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7일 개최됐던 한국관광호텔업협회(호협)의 대의원 총회는 차마 앉아 있기가 민망한 정도의 난상토론이 연출됐다. 증기탕, 게임장 등 부대업장운영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월드컵 숙박을 거부하고 관광등록증까지 반납하겠다던 그들이었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극단적인 행동을 만류하는 회장단에게 일부 회원들은 ‘회장단 사퇴’까지 거론하며 도저히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차피 ‘답’이 없는 토론인 줄 알면서도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심정이 절박하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가 올해만큼은 ‘통일’을 제치고 ‘우리의 소원’으로 등극할 것 같은 이런 시기에 그런 무리수는 처음부터 생각지 말아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동정론’도 없지 않았지만, 여론은 급류를 타듯 거칠어졌고, 호협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축구팬들의 거센 항의가 속속 올라왔다. 같은 호텔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있을 정도니 ‘매국노’ 운운하며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이 날의 대의원 총회에서는 회장단이 2월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을 약속하면서 겨우 진정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장의 무기라고 여겼던 ‘보이콧’ 카드는 오히려 호협의 입지만 궁색하게 만든 셈이다. ‘전면전’에 나선다고 해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승산은 얼마나 될까. 만약 이들의 요구가 명분 있는 일이라고 해도 돌아선 여론 앞에서 혼자서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가는 없을 것이다.

월드컵이 점점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연말까지라던 최종 시한은 다시 2월까지로 연기됐다. 불리하게만 전개된 상황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내지 못하는 것 역시 그들의 절박함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천소현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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