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현(靑森)은 일본 혼슈(本州)의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 바로 밑에 위치해 있다. 아오모리(靑森)의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을 비롯한 커다란 취락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빗살무늬 토기의 흔적을 살펴보면 이 고장 사람들이 일찍이 농경과 목축에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아삭아삭 즐거움이 살아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덕분인지, 아오모리현을 비롯한 동북3현은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전통문화에 대한 향기 또한 깊고 그윽하기만 하다.

일본인들은 세계에서 혹은 일본에서 ‘무엇이’ 제일 ‘무엇무엇’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번 도호쿠(東北) 3현 취재 중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간 ‘아오모리’(靑森)현도 면적으로는 세 현 중에 가장 작지만, 일본에서 가장 ‘무엇’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최고를 뽐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사과수확량이다. 연간 47만7,300톤으로, 탁월한 맛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일본전역으로 팔려나간다. 둘째는 홋카이도(北海道)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제일 긴 해저터널인 ‘세이칸’ 터널(53.85Km)이, 셋째는 세계에서 제일 긴 벚꽃 가로수 길 (6,700그루, 20Km)을 자랑한다. 해마다 봄이오면 일본 전국은 벚꽃의 개화를 알리는 ‘벚꽃전선’을 신문과 TV에서 날씨와 함께 예보해준다. 아모모리의 벚꽃은 해마다 4월 말에서 5월 초순에 개화하는데, 좁고 길다란 일본의 지형탓인지 남쪽의 첫 개화 소식부터 북쪽의 마지막 개화소식까지 대략 3개월간이 시차가 있다.

매년 8월2일부터 7일까지는 동북지방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축제로 알려져 있는 ‘네푸타’ 마쯔리가 열린다. ‘네푸타’란 말은 축제때 선두에서 행진하는 거대한 장식차를 일컫는 말로서 앞면에는 용맹스러운 ‘사무라이’의 모습이, 뒷면은 미인도를 그린 부채형의 거대한 종이인형을 얹은 수레이다. 이 수레를 끌면서, 뒤따르는 대열은 ‘랏세라’ ‘랏세라’ 하고 구령을 붙이면서, 율동을 함께 하며 행진한다. 아오모리현의 히로사키(弘前)시의 ‘네푸타’ 축제가 특히 유명하며, 이 고장의 예전 명칭을 딴 ‘츠가루 네푸타촌’ 에는 히로사키 네푸타 축제에 출품되었던 ‘네푸타’를 전시, 견학할 수 있다.

앞서 아키타(秋田)현에서는 ‘다키가에리’ 계곡이라는 아주 현란한 단풍을 자랑하는 계곡을 갔었는데, 아오모리에서도 버금가게 아름다운 ‘오이라세’ 계류를 찾아갔다.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에 걸쳐있는 둘레 44Km의 칼데라 호수인 ‘도와다’호 입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내려 다시 차를 달려 찾아간, ‘오이라세 계류’는 호수 입구에서 약 14Km에 이르는 계곡사이로 크고 작은 폭포와 숲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이 계절에 따라 색색의 풍경을 만들어내 방문자들의 넋을 잃게 하고 있다. 계류의 옆으로는 산책로가 나 있어, 자전거 하이킹이나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데, 특히 가을철, 단풍으로 물든 경치가 사철 중에 으뜸이라 한다.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는 겨울철, 집안에서 꼼짝을 못하는 아이들이 방안에서 가지고 놀았던 ‘고케시’라는 전통원형인형을 전시한 곳에도 가 보았다. 전국적으로 조금씩 다른 모양의 약 11종류 3,000점의 ‘고케시’가 전시되어 있고, 유명했던 ‘고케시’ 장인들의 생전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 흡사 도자기를 옆으로 눕혀서 만들 듯이, 나무도막을 눕힌 회전대에 끼워, 회전하는 나무도막에 조각칼을 갖다대니 마술과 같이 톱밥을 만들며, 그럴듯한 ‘고케시’ 인형이 만들어진다. 숙련된 장인의 손에서 사포로 윤을 내고, 색칠을 하니 30분만에 한 개의 완성된 인형을 볼 수 있었다.

도호쿠(東北) 지방은 온천이 특히 많아서 ‘온천왕국’ 이라고도 불리우고 있다. 거리의 편의점이나 서점에서는 이 지방의 온천만을 소개한 두툼한 안내책자가 따로 판매되고 있을 정도이다.

온천부근에서 고대의 토기나 석기가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일본사람이 처음 온천을 이용하게 된 것은, 유사 이전이라고 믿어지고 있는데, 부상당한 무사의 상처를 치료하거나 혹독한 육체노동에 시달린 농민들이 심신의 피로를 풀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이런 온천 중에서도 아모모리현(靑森)이 자랑하는 온천이 있다.
좁은 산길을 달려, 원시림에 둘러싸인 깊은 산속에 숨기듯이 살며시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곳,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기름램프’로 불을 밝히는 ‘아오니(靑荷) 온천이다.

아오니(靑荷)온천은 1929년 니오 요우카쿠 라는 哥人이 세운곳으로, 일본의 수많은 문학인들이 애용하는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아직까지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둠이 내릴 무렵 이곳은 무수한 기름램프들의 조명으로 인해 아주 환상적이고, 따뜻하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시 희미한 램프아래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동안 이 고장의 전통악기인 ‘샤미센’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샤미센’은 세줄의 현악기인데,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줄을 다루며, 쇠주걱 같은 도구로 줄을 튕기며, 매우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낸다. 보통 2~4명의 합주형태로 연주하는데 연주자들은 아주 자긍심들이 높아 보였다.

물안개와 램프의 불빛이 아련한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니, 은은한 ‘샤미센’의 가락이 들려온다. 흥에 취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조차 차가운 밤의 정적을 깨는 소음일 뿐이다.

일행들과 나무로 된 바가지에 일본청주인 ‘오사케’ 를 띄워 마시는 호사를 부리니, 어느덧 꿈같은 여행을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아오니(靑荷) 온천의 밤이 더욱 깊어만 간다.

일본 아오모리현 글·사진=김슬기 객원기자 www.travelg.co.kr
취재협조=일본국제관광진흥회(JNTO) 02-732-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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