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앤 크린 시티(Green & Clean City)’라는 별칭답게 싱가포르의 정경은 청정한 이미지 그대로다. 잘 정돈된 거리, 특히 공원에서 만났던 간편한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 표정은 바쁘게 돌아가는 싱가포르의 ‘경제 시계’와 관계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초록색 정원 싱가포르’? 시내 군데군데 위치한 풍부한 녹지공간을 빗대어 한 말이다. 시내 한 가운데서도 10여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금새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싱가포르의 교통편은 초행자에게도 손쉬어 보인다. 그래서 아예 한 손에 시내 지도를 들고 운동화끈 질끈 묶은 후 MRT(전철)와 하이데커 버스, 도보를 번갈아 가며 눈에 보이는 구석구석을 돌아보고픈 호기도 품게 된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난초와 새로 개발되는 난초가 집결된 곳인 오키드 가든은 난을 구경하는 방문객만큼이나 도심 속 여유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군데군데 태극권을 연습하는 사람들과 신문을 펼쳐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 모자에 이르기까지 싱가포르 사람들(혹은 관광객)의 다양한 삶의 단면을 엿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유명인사에게 헌정된 난들을 전시해 놓은 VIP관은 단연 이 곳의 자랑거리다.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는 물론 대처 수상, 일본 마사코 황태자비 등 유명인의 이름을 딴 난들이 따로 전시돼 있다. 꽃을 헌정 받은 이들과 그 꽃들은 개성과 성격을 반영하기나 하듯 이래저래 닮은 꼴이라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고 한 관계자는 귀뜸했다.

영국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싱가포르 가운데서도 차임즈(Chijmes)는 고풍스러움과 현대식 싱가포르의 모습이 잘 살아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밤을 밝히는 조명들이 조화를 이룬 이 곳은 단순히 둘러볼 요량으로 온 관광객들로 하여금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차임즈의 여러 레스토랑 문 앞을 기웃거리게 한다.

고풍스런 분위기와 고급 레스토랑으로 대표되는 곳이 차임즈라면 클락 키(Clarke Quay)는 좀 더 대중적인 식당가다. 즐거운 한 때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부담 없는 노천식당이 즐비한 클락 키는 싱가포르의 명물. 싱가포르 사람들은 물론 각국의 관광객들이 여행의 낭만을 찾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저녁을 밝히는 불빛이 싱가포르 리버와 어우러진다. 해가 뉘엿뉘엿지는 저녁시간부터 한밤까지 사람들은 클락 키를 뜨지 않으려 하고, 그들의 이야기꽃도 금새 시들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야경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클락 키에서 출발하는 범보트(Bumboat)가 제격이다. 정원이 열 대여섯 명이 채 안되는 통통배를 타고 보는 싱가포르의 야경은 빼놓을 수 있는 볼거리.

마침 크리스마스와 연말 행사 기간을 맞아 빌딩장식이 한창이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밤 시간, 한 무리의 한국인 신혼여행객들이 배에 오르면 연인들의 달콤한 밀어들이 강 아래로 살포시 떨어질 것 같다.

통통배에 몸을 싣고 시내를 가로지르다 보면 하얀 교각과 눈이 마주친다. ‘쏴’하니 흩뿌리는 스콜과 하얀 교각에 반사되는 불빛은 마치 금빛 은하수처럼 보여 야경의 백미를 이룬다.

싱가포르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싱가포르관광청 02-399-5570


케이블 카를 타고 센토사까지
케이블카로 센토사섬으로 건너가는 길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스타크루즈와 멀리 보이는 초대형 유조선이 유유히 정박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싱가 푸라(Singa Pura)라는 마치 전설과도 같은 이름을 낳게 한 머라이언의 멋진 자태를 눈으로 쫓아가면서 센토사에 닿았다. 상하의 날씨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았는 듯 끝없이 펼쳐진다. 다만 시원하게 뻗은 스카이라인이 공사 중인 고층 건물에 가리워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섬의 한 가운데 위치한 머라이언 타워는 건물 12층에 해당하는 23미터 정도의 높이다. 12층 높이의 머라이언의 입에서 조망할 수 있는 센토사도 그만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쉽게 찾게 되는 유원지인 센토사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북적거렸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멀리는 태국까지 연계되는 탄탄한 교통망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지만 센토사에는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싱가포르인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모노레일과 셔틀버스 또한 이들이 여유 있는 관광을 즐기는 데 제격이다. 작은 인공 섬인 실로소 비치에는 간간히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센토사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테마파크들이다. 19가지 다양한 모양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 현란한 몸짓을 보여주는 음악분수와 실로새 요새 등 다양한 테마파크가 구비된 편이다.
가장 방문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대형 수족관인 언더워터월드. 설립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는 이 곳은 아크릴로 된 수중 터널을 건너며 바닷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어린이, 어른 가릴 것 없이 이 곳에서 만큼은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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