하나가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무얼 쓰나, 고개가 꺽어져라 쳐다봤더니 고작 아그파 필름 광고다.

‘A.G.F.A’. 하지만 가끔은 푸른 하늘에다 사랑을 고백하는 낭만파도 있단다. 고백의 단어들은 얕은 바람에도 쉬이 흩어지지만, 가슴속에 새겨진 사랑은 모진 풍랑에도 거뜬하지 않겠는가.

시드니의 둘째날은 시드니 하버와 동부 해변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지난밤 우리의 컵라면을 벌써 2개나 축냈다는 ‘유쾌한 라면’씨의 육성 고백을 듣다보니 금세 ‘맥쿼리스 부인의 의자’에 도착했다.

미시즈 맥쿼리스 의자(Mrs Macquaries Chair)가 있는 왕립 식물원의 끄트머리 전망대는 기념사진 찍기의 경연장 같다.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와 하버 브릿지(Harbour Bridge)를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 볕이 잘 드는 둔턱에 웃통을 벗은 채 다정하게 누워있는 한쌍의 ‘남남(男男)’도 이방인들의 사진속에 겹치기 출연을 한다.

멀찍이서 우아한 ‘자태’를 감상했으니, 이제 가까이서 뜯어볼 시간. 그러나 뉴사우스웨일즈 아트갤러리(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너무 지체한 탓인지 시간이 빠듯하다. 요령부득 급한 마음에 멀찍이서 사진기만 찰칵찰칵 눌러본다. 켜켜이 지붕을 겹쳐놓은 오페라 하우스의 독특한 디자인은 ‘요트의 흰 돛’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지붕은 온통 100만 장이 넘는 스웨덴제 세라믹 타일로 덮여 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매력은 그 독창성뿐 아니라 좌우대칭을 깡그리 무시하고 지은 대담성에 있는 것 같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매번 새롭고 낯설다. 최고의 명소답게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는 이 곳에서 서큘러 키(Circular Quay)쪽으로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다. 질서 정연한 하얀 파라솔 아래 손수 만든 여러 가지 악세서리와 기념품 등이 팔려 나가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도 표지가 귀여운 핸드메이드 앨범을 사고야 말았던 두 여인을 재촉해 빠른 걸음으로 크루즈에 오른다.

배가본드 크루즈(Vagabond Cruises)의 점심 뷔페에는 김치까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김치 보다 인기가 높았던 것은 무한정 제공되는 새우. 서로 사이좋게 껍질까지 벗겨주며 새우를 동내고 난 다음에야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디서나 선명한 랜드마크를 이루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야 너무 익숙한 장면. 요트 선착장까지 갖추고 있다는 해변의 고급주택이나 식민의 역사가 실린 건물들을 스쳐가는 동안에도 다들 잠잠하더니 일순간 배안이 소란스러워진다. 저 앞에 누드비치가 있다는 비보를 접한 디지털캠코더들이 일제히 줌(Zoom) 성능을 시험하고 나섰다. 물론 한국에서 건너온 카메라들만. 약조대로 나중에 시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볼 사람들은 다 봤다고 한다.

해는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지만 기온이 가장 올라가는 오후의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는 반라의 남녀들이 가득하다. 크루즈에서부터 머리위에 떠 있던 ‘아그파’라는 글자는 이 곳까지 따라왔고, 벗은 몸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역시 따라왔다. 톱플리스(Topless)를 찾아 헤매는 눈길들은 여기에서도 발군의 실력들을 발휘한다. 서로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잠깐 숨을 돌리고 나서 파도가 부서지는 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갭(The Gap)으로 올라갔다. 한국에서는 추석 명절로 떠들썩할 시기인데,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중년의 한국 부부들도 보인다.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대는 바람에 밀려 왓슨 베이(Watsons Bay)로 내려오니, 바다의 풍경이 한결 호젓하다. 경사도 사투리를 질펀하게 쓰는 한국인을 보고 북한 사람들이라는 터무니없는 오보를 날렸던 모 이사님께 따뜻한 커피와 코코아를 한잔씩 얻어 마시는 동안 오후의 바다에는 은빛이 내렸다.

시드니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자유여행사 02-777-7501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시드니-발리 연합상품’

10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시드니-발리 연합상품은 가루다인도네시아 항공의 야심작이다. 가장 큰 장점은 물론 저렴한 가격. 호주와 인도네시아라는 두 나라를 여행하는 7박8일 상품이 89만9,000원(11월)이다. 7만원 가까운 시드니와 발리의 공항세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매년 한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를 조사하면 당당 1위를 차지하는 호주의 매력도 대단하지만,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발리에 대한 동경도 만만치 않다.

시드니에서는 관광을 충분히 즐기고 발리에서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단점은 비행시간이 길다는 것. 시드니까지 거의 꼬박 하루 밤낮을 날아가야 하는 여정은 고생스럽다. 하지만 이틀 동안 아름다운 도시 시드니를 여행하고, 다시 3일 동안 발리에서 ‘천상의 휴가’를 보내고 나면 돌아오는 길은 멀지 않다. 매주 금요일에 4인 이상이면 출발 가능하다. 현재 자유여행사에서 간사를 맡고 나스 항공, 인터 파크 등의 패키지 여행사에서 연합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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