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고층 빌딩 숲이 눈이 부신가 하면 시내 곳곳에 마련된 공원과 녹지에서 싱가포르인의 여유로운 삶도 엿볼 수 있다. 익히 들었던 싱가포르의 철통같은 사회질서에서 일견 차가움을 느끼게 되지만 말레이계, 인도계의 주거지 등을 찾았을 때의 정겨운 살내음도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얼굴이다.

소박한 축제의 성찬이 펼쳐지다

싱가포르는 지금 연말, 연시의 여러 전통명절과 크리스마스 등의 축제를 묶은 ‘셀레브레이션 싱가포르 2001’이 한창이다. 11월10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크고 작은 축제가 이어지고 있는 셀레브레이션 싱가포르는 인도계의 전통문화 행사인 디파발리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점등행사, 말레이계의 하리 라야 점등행사, 2002년 카운트다운과 홍바오 강에서 열리는 마리나 워크 등 연말, 연시 축제로 풍성하다.

현지 가이드는 9·11테러로 직격탄을 맞은 싱가포르의 우울한 경제지표처럼 예년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흥청망청한 화려함보다는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중요한 것일 터.

얼음 오로라가 온 거리를 감싼 싱가포르의 거리풍경에 한 가지 이벤트가 더해진다. 중심가인 오차드 로드의 빌딩들은 매년 열리는 ‘가장 아름다운 장식을 한 건물’에 선정되기 위해 한껏 멋을 내고 있다. 그들에게도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일년 중 단 한번의 기회인 셈이다.

이 밖에도 젊은이들의 공간인 부기스 정션이나 래플스 시티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매년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상하의 나라 싱가포르인들은 눈 대신 인공 눈과 트리, 산타 등의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쉽게나마 겨울 기분을 낸다.

셀레브레이션 싱가포르를 맞아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묘기꾼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다. 구체적 공연 스케줄을 안다면 도심의 거리 광장에서 저글링 한 수 지도받을 수 있는 행운도 있다.

금식기간인 라마단 기간을 맞은 말레이 빌리지는 야시장을 찾은 이슬람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리 라야 점등행사 기간 동안 말레이 빌리지는 야시장의 불빛과 다양한 전통 음식 내음이 멀리까지 새어나왔다. 마침 라마단이 시작하는 날이어서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신 야시장은 해가 졌을 때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슬람의 계율에 따라 가족 단위로 야참 혹은 이른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낮 동안의 금식을 대비해 푸짐한 식사에 여념이 없는 탓인지 상점은 예상 외로 한산한 편이었다. 전통 의상과 축제 용품, 장식물 등을 팔고 있는 상인들 역시 장사에는 초연한 듯, 혹은 이 시간을 견딜 수 없다는 듯 연신 하품을 했다.

하리 라야가 연말을 맞는 이슬람인들의 점등행사라면 인도계에는 디파발리가 있다. 힌두교인들의 축제인 디파발리가 열린 리틀 인디아는 주말을 맞아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남인도 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이 모이는 리틀 인디아의 주요 쇼핑품목은 전통 음식재료와 음식점을 비롯해 옷, 인도에서 수입된 음반·비디오 가게, 금은방이 즐비했다.

커리 냄새와 향신료 냄새 가운데 달콤한 떼따리 향은 길 가던 사람을 그 자리에 붙잡아놓을 정도. 이 곳에서의 일종의 밀크티 한잔은 현지인과 부담 없이 어울리게 되는 기회가 된다.

싱가포르 음식 기행

싱가포르에서는 느긋하게 아침의 여유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거리는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고 덩달아 식당에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싱가포르 시민들의 아침은 노천식당에서의 차 한 잔, 요기가 되는 간단한 식사 한 가지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름한 노천식당 뒤로 비치는 어느 거리의 고층빌딩들은 이곳의 빠른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자동차를 주차해놓고 노천식당 테이블에 앉아 10여분 정도 식사를 마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동남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아침 정경이지만 왠지 더할 나위 없이 바쁜 우리 어머니들 모습이 투영돼 은근히 부러워진다.

파 이스트 스퀘어 인근의 허름한 중국계 식당은 우리의 아침 해장국집처럼 북적거렸다. 메뉴라야 바짝 구운 토스트와 커피 한잔이 전부인 소박한 식단이다. 싱가포르 현지 전통 아침식사인 까야 토스트. 호밀빵을 바삭하게 구워내 까야라는 소스에 찍어먹는다. 여기에 살짝 익힌 달걀을 찍어먹고 연유를 듬뿍 넣은 달콤한 커피를 곁들이면 아침 식사 끝.

우리의 돼지갈비탕과 비슷한 풍미의 바꾸테 역시 중국계가 즐기는 인기 아침 식사. 랑군 로드에 위치한 니아시오에는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한국인의 입맛에도 착착 붙는다. 이 밖에도 달걀을 넣은 밀전병 안에 커리에 찍어먹는 로티 프라타와 밀크티인 떼따리에 이르기까지 싱가포르의 ‘맛’에는 인종, 취향이 따로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과일 두리안. 두리안을 사먹기 위해서는 차이나타운 근처의 겔랑을 찾아야 한다.

동남아를 여행한 사람들은 두리안에 대한 악명을 익히 들었을 터. 외지인에게는 맛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향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한 탓이다. 상큼한 과육 맛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독특한 질감과 잊을 수 없는(?) 향, 또 두리안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들이 뒤엉켜 쉽사리 손을 내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맛보고 뒤돌아서면 향에 대한 거부감은 깡그리 잊어버리게 된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두리안을 소지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될 정도로 악명높은 냄새답게 외출이 잦은 관광객에게는 두리안은 아침보다는 저녁에 먹길 권한다고.

싱가포르 글,사진=임송희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싱가포르관광청 02-399-5570"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