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야경이 유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바다와 산과 인간이 만든 건물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지는 빛의 향연들. 그리고 낭만을 빼놓을 수 있으랴.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화려하고도 우수 넘치는 도시. 야경의 진수를 골고루 느낄 수 있는 비법이 있다.

Hongkong lights up!

홍콩 야경의 진수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먼저 시기를 잘 선택하자. 언제보아도 그 화려함은 사람의 넋을 홀딱 빼놓기에 충분하지만 매년 12~2월 사이 밤의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독특한 건물 외관이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되는 ‘점등축제(Hong Kong Lights up)’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시간만 잘 맞추면 늘씬한 홍콩섬의 건물들을 배경으로 빅토리아 만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와 침사추이 센티너리 가든(Centenary Garden)의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분수쇼도 볼 수 있다. 무채색의 건물 벽면은 화려한 네온과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고 한껏 연말 연초의 분위기를 북돋운다. 도시 거리 그대로가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새해 연하장이다.

‘점등축제’는 홍콩이 비즈니스 목적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가 가장 낭만적인 관광지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 초 홍콩이 내건 관광 캠페인 ‘시티 오브 라이프, 홍콩 이즈 잇(City of Life: Hong Kong is It!)의 ‘천가지 표정의 축제가 있는 곳 홍콩’의 5가지 대표 축제 중의 하나. 구랍 9일 점등식을 개막했으며 1월5일까지, 다시 구정을 전후한 1월26일부터 2월26일까지 펼쳐진다.

바다에서 바라본다- 크루즈

구룡반도와 홍콩 섬을 사이에 두고 있는 바다 빅토리아 항구는 홍콩의 아름다움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몇만톤급의 거대한 유람선부터 화물을 실어나르는 콘테이너선, 페리, 레저용 요트, 정크선 등이 떠다니는 바다 위에서의 야경 구경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건물의 불빛들이 바다위에 일렁거리고 한발짝 떨어져 바다에서 바라본 도시는 뭍을 향한 그리움으로, 범접하기 힘든 문명의 이기로도 다가온다.

저녁 식사를 겸한 크루즈도 운항되고 단체일 경우 배를 빌려 연회도 열 수 있다. 홍콩섬의 센트럴에는 관광 크루즈와 함께 란타우 섬이나 마카오 등지로 향하는 각종 배를 탈 수 있다. 이런 저런 여유가 안난다면 홍콩섬의 센트럴과 구룡반도의 침사추이를 연결하는 대중 교통수단인 스타페리라도 타보자. 2층 1등석이 2.2홍콩달러인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편도 10분이면 배여행은 끝나지만 홍콩의 밤의 감동을 담기에는 그리 부족하지 만은 않다.

산위에서 바라본다- 빅토리아피크

홍콩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바로 울창한 건물 숲속 뒤로 솟아있는 홍콩섬의 지붕 빅토리아 피크를 오르는 일이다. 해발 554m의 피크 위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홍콩섬과 구룡반도, 빅토리아 만에 이르는 도시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천루 사이로 보이는 바다에는 작은 불빛의 배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서늘한 공기가 더욱 기분을 고조시킨다. 홍콩에서는 야경을 위해 자정까지는 건물의 불을 끄지 않도록 배려한다.

전망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피크위에는 쇼핑 센터와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어 여러 가지 즐거움을 함께 선사한다. 그중 카페 데코는 세계적인 야경을 배경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피크로의 여행이 더욱 신나는 것은 홍콩의 명물 중의 하나인 피크 트램 때문이다. 산을 거꾸로 올라가는 노면 전차인 피크 트램은 8분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들지만 아찔한 정도로 경사 각도가 심한 산을 오르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시시각각 다른 도시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홍콩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가장 저렴한 야경의 진수- 연인의거리

그 거리가 언제부터 연인의 거리로 불리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홍콩섬의 컨벤션 센터와 울창한 빌딩의 향연을 바로 마주할 수 있는 구룡반도의 침사추이 스타페리 터미널 옆. 몇 km에 이르는 이 거리는 홍콩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책 코스 중의 하나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관광객은 물론이고 주머니 사정이 여유치 못한 젊은 연인들이 이 거리로 속속 몰려든다.

반대편 빛과 건물과 어둠이 연출하는 야경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인 메인코스지만 정작 더 인기가 있는 것은 슬금슬금 홍콩의 젊은 연인들의 애정 공세들을 구경하는 디저트다. 사진가들에게도 인기 좋은 곳으로 거대한 빌딩이 연출하는 야경을 배경으로 한 키스씬이라도 촬영하는 날이면 허전한 옆구리 마저도 잊어버릴 수 있다.

조금 더 분위기를 내보자. 침사추이에 위치한 홍콩 최고의 호텔 중 하나인 페닌슐라의 스카이 라운지 필릭스(Felix)는 홍콩 야경의 진수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소다. 영화 촬영의 단골 장소로도 이름 높은 이곳은 널찍한 홀과 함께 높은 창을 통해 빅토리아 만과 홍콩섬, 구룡반도의 끝도 없는 불빛 행렬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창과 창이 서로 반사되면서 섞이는 야경의 표정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환상적이다. 더욱 인기 있는 곳은 필릭스의 화장실. 여자들은 야경을 내려보며 화장을 고치고 남자들은 야경을 내려보며 소변을 보는 쾌감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도시 속에서 즐기는 야경 - 노면전차

홍콩섬의 북부지역 중심가를 동서로 달리는 전차는 홍콩의 명물 중 하나. 울긋불긋한 색깔과 화려한 광고물을 부착한 전차(트램으로 불리운다)는 현대적인 도시안에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시내 중앙을 관통하므로 2층에 올라 앞쪽에 앉으면 홍콩 거리의 표정을 보기에 그만이다.

전차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 1904년. 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만큼 전차 노선을 사이에 둔 건물 등에 얽힌 사연도 가지가지다. 빌딩들은 누가누가 잘 꾸몄나 컨테스트라도 벌이는 것처럼 다채로운 표정을 띠고 있고 홍콩섬의 건축물의 진수들을 대부분 볼 수 있다.

점등행사 기간동안은 특별히 트램투어가 운영된다. 내년 2월말까지 1인당 50홍콩달러만 내면 1시간반동안 전차를 타고 역사와 문화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했다. 가이드의 설명이 귀를 기울이다보면 무표정한 도시가 얼마나 다채롭고 친근한 역사와 문화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단체 여행인 경우엔 전차를 대여할 수도 있다.

홍콩 글·사진=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홍콩관광진흥청 02-778-4403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