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슬슬 송년회 분위기가 넘친다. 공식적인 행사도 줄을 잇고,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도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한번 보자는 말로 통화를 끝낸다.

정이 많은 우리네 문화야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지만 ‘술자리’에 대해서만은 유난히 도를 넘어서는 듯 하다. 여행업계에는 애주가들이 유독 많지만 그런만큼 술로 인해 힘겨워하는 이들도 은근히 많다. 연말만 되면 위장약과 숙취해소약, 몸에 좋다는 칡즙까지 다양한 보양식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고는 있으나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항공사­여행사­랜드사의 피라미드 접대문화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이 즈음이다.

오전에 잠깐 시간을 내 들렀다는 모 여행사 이사는 벌써부터 지친 목소리를 낸다. “일년동안 잘 부탁한다는 가벼운 인사자리였다”고 말하면서도 “예전에 비해 부담은 덜해졌지만 예의상 먼저 일어날 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상대편 사람들을 만나도 대부분 “오랜만에 갖는 자리라 분위기 깨기도 뭣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니 무리를 했다”고 말한다. 서로가 약간씩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 끝까지 흥겹게 놀아야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죽을만큼 술 먹고 흔들어야 잘 놀았다’는 인식은 이제 많이 희석되고 있다. 술은 이태백만큼 좋아하지만 ‘단란한 룸’ 분위기는 싫다는 사람도 있고, 폭탄주가 싫어 2차 이상은 꺼려진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술자리는 항상 똑같다. 술에 대해서만은 지독히도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모양이다.

지나가는 한해의 정리와 다가오는 새해를 기념하는 망년회 시즌이다. 올해는 제발 고해성사 하듯 ‘억지로 무리했다’는 말이 돌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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