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영업하고 있는 S여행사 L사장에게 지난 9월11일은 절대 잊지 못할 날이다.

14명의 단체를 이끌고 11일 아침 워싱턴행 비행기를 탔다가 공항이 폐쇄돼 미네아폴리스로 회항해야 했다. 미공군에게 테러리스트가 탑승했다고 오인돼 격추될 뻔했던 대한항공 KE093편에 탑승했던 것. S여행사 단체 여행팀은 이틀을 꼼짝없이 공항에 묶여 있다가 미주투어를 감행했다. 아수라장인 쌍둥이빌딩도 보고, 검게 타올랐던 미 국방성 건물도 멀리서 봤다.

지금 그 손님들은 아예 ‘911 계’를 결성했다. 내년 북유럽 여행도 계획하고 있고, 죽을 때까지 여행은 함께 하기로 다짐 또 다짐했다. L사장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장 강한 지원군을 미테러 덕(?)에 만든 셈이다.

‘더 이상 나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도 지나고 나면 오히려 좋은 일이 되는 때가 종종 있다. IMF의 혹한을 이겨내자 더 튼실한 둥지를 갖게 된 업체가 가장 쉬운 예. 이번 미국테러 이후 아예 손볼 곳 없이 가라앉은 미주시장을 부여안기보다는 훌쩍 상품개발을 위해 떠난 모 랜드사 소장이 어쩌면 더 확실한 내일을 기약할 수도 있다.

12월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이번 주부터가 ‘정말 고비’라는 말이 떠돈다. 여기저기 부도설이 난무하고, 이도 부족해 몇몇 업체는 답답한 마음에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불을 지른다. 창립기념 이벤트, 한정판매 등 한치 앞만 바라보는 갖가지 프로모션 요금들이 대세를 이루고, ‘덤핑업체 모두 망해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하던 업체도 같이 가격전쟁을 한다.

그러나 덤핑업체의 굴레는 가장 강한 유혹이자 쉬운 자멸의 길. 당장의 쉬운 길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경고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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