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대회는 우리 나라에 다양한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중에서도 10개 개최도시가 각각 독특한 자리매김을 할 기회가 왔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고 싶다. 개최도시의 이름이 지구 저편에 있는 구석구석까지 전달될 것이기에 해외언론에 좀처럼 거명되지 않는 개최도시로서는 절호의 찬스가 온 셈이다.

도시이름이 세계인의 머리 속에 새겨질 것이고, 지역상품의 수출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개최도시로 유치하는데 월드컵대회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대회만 잘 치르면 된다는 방어적 사고에서 벗어나 도시마케팅이라는 공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겠다.

아직도 우리 나라를 찾는 외국인의 85% 정도가 서울과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방문하고 있어 지역적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코리아 하면 서울만 연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역산업의 구조로 볼 때 개최도시 중 서귀포를 빼고는 아직까지 관광이 주력상품이 아니고 보조상품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각 도시가 교통, 숙박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민의식수준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등 메가이벤트를 앞두고 서울이라는 그늘 밑의 만년 조연에서 주연으로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주연으로 등장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각 도시는 장기적인 비전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인프라 건설 등 환경개선으로 사업가, 방문객을 만족시켜야 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타 지역의 투자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지자체 실시 이후 도시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경쟁을 하고 있는데, 마케팅 석학 코틀러 박사는 경쟁이 국제화됨으로써 도시의 운명이 바뀐다고 했다.

도시는 곧 상품이며, 도시의 생명력은 고유의 색깔에 있다. 비록 아파트 건립으로 이미지가 퇴색할 위기에 있지만 경주는 古都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미국 죠지아주의 애틀랜타 근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촬영장소로, 몬테카를로는 고급도박장,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의 대명사에서 현재는 컨벤션 도시, 가족중심형 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의 개최도시가 이처럼 뚜렷한 인상을 남기려면 무수한 세월이 흘러야 하겠지만, 세계인에게 분명한 색깔을 보여줄 시기가 다가왔다.

똑 같은 지역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세계의 어느 도시든지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 가꾸기 나름에 따라 방문객이 찾아온다. 월드컵 개최도시가 좋은 이미지를 외국인에게 남기려면 월드컵 축구경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월드컵이라는 말이 있듯이 도시고유의 색깔이 드러나도록 월드컵대회를 발판으로 지역상품과 관광의 판매자로서 그리고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마케터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차차 각 도시의 역량이 드러날 시점이다. 월드컵대회가 끝난 후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다시 그 도시를 찾은 외국관광객이 “이곳이 천국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아니오, 한국입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ickoh@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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