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秋田)현을 뒤로 하고 ‘아스피테 라인’이라는 아키타현의 ‘도로코’ 온천과 이와테현의 ‘고자이쇼’ 온천을 연결하는 26.7킬로미터의 산악도로를 따라 우리들은 이와테현으로 달렸다. 아마도 올해는 우리가 이 도로를 이용해 아키타에서 이와테로 넘어가는 거의 마지막 사람들이 되었을 것이다.

한 여름에도 정상의 기온은 아주 서늘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겨울이 되면, 말 그대로 엄청나게 내리는 눈으로 인해, 11월 초순부터 4월말까지 이 구간은 통행금지가 된다. 차갑고 적막한 고원사이로 멀리, 거대한 이와테산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오며,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북위 40도선 상에 걸쳐 있기 때문일까 확실히 서울보다 밤이 빨리 찾아온다. 땅거미가 질 무렵, 아키타현을 출발한 우리들은, 완전한 어둠속에서 이와테현을 밟을 수 있었다.

이지방에 전설로 내려오는 ‘바위에 남겨진 도깨비의 손자국’ 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이와테(岩手)현은 도호쿠(東北) 지방에서도 북동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현의 동쪽이 태평양에 면해 있다. 현의 대부분이 우리네 강원도처럼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총면적 중, 주거 가능 지역은 약 23%에 불과해서,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현 면적을 자랑하지만, 인구는 150만명 정도이다.

1인당 평균 두부소비가 1년에 122모라는 재미있는 통계도 가지고 있다. 기후는 옆의 현들과 비슷하게 내륙부의 겨울은 상당히 추우며, 현청은 모리오카(盛岡)에 있다. 미야코(宮古)시 부근부터 미야기에 걸친 지역은 아름다운 해안으로 유명하고 그 외에도 유적지와 사찰, 명소가 많다.

우리들이 처음 찾아간, 이와테의 명소인, 츄손지 (中尊寺)는 일본의 불교종단 중 하나인 ‘천태사’의 동북지방 대본산인 거대한 사찰이다. 서기 850년 지가쿠(知角)대사에 의해서 세워졌으며, 절의 주지였던 ‘후지와라’ 일족 3대의 미이라가 이 사찰의 자랑인 ‘금색당’(金色堂)에 모셔져 있다.

이 금색당은 헤이안(平安)시대의 유물들이 잘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금색당은 금, 은, 야광충을 가지고 만든 나전칠기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곳의 주지스님 말씀으로는 ‘츄손지’는 예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전쟁도 반대했었다고 한다. 복수는 복수를 낳기 마련이며, 모든 전쟁은 정당화 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는데, 일본자위대의 군비증강이나, 해외파병 등에 항상 반대의 성명을 발표했고, 그러한 성명에 동조하는 각국 외교관들의 방문도 꽤 잦다고 한다.

츄손지에서 멀지않은 ‘모츠지’도 같은 해에 창건된 절이며, 커다란 ‘오이즈미’ 연못 등 원래는 츄손지를 능가하는 절이었으나, 연이은 화재로 인해서 ‘모츠지’와 18곳의 암자만이 남아있다. 지금은 붉은 단풍나무만이 츄손지를 압도하고 있다.
후지산을 닮은 ‘이와테산’ 자락 밑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고이와이 농장도 방문했다.

110년 전 세 명의 목동이 설립한 작은 목장이 오늘날 연간 100만명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고이와이 농장이 될 줄은 그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현재 남북 13킬로미터, 동서 5킬로미터 2,600헥타르의 넓이인 일본 최대의 민간종합 농장인 고이와이 농장은 우유와 고기를 생산하는 목장의 기능 이외에도 온가족이 와서 즐길수 있도록 테마공원화 시킨 것이 이채롭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푸르른 신록과 갖가지 야생화들을 즐길 수 있고, 소 젖 짜기 체험, 양치기 개의 양몰이 쇼, 조랑말 타기 등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된 우유 등 유제품은 상품화되어, 동북 3현내에서 높은 품질을 인정받으며, 소비되고 있다.

농장에서 주는 차가운 고이와이 우유를 한잔 마시니,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는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이와테현에는 명물인 ‘완코소바’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서 국물맛이 좋은 평범한 메밀소바 인데, 1인분의 양이 종지에 하나씩 아주 적게 나온다. 이 소바는 한입에 후루룩하며, 다 먹을 수 있는 아주 적은 양이고, 옆에서 종업원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소바를 부어준다. 정기적으로 이와테 현에는 완코소바 먹기 경연대회가 열리는데, 한 명이 300여 그릇까지 먹은 기록이 있다고 한다.

왠만한 사람들도 30~40 그릇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 1그릇을 먹어도 100그릇을 먹어도, 가격은 1인분에 2,600엔이라고 한다. 자신의 사발 위에 뚜껑을 덮어서 다 먹었다는 표시를 하기 전까지는 내 몫의 소바를 먹기 무섭게 옆에서 서 있는 종업원들이 새로운 소바를 끊임없이 부어주므로, 마음이 약하거나 동작이 느린 사람들은 계속해서 소바를 먹어야 된다. ‘죡쿠리안’이라는 식당이 이와테현에서는 가장 유명한 완코소바 집이며, 항상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허리띠를 풀고, 약 60그릇 정도 먹고 나니 일어서기 조차 힘들다.

일본에서 식사 다음으로 할 일은 온천이다. 일본소설 ‘베가본드’, 미야모도 무사시의 작가 ‘요시가와 에이지’가 묵으며, 소설을 썼다는 누루가와 산장(溫川山莊)은 1962년에 문을 연,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온천산장이다. ‘일본의 숨겨진 온천’이라는 책에도 등장하기도 하는데, 노송나무로 만들어진 욕조에서는 나무향기가 은은하게 풍긴다.

바로 옆에는 계곡을 등지고 노천탕도 있어, 시냇물소리, 새소리에 취해 여유있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끼니때마다 계절산채와 생선으로 만든 식사가 제공된다. 1박2식에 8,500엔이다.

넓은 지역이지만, 이번 여행기간 중에는 가장 짧게 이틀간 머물렀던 이와테현은 아키타(秋田)와 아오모리(靑森)에 비해서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고 평범한 인상도 받았지만, 묵묵하지만 믿음직스러운 큰형처럼, 양쪽의 현들을 어깨동무하고, 잘 돌보아 주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한번 더 꼭 찾고 싶어진다. 아오모리(靑森)로 떠나는 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본 이와테현 글·사진 =김슬기 객원기자 www.travelg.co.kr
취재협조=일본국제관광진흥회(JNTO) 02-732-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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