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는 휴양지다. 섬 주위로 고급스런 리조트들이 뽐내듯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발리의 아름다움은 다른 곳에 있다. 강물에 목욕을 하는 촌부들의 눈 속에, 90m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옥빛 바다에, 그리고 마을마다 집집마다 수십만개를 헤아린다는 힌두교 사원들에 발리인들의 삶과 종교가 있다.

신들의 손가락 ‘발리 전통춤’

가늘고 긴 손가락들이 움직인다. 하나하나 분열하고 다시 합쳐지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진동하는 손가락들은 앞뒤가 아니라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인간의 손가락에 저런 능력이 있었던가. 혹독한 훈련으로 어린 무용수들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 여신이 된 듯 하다.

바롱댄스, 라마야나 댄스, 께짝 댄스 등의 전통 발리 댄스는 발리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다. 그랜드 발리 미라지리조트에 머무르는 동안 수차례 보았던 전통 무용에는 음주가무(飮酒歌舞)의 ‘무’와는 사뭇 다른 그 어떤 ‘인상’이 있다.

이들의 춤 속에는 신과 종교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엿보인다. 성스러운 짐승과 마녀 란다가 결투를 벌이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막을 내리는 ‘바롱댄스’는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한다는 그들의 신앙관을 보여주고 있다. 3명의 여인이 등장하는 궁중무용 ‘레공끄라돈’은 함부로 눈길을 뗄 수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분주하게 흔들리는 손가락, 엉덩이를 불쑥 내민 채 무대를 잰걸음으로 누비는 발, 좌우로, 위 아래로 휙휙 내리 꽂히는 검은 눈동자는 각자 다른 박자에 춤을 주고 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닐듯한 어린 무용수들은 마치 접신하는 무당처럼 신령스런 기운을 온몸으로 발산하다.

사람이 흐르는 강 ‘아융강 래프팅’

래프팅을 하려면 우선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채로 계곡을 줄기차게 내려가야 한다. 웬만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계단을 계속 내려가다 보면 긴장한 마음으로 단단히 조여 맸던 조끼와 헬멧은 어느새 손끝에서 대롱대롱 한다. 그저 덥구나. 더워.
원래 래프팅 가이드들은 다 그런지 말랐지만 힘이 넘치게 생긴 가이드들이 보트에 공기를 넣고 있다. 신고 온 신발과 카메라는 샌드백처럼 생긴 방수 가방속으로, 아직도 헐떡이는 일행은 5명씩 나뉘어 보트속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융강은 방하시대에 생성된 계곡을 따라 11Km나 이어진다. 6월부터 9월 사이의 건기와 12월부터 3월 사이의 우기에 따라 수량의 차이가 있겠지만 10월의 아융강이라해도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리듬을 타듯 적절히 반복되는 급류와 완류의 흐름은 상쾌한 쾌감을 준다. 뒤집어질 듯 요동치는 보트에서 튕겨 나가지 않으려면 패들을 쥐고 용을 써야 한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계곡의 양안에는 집들이 늘어난다. 부서질 듯 위태로운 그 집의 사람들은 우리가 비명을 지르며 지나가는 이 강물에서 빨래를 하고 낚시를 하고, 목욕을 한다. 어린 것들은 배를 향해 첨벙첨벙 달려오기도 하고, 보일 듯 말 듯 코너를 사이에 두고 멱을 감는 어린 소녀, 소년들은 부끄러움에 잠수를 한다.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던 젊은 아낙은 벗은 앙가슴을 가리려 돌아서고, 낚시대를 잡은 아저씨는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본다. 그래서 아융강의 래프팅은 스릴이나 재미같은 말초적인 오락이 아니다. 세월 속에 깊이 내려앉은 계곡과 산새들의 메아리, 그리고 맑은 눈빛의 사람들을 지나치다 보면 문명 이전의 세상을 잠시 방문한 느낌이다.

방문이 끝난 종착점에는 탈의실, 샤워 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고 시원한 음료수도 준비돼 있다. 호텔에서 래프팅 장소까지 왕복 차량도 제공된다. 1인당 약 68달러.

사원을 지키는 원숭이들 ‘울루와뚜 절벽 사원’

울루와뚜 절벽사원은 발리 최남단 부낏반도의 90m 절벽위에 세워져 있다. 아슬아슬한 절벽 끝에 자리잡은 사원과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인도양은 짜릿하고 시원한 절경이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항상 조심스러운 것은 날카로운 절벽이 아니라 악당 원숭이들이다.

사원 주변에 노숙하는 원숭이들에게는 적어도 이곳이 무법천지다. 화성탈출의 한 장면처럼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거만한 표정으로 눈까지 또렷이 마주치며 사람들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온다. 미리 경고를 들었기에 반짝이는 모든 것(귀걸이, 목걸이, 시계에 심지어는 반지까지)을 떼어냈지만 뜨거운 태양에 차마 벗지 못한 썬글라스가 영락없이 표적이 됐다.

순간의 방심에 비싼 썬글라스를 갈취당한 이의 어깨에는 무례한 원숭이들의 발자국만이 남았다. 1~2달러의 팁을 받고 이 원숭이들을 먹이로 유인해 물건을 찾아주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공범인지 해결사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외로운 섬 ‘따나롯 해상사원’

따나롯 해상사원은 원래 육지에 연결되어 있지만 물이 차면 바다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 떨어진 절벽에서 전체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름다운 사원이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철근 구조물이 시야를 막고 있다. 파도에 자꾸 깍여가는 사원을 보호하기 위한 공사라고 했다.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 아니면 사원으로 올라갈 수 없지만 주변에는 신도들과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사진촬영을 나온 신혼부부의 모습과 소풍을 나온 듯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대가족의 모습도 보인다. 신기하게도 맑은 물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사원의 뒤편에는 간단한 제대가 차려져 있고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의식을 치루고 있다. 뒤편 해안의 동굴에는 신의 화신인 백사(白蛇)가 살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을 받고 이 뱀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뱀을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구경하는 일에는 돈을 쓰지 않는 것이 한국 사람들이지만, 엉뚱하게도 사원 입구에 늘어선 바틱가게, 수공예품점에서 바가지를 쓰기도 한다.

발리 글·사진=천소현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02-753-8848
발리미라지리조트 02-730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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