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콸라룸푸르행 비행기의 중간 기착지인 코타키나발루의 첫 느낌은 ‘촉촉함’이다. 우기때도 보통 32도를 웃돈다는 ‘후덥지근함’ 은 도착 바로전에 내린 스콜로 대기전체가 물방울을 머금은 듯 변해있었다. 건조한 기내에서 내내 고생하던 피부가 단박에 행복해졌다.

형형색색 즐거움이 ‘톡톡’

코타키나발루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5년부터다. 입소문을 통해 키나발루산이 알려지는것과 때를 같이하지만, 코타키나발루에는 ‘산’ 말고도 너무나 많은 즐길거리가 있다. 가장 가깝게는 5개의 섬을 연결해 하나의 해양국립공원으로 만든 툰구압둘라만(Tunku Abdul Rahman)이 있다.

해양국립공원은 사피(SAPI), 마무틱(MAMUTIK), 마누칸(MANUKAN), 가야(GAYA), 슈르그(SULUG) 5개의 섬을 묶은 곳으로 , 사바주는 이 섬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섬들 모두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어 해수욕 및 선텐,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각 섬마다 트래킹 코스가 마련돼 가벼운 몸풀기로도 그만이다. 관광객들은 보통 종일투어로 섬관광을 즐기거나 모든 섬들을 둘러보는 호핑투어 프로그램을 이용 한다. 국립공원까지는 마제란호텔 부근의 항구에서 스피드보트로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각 섬내 자리하고 있는 리조트들은 대부분 3급호텔 수준. 나무로 만들어져 자연적인 느낌을 선사하지만 고풍스럽지는 않다.
‘물고기섬’이라는 뜻의 마누칸섬은 배위에서 섬을 오른편에 둘때 가장 물고기다운 모습을 드러내는데, 꼬리주변에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로 역동적인 물고기를 연상시킨다. 가야섬은 수상리조트가 특징인데,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사피섬은 샤워시설 및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이 잘 정비돼 있는데다 해변 역시 수준급이라 여행객들에게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피는 말레이시아어로 ‘소섬’이라는 뜻. 각 스노클링 포인트마다 빙 둘러친 안전망을 볼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면 준비완료. 조금 힘을 내 안전망 부근까지 가면 발아래 펼쳐진 또다른 세상을 만난다. 길게 펼쳐진 화려한 산호밭 사이사이로 색색의 열대어들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안전망 바깥으로는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니 더 이상은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사피섬에서 4일 정도를 투자하면 다이빙 자격증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이빙 포인트는 사피보다는 마무틱 섬이 더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아예 다이빙을 목적으로 마무틱으로 갈 정도.

다양한 즐거움 ‘키나발루 국립공원’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북쪽에 위치한 사바주는 태풍권인 필리핀과 가까워 예부터 ‘바람 아래의 땅’이라 불려왔다. 동남아의 최고봉인 키나발루산은 사바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에서 하늘과 맞닿아있다.

키나발루 국립공원까지는 공항에서 3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굽이굽이 차를 타고 오르는 고산정 마을까지도 버스는 숨이 찬다. 길 왼편으로는 끝임없이 구름을 만들어내는 키나발루 산자락이 펼쳐진다.

국립공원 관리소에는 키나발루의 동식물을 사진 및 박제로 정리해놓은 전시관이 2층에 마련돼 있다. 곤충을 잡아먹는 꽃부터 세상에서 제일 크다는 라플레시아, 2만5,000년전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고사리,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오랑우탄, 희귀한 나비 등을 만날 수 있으며, 1층에서는 차 등을 마실 수 있다.

관리소를 지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자연 난공원’으로 통한다. 난공원은 오전 9시, 12시, 3시에 맞춰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입장료는 말레이시아인일 경우 4링깃, 외국인은 5링깃이며, 18세 이하는 50%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1984년에 오픈한 난공원으로 들어서면 온통 초록일색이다. 발밑에 뿌리를 박은 바위마저 초록 이끼를 뒤집어쓴 채 색에 가담한다. 이곳에는 난 외에 여러 나무들이 함께 자생하고 있는데, 색을 달리한 푯말로 이해에 도움을 준다. 초록푯말은 난 종류, 파랑푯말은 약으로 쓰이는 약초며, 빨강푯말은 이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이다.

난공원에는 하루 500명 정도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대만사람이 많다. 난공원을 한바퀴 도는데 드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난공원을 나와 삼림욕을 하듯 울창한 나무숲을 지나 한참을 올랐다. 카메라를 든 어깨가 땀으로 흠뻑 젖을 즈음, 못을 사용하지 않고도 굵은 나무를 버팀목으로 탄실히 엮어 만들었다는 다리 ‘캐노피(CANOPY)’를 만났다. 1990년 5월에 일반인에게 공개된 캐노피는 총 길이 157.6m의 나무다리. 총 4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당 약 41m 정도 된다. 다리는 흔들림이 많아 일정 간격을 두고 건너야 하는데 한 사람이 더해질때마다 그물망이 출렁거린다. 다리중간에서 발밑을 내려다보면 보이지 않는 바닥에 다리가 휘청인다. 움직임도 불안하지만 나무가 견딜수 있는 무게에도 한계가 있어 5명 이상이 한번에 타지 않기를 권한다.

캐노피를 빠져나와 얼마간 걸으면 포링(Poring)온천에 다다른다. 흡사 극기훈련이라도 받은 듯 넓은 온천장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포링온천은 자연광천수로 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일본식 노천 온천장. 방갈로식으로 지어진 개인 온천욕장이 아닌 노천온천욕장은 마침 무료기간이라 인근 아이들이 대거 몰려와 있었다. 인원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온천장이 마련돼 있다.

영혼의 안식처 ‘Mt. 키나발루’

여행의 주목적이 키나발루 산행이라면 공항에서 바로 산으로 직행한다. 3,800m 고지의 산장에서 여장을 풀고, 새벽 2시께 야간산행으로 정상을 향한다. 깎아지르는 절벽길이 아니기 때문에 고산병으로 시달리지 않는한 산행자체는 그닥 어렵지 않다. 산행길에는 로컬 가이드인 두순(Dusun)족들이 7명당 1명꼴로 붙어 길을 안내한다.

정상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는 확률은 반반. 새벽녘 하얀 구름연기를 뿜어대던 키나발루는 태양이 뜨는 순간 구름을 뚫고 분출하는 태양빛을 고스란히 펼쳐낸다. 날씨가 좋다면 필리핀이 보일정도. 정상을 즐긴 후 하산한 여행객들은 포링온천에서 피로를 풀거나 아예 리조트에서 해양스포츠 등을 즐기기도 한다.

비록 산 정상이 아니라해도 키나발루산과 태양은 기가막힌 장관을 연출하곤 한다. 산꼭대기는 구름으로 가린채 파란 음영만을 내놓고 있는 산은 멀리서 바라만봐도 한편의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킨다. 굽이쳐 올라가는 산중턱 아래 펼쳐지는 고산정 마을의 모습과 산 곳곳에 걸쳐있는 구름을 보고있노라면 카다잔(Kadazan)족들이 왜 이곳을 ‘죽은 영혼의 안식처’라 불렀는지 알 것도 같다.

키나발루는 지금도 지각운동에 의해 매년 0.05m씩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인공위성의 관측에 의하면 4095.2m였다. 정상을 다녀오면 증명서를 발급해주는데, 산행에 자신이 있다면 카마단 축제(5월)를 전후해 1년에 1번씩 개최되는 키나발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된다.

코타키나발루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말레이시아 항공 02-753-6241 유니온 투어 02-739-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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